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단독인터뷰②] “한국의 '랄프로렌' 목표”..박화목 대표가 말하는 마르디 메크르디의 다음 10년
- '끌로에' 화보 유사성 논란에 진정성 담긴 사과
“작은 조직의 시행착오, 책임은 모두 대표인 저의 몫”
“상장 흥행 생각하면 시점 늦췄을 것”
“하나의 브랜드를 깊고 넓게”..장기 성장 자신감 엿보여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단독인터뷰①]상장 앞둔 '마르디 메크르디' 박화목 대표 “가품 막으려 네이버·쿠팡 직진출”에 이어서
단순한 꽃 로고 브랜드 아닌 IP 회사
이달 초 불거진 타 브랜드 룩북(lookbook·화보집) 콘셉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마르디 메크르디가 공개한 파리 콘셉트 화보 일부가 명품 브랜드 끌로에의 비주얼과 이미지 구도, 색감, 연출 분위기 등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확산됐다. 현재 회사는 해당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하고 내부 검수 체계를 재정비 중이다.
박 대표는 이번 사안에 대해 “AI 기반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내부 검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AI도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그 과정에서 선을 넘은 부분이 있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사몰 중심으로 운영 체계를 바꾸면서 자체 기획 콘텐츠 제작이 급격히 늘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조직이 충분한 검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속도를 내다 문제가 발생했다”며 “브랜드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부끄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박 대표는 “작은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시행착오라고 해도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피스피스스튜디오가 키워갈 마르디 메크르디의 미래도 분명하게 그리고 있었다. 과거부터 꽃 로고 티셔츠와 맨투맨 브랜드로만 소비되는 시선을 경계해왔고, 이미 내부적으로는 다음 단계 준비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현재 마르디 메크르디는 기존 우먼 라인 외에도 ▲스포츠 ▲골프 ▲스윔웨어 등 액티브 라인 ▲키즈 ▲펫 ▲문구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문구 상품 출시도 예정돼 있다. 박 대표는 이를 단순 라이선스 확장이 아닌 ‘마르디 세계관’을 깊고 탄탄하게 확장하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밖에서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각각 다른 브랜드를 운영하는 수준으로 조직과 카테고리가 움직이고 있다”며 “단순한 로고 라이선스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르디 메크르디만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연결되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패션 기업은 한 브랜드가 성공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는 하나의 IP를 더 깊고 넓게 키우는 방향을 선택했다”며 “꽃 그래픽 하나로 끝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라이프스타일 IP 기업으로 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근 K-컬처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면서 단기간에 몸값이 커진 브랜드들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만 키운 뒤 매각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다른 방향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한국 패션 시장에는 감각 있는 브랜드가 정말 많다. 그런데 대부분 몇 년 잘 되다가 사라진다”며 “결국 브랜드는 오래 버텨야 문화가 되고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는 미국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이었다. 단순히 매출 규모나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정체성과 세계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랄프로렌처럼) 대중적이면서도 고유의 감도를 유지하며 의류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30년, 50년 뒤에도 살아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다. 당장 유행하고 사라지는 브랜드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장 역시 지속 가능한 IP를 지켜내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박 대표는 “상장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라며 “브랜드가 커질수록 ‘이걸 우리가 끝까지 직접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자본에 브랜드를 넘기기보다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오래 운영하고 싶었다”며 “전문경영인과 재무·법무 조직을 구축한 것도 결국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밸류에이션 논란에 대해서도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표는 “우리는 지금까지 스스로 1조원 밸류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당장 얼마를 인정받느냐보다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오래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을 준비하다 보면 브랜드보다 숫자를 먼저 보게 되는 순간들이 분명 생긴다”며 “매출과 실적을 위해 평소 하지 않던 할인이나 기획전을 고민하게 되는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럴수록 오히려 브랜드를 더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상장 시점이 다소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진출 효과가 극대화되는 내년에 상장했다면 흥행이 더 쉬웠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 대표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는 “상장 흥행만 생각했다면 더 좋은 실적 시점을 기다리는 선택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브랜드가 준비됐다고 판단한 시점에 상장에 나서는 방향을 택했다. 남이 아닌 마르디 메크르디만의 호흡과 준비가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그래픽 디자이너 박화목 대표와 아내인 한섬 명품 바이어 출신 이수현 이사가 2018년 창립했다. 이들에게 마르디 메크르디는 자식과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조금 느리더라도 오래가는 브랜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브랜드입니다. 상장 이후에는 더 많은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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