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 없이도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압류·추심
회수기간 290일→158일 단축 전망
건설업은 기성금 지급 후에도 연대책임 가능성
제조업은 원청 귀책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될 듯
[이코노미스트 김정민 기자] 정부가 앞으로 체불임금 대지급금을 사실상 ‘세금 체납 징수’ 수준으로 강제 회수한다.
특히 원·하청 구조에서 '직상수급인'과 '상위수급인'에 대한 연대책임 규정이 명문화함에 따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원청 책임이 확대될 전망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2일부터 개정된 임금채권보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체불임금 대지급금 회수 절차를 기존 민사집행 방식에서 국세체납처분 방식으로 전면 전환했다고 밝혔다.
대지급금 제도는 기업 도산이나 사업주의 지급불능 상황에서 국가가 사업주 대신 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을 먼저 지급한 뒤 이후 사업주에게 변제금을 회수하는 제도다.
최근 지급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악성 체불사업주의 도덕적 해이와 낮은 회수율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국가가 대신 지급한 대지급금 회수 절차를 기존 ‘민사소송 중심’ 구조에서 ‘행정상 체납처분’ 구조로 바꿨다는 점이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체불사업주로부터 돈을 돌려받기 위해 일반 채권자처럼 민사 절차를 밟아야 했다. 가압류와 소송을 통해 법원 판결을 받은 뒤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이후 경매·압류 절차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개정법 시행으로 앞으로는 공단이 별도의 법원 확정판결 없이도 체납처분 승인 절차를 거쳐 직접 압류와 추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세금 체납 징수와 유사한 방식의 강제징수권을 확보한 셈이다.
공단은 기존 평균 290일가량 걸리던 회수 기간이 약 158일 수준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하청 구조에서 연대책임 범위도 보다 명확해졌다. 개정법은 근로기준법상 체불에 책임이 있는 직상수급인과 상위수급인에게도 공단이 변제금 회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명문화했다.
다만 업종에 따라 법적 구조는 다르다. 건설업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다단계 도급 구조에서 하청업체가 무면허 업체이거나 불법 재하도급 구조인 경우 상위 도급업체가 하청 근로자의 임금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
이 경우 원청이 공사대금이나 기성금을 이미 지급했더라도 하청업체 임금체불에 대한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제조업·조선·플랜트업 등 일반 도급은 원청이 하도급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했고 임금체불 발생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면 원청 책임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단순히 하청업체가 부도났다는 이유만으로 원청이 자동으로 대지급금 회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현장에서는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임금 체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무비 구분관리, 임금 직불제, 전자적 노무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원청이 단순 발주자를 넘어 하청 노동환경과 임금 지급 여부까지 점검해야 하는 방향으로 제도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공단은 올해부터 2000만원 이상의 대지급금을 1년 이상 갚지 않은 사업주의 명단을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하는 신용제재 제도도 시행한다.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통해 악성 체불사업주의 책임 이행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박종길 이사장은 “임금체불은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국가가 대신 지급한 대지급금은 반드시 변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8일 100억원대 임금체불로 기소된 자동차 휠 제조업체인 알트론의 사업주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자, 피해 노동자들이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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