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운영부터 생산까지…K푸드 AX 혁명 시작됐다 [AI, 회사를 다시 쓴다]②
- 미래 신성장동력 푸드테크 엔진 AI
오뚜기·농심 등 식품 기업 적극 도입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식품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 위에 올라탔다. 급변하는 먹거리 시장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에 대한 역량 확보가 반드시 필요해서다. 기업들은 운영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AI를 도입해 AI 전환(AX) 시대의 연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의 시작은 업무 효율성 극대화
식품 기업들이 앞다퉈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먹거리를 취급하는 산업 특성상 관련 기업들은 보수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AI라는 신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푸드테크’ 경쟁력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이는 식품산업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융합으로 생성된 기술 영역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푸드테크 역량 강화가 소비 트렌드 파악부터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예측 및 품질·안전 관리 등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을 보면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은 연평균 5~8%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35년까지는 관련 시장 규모가 최대 5191억달러(약 79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뚜기는 식품업계에서 AI 도입에 선제적으로 나선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회사는 지난 2022년 자동화 솔루션(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2024년부터는 사내 전용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을 개발해 사내 업무에 활용 중이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도입 등을 더해 AI 내재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는 내부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오뚜기에 따르면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의 기능 고도화 이후 임직원들의 월평균 이용건수가 2만건을 넘어섰다.
오뚜기 측은 “기획 단계의 아이디어 정리·정책 분석·시나리오 작성에 이르기까지 업무의 속도와 품질이 동시에 향상됐다”며 “AX 시대에 걸맞은 조직 전반의 일하는 방식 혁신을 위해 추가적인 AI 툴 도입 및 활용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4분기부터 자체 AI 플랫폼 ‘대상 AI’를 새로 도입해 업무 전반에 활용 중이다. 올해는 AI 기반 업무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특정 업무를 AI가 모두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구축에 착수했다. 대상그룹은 AI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사내 교육을 병행하면서 시스템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과 롯데웰푸드 등은 AI를 기반으로 한 원재료 시세 예측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매자는 AI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원재료 시장에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더 촘촘하게 관리되는 품질
식품 기업들은 내부 업무 효율화뿐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식품의 가장 기본이 되는 품질 관리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농심은 최적의 품질 구현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심이 업계 최초로 적용한 ‘사물인식 프로그램’이다.
이는 생산라인에 설치된 AI 프로그램 및 카메라가 수십만장의 제품 사진을 데이터화하고, 인공신경망이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농심의 이런 AI 검사 시스템은 제품의 인쇄 상태부터 포장 패턴 및 면의 굵기 등 세부 요소를 스스로 학습하며 오류를 줄여 제품별 기준을 정교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위생 관리를 위한 AI 시스템도 개발했다. 농심이 도입한 이 시스템은 AI가 작업자 출입 시 행동을 모니터해 위생 절차를 준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농심 관계자는 “전 공장에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발맞춰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선진화와 품질안전 관리로 식품안전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준공한 수출 전용 밀양2공장이다.
AI 기술이 적용된 이 공장은 생산 데이터의 즉각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이는 모든 공정의 품질 지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삼양식품은 AI 관련 기술 도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최근 산업통상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이 추진한 AI·로봇 실증 사업 현장으로 밀양공장을 제공했다.
오리온은 제조 AX 역량 강화를 위해 차세대 품질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회사는 데이터 기반 지능형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 글로벌 사업 확장의 발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식품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K푸드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품질력”이라며 “아무리 유명세를 탄 제품이라고 해도 기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AI는 품질 관리 측면에서 오차범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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