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왜 못 막나” 환율 1500원대 고착화…한국은행 대응법은
- [고환율 시대 생존법]①
국민연금 스와프·구두개입에도 환율 고공행진
달러 풀면 신뢰 부담…“원화 가치 지나치게 저평가”
환율 1500원대…외국인 매도세가 기름 부어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15일 이후 지속해서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전쟁 이전 1450원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지난 3일 1505원으로 치솟은 데 이어 5일에는 1559.5원까지 상승했다. 1550원 돌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과 기업 원가 부담 확대, 금융시장 불안 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 수요와 기업들의 달러 확보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를 더욱 가파르게 만든 직접적인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다. 중동 전쟁·고유가·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 변수는 이미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고, 최근 장중 급등을 촉발한 직접적인 수급 요인은 외국인 매도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5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261억5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순유출 규모(21억3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유출 폭이 12배 이상 확대됐다.
당국, 방어 총력…국민연금 스와프·구두 개입
외환당국은 추가 시장 안정 조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대응의 초점은 특정 환율 수준 방어보다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 완화에 맞춰져 있다. 환율이 특정 수준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투입해 환율 자체를 끌어내리는 방식에는 신중한 모양새다.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과 650억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 거래를 2026년 말까지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국민연금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매수하는 대신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려 쓰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수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이 예치한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을 기존 올해 6월까지에서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로 했다. 은행들이 해외로 운용하던 외화자금을 국내에 예치하도록 유도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이에 더해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구두 개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시중은행 대상 외환 공동검사에 착수하며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 동향 점검에 나섰다.
달러 풀면 신뢰 하락…“원화 저평가 국면”
이론적으로 한국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직접적인 환율 안정 수단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시장 개입이다.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 달러 가격인 환율이 하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안전판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사용하면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김영익 한양대 교수는 “달러를 대규모로 공급하면 외환보유액이 줄어 들어 오히려 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시장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은 기준금리다. 통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원화 자산의 매력이 높아져 자본 유출을 막고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속해서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도 신현송 총재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이 장기화되기보단 향후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원화 가치 정상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영익 교수는 “환율을 결정하는 여러 경제 변수를 고려할 때 현재 원화 가치는 저평가된 상태”라며 “한국은행도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환율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닌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를 추진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고 향후 한·미 금리차 축소 가능성도 있다”며 “달러 가치 하락과 엔화·위안화 강세 등을 고려하면 현재 수준의 환율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역시 “1500원대 환율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원화 저평가 국면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이란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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