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오닉5·인스터 앞세운 현대차…렌터카·온라인 판매로 접점 확대
기아는 PV5로 상용시장 공략…브랜드 심는 장기전 돌입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일본은 한국 완성차에 유독 어려운 시장으로 통한다. 업계에선 "들어갈 틈조차 찾기 어려운 나라"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토요타·혼다·닛산·스즈키 등 자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높고, 차량 완성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수입차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쉽지 않은 구조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 시장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2001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 진출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 끝에, 2009년 철수했다. 일본은 현대차에 실패의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다시 일본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판매량 확대에 집중하는 방식은 아니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기아는 다목적기반차량(PBV)를 앞세워 일본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전략적인 현대차
과거 현대차는 엘란트라(아반떼XD), 싼타페, 트라제XG 등을 앞세워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소비자에게 현대차는 낯선 브랜드였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이 버티는 시장에서 굳이 한국차를 선택할 이유도 뚜렷하지 않았다.
13년 만인 2022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 복귀한 현대차는 접근법부터 달랐다. 아이오닉5와 넥쏘를 앞세워 전기차·수소전기차 시장을 공략했다. 내연기관 중심의 일본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이 상대적으로 더딘 틈새를 노린 전략이다.
이는 토요타와 정면 승부를 피하면서도 현대차가 강점을 가진 전동화 기술력을 앞세우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강국이지만 순수 전기차 보급은 주요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판매 방식도 달라졌다. 현대차는 차종 선택부터 견적, 시승 예약, 계약, 결제, 차량 인도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대규모 딜러망 구축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전기차에 관심 있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고객 접점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키나와에서 운영 중인 '현대 모빌리티 패스포트'다.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을 렌터카로 운영해 일본 소비자와 관광객이 현대차 전기차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적도 조금씩 반응하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에서 1169대를 판매했다. 전년(618대)보다 89.2% 증가한 수치다.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하지만 재진입 이후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다.
도전적인 기아
기아의 일본 전략은 현대차와 결이 다르다. 현대차가 승용 전기차를 앞세워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면, 기아는 상용·물류 시장을 겨냥한 PBV 사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기아는 올해 5월 일본에서 PBV 모델인 PV5 계약을 시작했다. 우선 PV5 패신저 5인승과 카고 모델을 출시하고 향후 7인승 모델과 휠체어 접근형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2028년에는 상위 차급인 PV7까지 선보인다.
이는 일본 상용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다. 일본은 좁은 도로와 촘촘한 도심 물류망을 기반으로 소규모 배송과 이동 서비스 수요가 많다. 실제로 경상용차는 택배와 농산물 운송, 지역 물류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PV5는 일본 경상용차와는 체급이 다르다. 일본형 PV5는 전장 4695㎜, 전폭 1895㎜ 규모의 중소형 전기밴이다. 기아는 화물 운송뿐 아니라 이동형 점포, 푸드트럭, 방문 서비스 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개인 사업자 문화와도 접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는 소규모 공방과 푸드트럭, 출장 서비스 기반 사업자가 많다. 기아는 이러한 수요를 공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의 일본 공략을 단순한 판매 확대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판매량 자체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 수요에 맞는 제품을 안착시키는 장기 프로젝트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비야디(BYD) 차량이 도로에서 자주 보이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게 된다"며 "현대차 역시 렌터카 등을 활용해 도로 노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의 PBV 전략에 대해서는 "기아가 굳이 현대차와 성격이 겹치는 모델을 동시에 투입할 필요는 크지 않다"며 "일본에는 푸드트럭이나 소공방, 개인 사업 기반의 비즈니스가 많은 만큼 PV5의 활용성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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