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지원금보다 시스템"…1200%룰이 바꾸는 GA 경쟁 [이코노EYE]
최근 만난 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대표의 말입니다.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설계사를 관리해 온 그는 의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는 7월 1200%룰 시행을 앞두고 GA업계가 술렁이고 있지만 정작 현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설계사에게 지급할 수 있는 초년도 수수료가 제한되면 리크루팅 시장이 얼어붙고 성장도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일부에서는 "중소 GA 상당수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1200%룰은 보험계약 체결 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초년도 수수료를 연간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이미 보험사에는 적용되고 있으며 오는 7월부터는 GA에도 본격 도입됩니다.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설계사들의 첫해 수익 감소 가능성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계약 초기에 수수료를 집중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는 초기 현금흐름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정착 초기 생활비 부담이 큰 신인 설계사나 영업 규모가 크지 않은 설계사들에게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설계사는 곧 경쟁력인 만큼 GA들도 긴장했습니다. 수익 감소가 설계사 이탈로 이어질 경우 리크루팅 경쟁력은 물론 영업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부터 업계에서는 "GA 몰살책" "설계사 대거 이탈" 등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이후 대형 GA들이 각종 영업지원금이나 정착지원금, 교육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부족해진 수수료를 보전해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어느 회사가 얼마를 보전해 주느냐", "어느 GA가 기존 소득 수준을 유지해 주느냐"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1200%룰 이후 리크루팅 경쟁이 수수료 경쟁에서 지원금 경쟁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취재 현장에서 만난 설계사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한 중견 설계사는 "지원금 몇백~몇천만원 차이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교육 체계와 영업 지원, 관리자 역량, 디지털 시스템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했습니다. 당장 목돈을 받는 것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고객을 관리하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보험영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에 가깝습니다. 처음 몇 달 잘 달리는 것보다 몇 년 동안 꾸준히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업계는 종종 '얼마를 주느냐'에만 몰두해 왔습니다.
1200%룰을 둘러싼 논란도 결국 같은 지점에 닿아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야 비로소 경쟁의 기준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상인들은 점포보다 신용을 먼저 쌓으라고 했습니다. '신용은 천금보다 무겁다'는 말도 있습니다. 보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설계사가 잦은 이동을 반복하면 고객은 불안해집니다. 담당자가 사라진 계약, 이른바 '고아 계약'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설계사들은 가장 많은 지원금을 주는 회사를 찾기보다 가장 오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 시장에서 길게 살아남고 싶다면 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교육 체계와 영업 지원, 디지털 시스템, 준법 문화와 브랜드 경쟁력이 리크루팅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설계사가 당장 수수료 경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높은 정착지원금과 초기 수수료를 좇는 움직임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최근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금융당국이 기대했던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1200%룰의 성패는 수수료 상한선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모으는 시장에서 시스템으로 사람을 키우는 시장으로 바뀔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대규모 설계사 조직과 자본력을 갖춘 초대형 GA들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력, 조직 규모에서 앞선 대형 GA들은 제도 변화 이후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설계사가 오래 머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GA들이 선택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1200%룰이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당신의 회사는 돈이 아니라 무엇으로 설계사를 붙잡을 수 있는가"입니다. 이번에 도입되는 1200%룰은 국내 GA 산업이 리크루팅 경쟁 중심 시장에서 시스템과 문화, 고객 신뢰 중심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생닭 버무린 손으로 키보드를?... 조회수 1715만 터진 뇌절 요리사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25/isp20260525000055.400.0.png)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연금 받아도 월 70만원뿐…“노후, 현금흐름부터 다시 짜야”(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어휴, 착한 사람”… 아이유, 역사 왜곡 논란 이후 결혼식서 포착 [IS하이컷]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美·이란 승자는? "트럼프 체면 차렸지만 실익은 미미"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최소 10배 잭팟…스페이스X ‘떡잎’ 알아본 투자사 어디?[마켓인]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할로자임 ‘타깃 계약’ vs 알테오젠 ‘물질 계약’…알테오젠 미소짓는 이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