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세금 폭탄 피하려면, 코인 거래 기록 과하다 싶을 정도로 챙겨야" [이코노 인터뷰]
- [100억 코인 부자, 증명의 시간]⓻
김지호 세움 택스 세무사
해외 거래소·개인지갑은 여전히 과세 사각지대
“취득 금액 입증이 과세의 핵심”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가 2027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내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과세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까지 포함하면 취득가액 산정부터 거래 추적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는 것이다.
김지호 세움 택스 세무사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은 결국 거래 기록”이라며 “기록이 없으면 취득가액도, 실제 수익도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과세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사항과 제도적 보완 과제를 짚었다.
국내 거래소 밖은 여전히 ‘사각지대’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거래는 비교적 단순하다. 거래소에 ▲사고 판(매수·매도) 시점 ▲가격 ▲수량 등이 모두 기록되고 과세당국도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상자산을 개인 지갑으로 옮긴 이후다. 블록체인에는 어느 지갑에서 어느 지갑으로 자산이 이동했는지는 남지만 그 거래가 ▲매매인지 ▲증여인지 ▲대여인지 ▲단순한 본인 지갑 간 이동인지는 기록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과세당국이 거래 목적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스테이킹 보상(코인을 맡긴 대가로 받는 보상)이나 탈중앙화거래소(DEX) 유동성 공급 수익을 세법상 어떻게 분류할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수년 전 매수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김 세무사는 “지갑 내역에는 입출금 기록은 남지만 거래가 왜 이뤄졌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며 “거래 목적을 확인하려면 스마트컨트랙트(블록체인 기반 자동 계약)를 하나씩 분석해야 하는데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이를 모두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거래를 유형별로 분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든 투자자의 거래를 일일이 검증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과세가 시행되더라도 중앙화 거래소와 개인 지갑 사이에는 과세자료의 완성도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해외 거래소도 여전히 과세 사각지대로 꼽힌다. 국세청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할 국내법상 권한은 제한적이다. 거래소가 협조하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정보교환규정(CARF·카프)이다. 카프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용자의 거주지와 거래 정보를 과세당국에 보고하고, 각국 과세당국이 이를 정기적으로 교환하는 체계다. OECD는 첫 정보교환이 2027년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세무사는 “현재로서는 해외 거래소 정보를 정기적으로 확보할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카프”라면서도 “카프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이용한 거래까지 모두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은 다른 자산보다 이동이 쉬운 만큼 제도의 빈틈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참여국을 확대하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필요한 건 ‘지난 거래 자료’
세무 현장에서 가장 큰 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취득가액 산정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매도금액 전체가 아니라 매도가액에서 취득가액과 필요경비를 뺀 실제 이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예를 들어 2021년 가상자산을 매수한 투자자가 2027년에 이를 매도한다면 수년 전 얼마에 취득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여러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오가며 거래했거나 이미 폐업한 거래소를 이용했다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2027년 이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은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시가 가운데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는다. 과세 시행 이전 발생한 가치 상승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위한 장치다. 다만 실제 취득가액이 더 높은 경우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
김 세무사는 “가상자산 과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취득원가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오래된 거래소 기록과 개인 지갑, DeFi 거래를 개인이 모두 정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나 관련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과거 거래를 모두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세무 상담 현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금출처 조사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취득가액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어떤 증빙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그는 “가상자산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려면 결국 거래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자료가 없다면 전문가도 취득가액과 실제 수익을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거래소는 이용자가 요청하면 전체 거래 내역을 엑셀 파일 등으로 제공한다. 다만 조회·다운로드 기간에 제한을 둔 곳도 있어 과세 신고나 세무조사가 시작된 뒤 과거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김 세무사는 “사용했던 국내외 거래소의 거래 내역은 지금이라도 미리 내려받고, 자신이 이용한 지갑 주소도 목록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며 “사용하지 않는 지갑까지 뒤섞여 있으면 나중에 자금 흐름을 설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이어 “세무조사는 결국 납세자가 자신의 거래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증명하느냐의 문제”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련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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