산업 일반
AI 국민배당금 논쟁…“기업 돈 뺏기” 프레임이 놓친 것 [EDITOR's LETTER]
- AI 초과이윤 집중…불평등 완화 위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
현금 배당은 재정 부담 우려…전환교육·재도전 투자로 가야
청년·노동시장 재설계 없인 AI 시대 경쟁력 유지 어려워
김 실장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다. 전력망·데이터센터·반도체·로보틱스 등 제조업 공급망 전체를 움직이는 새로운 인프라 산업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첨단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가진 드문 국가다.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한국 산업이 구조적 수혜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은 경제 관료이자 이코노미스트로 오랜 경륜에서 나온 통찰이다.
특히 중요한 지점은 따로 있다.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메모리 기업과 플랫폼 기업 그리고 해당 산업 종사자와 지분을 보유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수혜가 쏠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적지 않은 노동자와 예비 노동자들은 실직 압력에 시달리거나 높아진 취업 문턱에 좌절할 수 있다. AI는 이미 단순 사무·기초 분석·문서 작성 같은 초급 화이트칼라 업무 상당 부분을 대체하거나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AI 시대 초과이윤이 만들어낸 초과세수를 활용해 불평등 확대와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 자체를 반시장 논리나 ‘기업 돈 뺏기’로 단순화하는 것은 과도한 정치 프레임이다.
기업의 성장은 결코 기업 혼자 만든 결과만은 아니다. 반도체와 AI 산업 역시 국가 인프라 투자, 교육 시스템, 전력망, 산업정책, 공공 연구개발, 사회적 안정망 위에서 성장했다. 국가와 사회 전체가 오랜 기간 축적한 자원이 기업 성장의 기반이 된 셈이다. 그런 점에서 AI 시대 초과이윤 일부를 사회 전체 경쟁력 강화와 전환 비용에 활용하자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국민배당금 논의를 곧바로 현금 배분 프레임으로 끌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 AI 시대 초과세수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의 AI 투자 열풍 역시 향후 경기 조정이나 기술 변화 등에 따라 얼마든지 방향이 바뀔 수 있다. 반도체는 여전히 글로벌 경기와 수요 변화에 민감한 산업이다.
현금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만약 AI 호황기에 대규모 현금 배당 체계가 만들어진 뒤 세수가 감소하면 어떻게 될까. 이미 형성된 복지 지출을 줄이기는 현실 정치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국채 발행이나 일반 재정으로 메우게 되고, 결국 국가 부채만 키울 수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다.
AI 초과세수를 현금으로 뿌릴 게 아니라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국가 생산성을 높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AI 전환 교육, 평생직업훈련 체계 개편, 지역 단위 창업 인프라 구축, 지방대와 직업교육 혁신, 산업전환 취약계층 재교육, 재도전 시스템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김용범 실장의 문제제기는 이런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장밋빛 기술 낙관론도, 단순 현금 배당도 아니다. AI 시대가 낳은 초과이윤을 어떻게 국가 경쟁력과 사회 전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하고 정교한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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