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불닭 엄마 김정수의 선택은 전병우…삼양 3세 승계 시계 빨라졌다
- [삼양家 3세 승계 시험대]①
김정수 회장, 장남에 주식 17만1500주 증여
내년 1월 취업제한 해제...복귀 가능성 희박 전인장 전 회장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국내 대표 라면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선 삼양식품의 승계 구도가 명확해졌다. 불닭볶음면 개발자로 알려진 김정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함께 뛰는 장남 전병우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에게 일부 지분을 증여하기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경영에서 물러난 전인장 전 회장의 회사 복귀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장악한 엄마와 아들
삼양식품에 따르면 전병우 전무는 내달 6일 김정수 회장으로부터 회사 주식 17만1500주를 증여받는다. 증여 이후 전병우 전무의 삼양식품 지분율은 2.87%(21만6250주)로 기존 대비 2.28%p 늘어난다. 반대로 김정수 회장의 삼양식품 지분율은 1.11%로 기존 대비 2.65%p 줄어든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초 승진한 김정수 회장이 보유 지분을 장남에게 증여한다고 해서 당장 사내 영향력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김정수 회장의 주식 증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너 3세에 대한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지분율 감소에도 김정수 회장이 사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불닭볶음면의 존재 때문이다. 김정수 회장은 식품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삼양식품에 출근해 불닭볶음면을 개발했다.
불닭볶음면의 등장은 삼양식품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됐다. 불닭볶음면은 현재 미국·중국·유럽 등 글로벌 10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이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매출은 지난해 2조3518억원까지 늘었다. 불닭볶음면이 처음 출시된 2012년 매출(2987억원)과 비교하면 약 7.9배 성장한 수치다.
김정수 회장의 이번 지분 증여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삼양식품 오너 3세의 승계구도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삼양식품 오너 3세는 김정수 회장의 장남 전병우 전무와 차녀 전하영이 있다. 차녀 전하영의 경우는 오빠 전병우 전무와 달리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정수 회장의 딸 전하영은 회사 경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카페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지분 역시 전병우 전무와 비교하면 많지 않다. 김정수 회장이 내달 삼양식품 주식 2만8500주를 증여해도 전하영의 지분율은 0.43%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낮아진 아빠 복귀 가능성
업계에서는 김정수 회장의 이번 지분 증여를 두고 오너 3세 승계 본격화 외에 또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삼양식품 내 오너 리스크 불씨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김정수 회장의 승진과 함께 장남 전병우 전무에 대한 지분 증여가 이뤄짐에 따라 전인장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K-라면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과거 오너 일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김정수 회장의 남편이자 전병우 전무의 아빠인 전인장 전 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현재 취업제한 조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앞서 지난 2018년 전인장 전 회장은 아내 김정수 회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삼양식품 일부 계열사로부터 라면 제조를 위한 자재를 납품 받는 과정에서 물품 대금을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0년 1월 삼양식품 오너일가의 횡령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전인장 전 회장은 2019년 1월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시작해 3년 뒤인 2022년 1월 석방됐다. 다만 석방 이후에도 전인장 전 회장은 삼양식품의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징역형을 받은 자는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 간 범죄 행위와 연관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전인장 전 회장에 대한 취업제한 조치는 내년 1월부로 해제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정수 회장은 전업주부에서 경영인으로 전환해 쇠퇴하던 회사를 일으켜 세운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삼양식품에 대한 국내외 이미지가 좋은 상황에서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오너일가의 경영 복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김정수 회장의 승진과 이번 지분 증여는 오너 3세 승계보다 전인장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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