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재건축 속도전…오세훈式 공급 전략 [부동산의 시간, 엇갈린 해법] ②
- 신통기획·모아타운 확대…2031년까지 31만가구 공급 목표
정부, 수요관리 vs 서울시, 공급 확대…정비사업 향방 주목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6·3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이재명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 조합에 쏠리고 있다.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양측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다소 다르다.
이재명 정부가 공급 확대와 함께 세제·금융 규제를 통한 수요 관리에 무게를 두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가 집값 안정의 핵심 해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서울 주택시장과 정비사업 시장의 방향 역시 두 정책이 어떤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집값 원인은 공급 부족”…정비사업 속도전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철학은 명확하다. 집값 문제의 본질은 공급 부족에 있으며 결국 충분한 주택 공급 없이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오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정비사업 정상화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오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특히 전월세 시장 불안과 공급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기간 단축에 주력하고 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모아타운 역시 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를 통한 공급 확대 정책의 한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오 시장은 신통기획 확대와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용산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와 강북권 노후 주거지 개발도 공급 확대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정비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이주비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이주비 융자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대환대출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주비 융자 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고 주택진흥기금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해 사업 지연 요인으로 지목된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이주를 계획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3곳 가운데 39곳(3만1000가구)이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이주비를 단순 가계대출이 아닌 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로 보고 지원 확대에 나서는 이유다.
오 시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물량 감소와 전셋값 상승 우려를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하자 오 시장은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시대적 흐름이 아니라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며 “대통령 인식에는 가장 중요한 공급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대출 규제, 다주택자 압박 등이 임대 공급 감소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전세를 공급하던 시장 참여자들을 시장 밖으로 밀어낸 결과”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현재 정책을 유지한다면 1~2년 내 더 큰 부동산 참사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전세시장 불안과 집값 상승 압력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공급 지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7만5370가구로 지난해보다 26%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 역시 입주 예정 물량이 1만8880가구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도 감소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고 착공 물량 역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향후 수년간 서울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책 연속성 확보…관건은 정부와의 조율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의 가장 큰 의미로 ‘정책 연속성 확보’를 꼽는다. 정비사업과 주택 공급은 사업 기간이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만큼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뀌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세훈 시장 연임의 가장 큰 의미는 정책 연속성 확보”라며 “정비사업과 주택 공급은 장기간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일관된 정책 집행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공 중심 공급을 강조하는 정부와 민간 중심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의 방향성에는 차이가 있는 만큼 향후 정책 조율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세훈 시장의 공급 확대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오 시장 재선으로 정비사업 추진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여전히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공공기여 확대 ▲임대주택 비율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은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서울시는 인허가와 행정 절차를 지원할 수 있지만 사업성을 결정하는 주요 제도는 정부 권한에 속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오세훈 시장 연임으로 신통기획과 모아타운 등 서울시가 추진해 온 정비사업 정책은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주요 사업지들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 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정비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규제는 여전히 정부 권한에 속한다”며 “사업성이 충분한 곳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겠지만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은 속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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