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랜드 빈자리 꿰찬 CU…‘마트형 편의점’ 승부수 통할까
- 장보기 특화 ‘스마트 그로서리’ 잇단 출점…1~2인 가구 공략
킴스편의점 규제 논란 보완…편의점 업계 새 성장 모델 주목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기업형슈퍼마켓(SSM)과 편의점의 강점을 결합한 ‘스마트 그로서리’를 선보였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확산과 소비 패턴 변화로 대형마트와 SSM에서 이탈한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다. CU의 이번 시도가 성장 정체를 겪는 편의점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마트·슈퍼 수요 노리는 편의점
BGF리테일에 따르면 CU 스마트 그로서리는 현재 총 3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수원 1호점을 시작으로 6월 마포 2호점과 인천 3호점이 문을 열었다. 해당 점포는 업종상 편의점으로 등록돼 있다. 점포 운영은 모두 가맹 사업자가 맡고 있다.
스마트 그로서리는 ‘비축형 식자재 중심의 효율적 장보기’를 콘셉트로 한 CU의 장보기 특화 점포다. 해당 점포의 취급 상품은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간편식은 물론이고 마트·슈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과일·야채 및 상온·냉동 중심의 비축형 소규격 식자재 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BGF리테일은 CU의 스마트 그로서리가 시장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 배경에는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 중인 CU의 식재료 매출이 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의 전년 대비 식재료 매출 신장률은 ▲2023년 24.2% ▲2024년 18.3% ▲2025년 18.7%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마트·슈퍼의 장보기 수요가 편의점으로 유입된 덕분이라는 게 BGF리테일 측 분석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고물가 기조와 1~2인 가구 증가로 인해 대량 구매 중심의 대형마트 장보기 대신 필요한 만큼 가까운 곳에서 장을 보는 소비 패턴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은 고객 수요와 운영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CU 스마트 그로서리 확대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근거리 장보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주거 밀집 지역이나 1~2인 가구 비중이 높은 상권을 중심으로 스마트 그로서리 점포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킴스편의점과 닮은 듯 다른 전략
편의점 업계에서는 CU의 스마트 그로서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모델이 과거 규제 회피 논란이 일었던 ‘킴스편의점’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CU 스마트 그로서리 2호점은 킴스편의점이 폐업한 자리에 문을 열었다.
킴스편의점은 이랜드리테일이 지난 2023년 선보인 장보기 특화 점포로 SSM과 편의점을 결합한 사업 모델이다. 킴스편의점 론칭 당시 이랜드리테일은 ‘신선식품 장 보는 편의점’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과일·채소·정육 등 신선식품 비중을 최대 30%까지 늘렸다.
이랜드리테일은 킴스편의점 1호점 오픈 이후 2년 간 서울 내 점포를 5개까지 늘리며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이후에는 가맹 사업까지 추진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모색했다.
하지만 킴스편의점이 유통산업발전법(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모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산업통상부(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랜드리테일에 판매 품목을 타 편의점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편의점처럼 라면 취식 공간 등도 별도로 배치하라는 권고(행정조치)도 했다. 결국 이랜드리테일은 킴스편의점의 가맹 사업을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의 킴스편의점은 업계에서도 말이 많았던 모델”이라며 “BGF리테일도 킴스편의점 사례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해서 스마트 그로서리라는 점포 개발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스마트 그로서리 마포 2호점을 둘러본 결과 킴스편의점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SSM에 가까웠던 킴스편의점과 달리 편의점의 색채가 훨씬 강했다. 산업부가 당시 문제 삼았던 취식 공간도 마련돼 있었고, 식재료 비중 역시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기존 대형 편의점에 장보기 기능을 강화한 형태에 가까웠다.
학계도 두 모델을 동일 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킴스편의점과 달리 CU는 편의점 상품 소싱 역량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만큼 기존 편의점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장보기 기능을 강화한 모델”이라며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시장은 편의품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 그로서리처럼 상권 특성에 맞춘 차별화 모델은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편의점 업계는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한 편의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즉석조리 간편식 ▲프리미엄 디저트 ▲패션·뷰티 ▲와인 ▲장보기 기능까지 확대하며 점포의 역할을 넓히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CU의 스마트 그로서리가 시장에 안착할 경우 경쟁사들도 장보기 수요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GS25와 세븐일레븐 등도 관련 수요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신선식품 구색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는 CU 스마트 그로서리와 결이 다르지만 ‘근거리 장보기’ 수요 공략이라는 점에서 방향성이 유사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편의점과 SSM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됐지만 최근에는 1~2인 가구 증가와 근거리 소비 확산으로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며 “CU 스마트 그로서리의 성과에 따라 장보기 특화점은 편의점 업계의 새로운 점포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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