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실거주·과세 강화…이재명式 시장 관리 [부동산의 시간, 엇갈린 해법]①
- 재건축·공공주택 확대…"공급 부족 해소"
보유세·비거주 1주택 규제 검토…"투기 수요 억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투기 수요 억제’ 투트랙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과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세제·금융 규제를 강화해 실거주 중심 시장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급 부족 문제 해소와 투기 수요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며 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 방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신축이든 택지개발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속도를 내서 빨리 해야 한다”며 “필요한 영역의 공급은 빠르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시장 인식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실제 정부는 수도권 신규 공급 확대와 ▲공공주택 확충 ▲매입임대주택 공급 ▲비아파트 활성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지금 정리하고 있다”며 추가 공급 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공급 확대 필요성을 적극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민주당 정부와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와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 수요 억제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뒀다면 이재명 정부는 재건축·재개발과 공공 공급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공급이 확 줄었다”며 “재건축·재개발 인가와 착공, 공급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일 쉬운 것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간의 공급 감소가 미국 기준금리 급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공사비 상승 등 복합적인 외부 요인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시장과 정부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평가다.
“투기 기대수익률 낮춘다”…실거주 중심 과세 강화
실제 이날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공급 확대보다 ‘투기 억제’에 가까웠다. 이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 가운데 제일 심각한 것이 부동산 투기”라며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탈피하는 것이 이 나라가 살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투기용으로 가진 것을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상관없다. 못 갖게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부담은 하게 하자”고 밝혔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보유에 비용을 부과해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보유세 조정과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 등이 포함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전세시장에 대한 인식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전세 물량 감소와 전세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전세를 특수한 사금융 구조로 보고 장기적으로는 월세와 공공임대 중심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축소와 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세대출 자체를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은 원래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이후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된 만큼 조정 필요성은 있지만 전세대출 자체를 집값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공급은 장기, 규제는 단기…시장의 시선은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시장 반응은 규제에 더 민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재명 정부는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매입 수요와 투기성 가수요를 줄이기 위해 규제지역 지정과 대출 규제뿐 아니라 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공급 확대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 수요 억제책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아래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분간 시장은 7월 세제 개편 논의와 금리 변수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는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가격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전세시장은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월세 전환 흐름과 전셋값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은 중장기, 규제는 단기’라는 인식이 강해 체감상 규제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에 보유세 부담까지 높아질 경우 매물 출회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공급 확대 기조 자체는 시장 현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서울시와 원활한 협의를 통해 공급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공급 확대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장이 규제보다 공급 신호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 노력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균형 있게 다루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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