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X1 xDrive20i 시승기
패밀리카로 부족함 없는 크기
막내지만 주행 질감은 BMW 답게
기자는 ‘BMW X1 xDrive20i M 스포츠 패키지’를 약 800km 몰아봤다. 시승 코스는 서울 도심을 출발해 강원 영월을 거쳐 삼척까지 오가는 구간이었다. 답답한 도심 주행부터 고속도로, 산세가 우거진 강원도의 굽이진 고갯길까지 두루 달렸다. 그 과정에서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운전의 재미는 역시 BMW라는 점이다.
“차 어때.”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에게 물었다. 평소 차에 큰 관심이 없는 동승자도 X1을 보고 “예쁘다”고 말했다. 차가 작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고 했다. 되려 크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기자의 생각도 비슷했다. X1이 BMW SUV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인 만큼 기아 셀토스 정도의 크기를 떠올렸다. 실제 인상은 그보다 훨씬 컸다. 체감상 스포티지 크기에 가까웠다.
제원도 체감과 다르지 않다. BMW X1은 ▲전장 4500mm ▲전폭 1845mm ▲전고 1642mm ▲축거 2692mm다. 셀토스보다 전장은 70mm 길고 전폭은 15mm 넓다. 스포티지와 비교하면 전장은 185mm, 전폭은 20mm 좁다. 수치상으로 셀토스와 스포티지 사이에 있다. 다만, 전폭 차이가 크지 않아 실제 마주했을 때 스포티지에 가까운 존재감이다.
실내는 담백하다. 첫눈에 감탄이 나오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BMW 특유의 깔끔한 구성과 운전자 중심의 배치는 단번에 느껴진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진 커브드 디스플레이도 훌륭하다. 화면 시인성도 좋고, 그래픽도 깔끔하다. 하지만 실내 전체가 압도적으로 고급스럽다거나 동급 국산차보다 월등히 화려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공간은 잘 뽑았다. 특히 2열에서 만족스러웠다. 기자의 키는 182cm다. 운전석을 기자 체형에 맞춰 조정한 뒤 2열에 앉아도 무릎 앞 공간이 주먹 두 개 정도 남았다. 머리 공간도 답답하지 않았다. 엔트리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다. 이정도면 패밀리카로도 손색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은 다소 무거웠다. 건장한 체격인 기자에게도 묵직하게 느껴졌다. 체구가 작은 여성 동승자에게는 문을 여닫는 행위가 조금 버거워 보였다. 이 때문에 ‘조수석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안내 문구가 서너번 나오기도 했다. 묵직함이 안정감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타고 내릴 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도심에서 X1은 다루기 쉬웠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차체 크기로 인한 부담은 크지 않았다. 서울처럼 차량이 복잡하게 얽히고 차선 변경이 잦은 도심에서는 적당한 크기가 장점으로 다가왔다. 도심 주행에서 X1의 성격을 모두 알기란 어려웠다.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을 제외하곤 서울 시내에서 속도를 낼 일은 많지 않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이 대부분이다.
도심에서는 BMW 특유의 운전 재미보다 잘 만든 SUV를 타고 있다는 인상이 더 컸다. X1의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잘 드러났다. 일정 속도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차가 정말 미끄러지듯 달린다. 매끄럽고 투명한 빙판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여러 차를 시승하며 이런 느낌은 처음 들었다.
액셀을 깊고 강하게도 밟아 봤다. 이 때 발생하는 약간의 터보 랙(가속 초반 터보 엔진 반응 지연)은 오점이다. BMW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했다면 실망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엔트리 모델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핸들링은 부족함이 없었다. 스티어링 휠은 쫀쫀하면서도 부드러웠다. BMW다운 균형감이 잘 느껴졌다. 무게감도 적당했다. 가볍게 휙휙 돌아가는 느낌은 아니다. 최적의 무게감을 잘 맞췄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는 안정감이 있었다. 굽이진 도로에서도 부담 없이 차를 다룰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아래 있는 M 뱃지에도 괜히 시선이 갔다.
정숙성과 편의 사양도 준수했다. 특히 하만카돈 스피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음질은 당연히 깔끔했다. 공간을 채우는 음향의 밀도도 좋았다. 고요한 숲길을 달리며 선명한 음악을 듣는 경험은 장거리 주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풍절음도 잘 억제했다. 속도를 높여도 바람 소리가 크게 파고들지 않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BMW다운 기본기는 두루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걸러내는 데는 다소 아쉬움을 보였다. 특히 포장 상태가 고르지 않은 도로에서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이 선명하게 전달됐다. 가뜩이나 강원도의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에 더욱 피로하게 느껴졌다. 풍절음은 잘 막았지만, 울퉁불퉁한 노면 진동까지 매끄럽게 걸러내지는 못했다.
BMW X1 xDrive20i M 스포츠의 가격은 6790만원이다. 요즘 SUV 신차 가격을 생각하면 욕심내볼 만한 수준이다. 최근 국산 중형 SUV도 트림과 옵션을 더하면 4000만~5000만원대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입 브랜드 SUV를 처음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X1의 가격표는 매력적으로 다가 올 수 있다.
해당 모델에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을 내는 BMW 트윈파워 터보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여기에 7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와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인 BMW xDrive가 조합된다.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배분해 다양한 노면과 코너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X1은 BMW SUV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낮은 문턱이다. X1을 BMW SUV의 첫 단추라고 본다면, 이 단추는 잘 꿰였다고 말하고 싶다. 첫 단추의 역할은 모든 것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브랜드가 어떤 차를 만드는지, 다음 단추를 기대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그 기준에서 X1은 제 몫을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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