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엔비디아 날개 단 이해진, ‘AI 팩토리’ 앞세워 해외로 영토 확장
- [네이버, 과거 영광 되찾나]①
네이버, 엔비디아 10억 달러 투자 유치
아시아·유럽·중동 ‘소버린 AI’ 수요 공략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라는 거대한 날개를 단 네이버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국가와 집단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AI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포부처럼, 탄탄한 기술과 인프라를 갖춘 네이버가 1GW(기가와트)급 ‘인공지능(AI) 팩토리’를 발판 삼아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네이버 3대 주주 오른 엔비디아
네이버는 지난 7월 27일 엔비디아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억 달러(약 1조4809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22년 만이며, 2008년 코스피(KOSPI) 이전 상장 이후로는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네이버 보통주 724만1564주(지분율 4.5%)를 취득하며 네이버의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주주 가치 제고 정책도 가동된다. 네이버는 1조원 규모에 해당하는 자사주 490만주를 오는 8월 3일 전격 소각하기로 했다. 외국인 자본 및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면서도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1조 달러(약 148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거대 대체투자사 브룩필드와 9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자금 조달 및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한 독점적 우선협상 사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네이버는 AI 팩토리 사업의 최대 난제였던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안정적 수급’과 ‘초대형 데이터센터 인프라 조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1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 기반을 다졌다.
특히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팩토리라는 새로운 개념의 사업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엔비디아가 처음 구상한 AI 팩토리는 GPU 서버나 액체 냉각 시스템 등 물리적·기술적 공간 인프라 위에 AI 모델과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적 역량을 결합한 형태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이나 연산 공간을 넘어, 원자재를 넣어 제품을 찍어내듯 ‘지능을 생산해 내는 공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젠슨 황이 네이버 택한 이유는
글로벌 AI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한국 플랫폼 기업에 거액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즉시 실행 가능한 풀스택 AI 역량’과 ‘빠른 인프라 구축 속도’가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자체 설계·운영 ▲GPU 클러스터링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국내 상용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전 영역을 독자적으로 운영해 온 ‘완성형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19년에는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지난 20여 년간 냉각·전력 제어·초고속 네트워크 등 핵심 기술도 꾸준히 내재화해 왔다.
무엇보다 엔비디아가 가장 주목한 대목은 ‘속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 외에도 전국 20여 곳에 대규모 GPU 상면(서버 설치 공간)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두고 있다. 표준 서버 사양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기업들의 자원 요청부터 실제 서비스 개시까지의 소요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인 10만장 수준의 GPU 클러스터를 운영하며 장애 복구 자동화와 100% 모니터링 체계를 갖췄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공동 사업 주체로서 기술 제휴·자본·수요를 아우르는 통합 ‘AI 컴퓨트 파트너십’ 계약 체결도 논의하고 있다.
1GW급 AI 팩토리 야망
네이버·엔비디아·브룩필드는 지난 6월 발표했던 ‘각 세종’ 데이터센터 내 55MW(메가와트) 규모의 엔비디아 DSX AI 팩토리 초기 구축 계획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2028년까지 기존 계획의 3배가 넘는 200MW 규모로 AI 팩토리 연산 용량을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꿈의 수치로 불리는 1GW급 초대형 소버린(주권) AI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각 세종을 거점 삼아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소버린 AI 수요를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글로벌 영토 확장 전략은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을 확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의 2025년 연간 매출은 12조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늘었지만 ▲콘텐츠 ▲C2C(개인 간 거래) ▲엔터프라이즈 등을 합한 해외 사업 비중은 28.9%에 머물렀다. 네이버 플랫폼 내 광고 사업이 절반에 가까운 45%를 기록했다. 2027년부터 글로벌 GPUaaS(서비스형 GPU)와 AI 팩토리 매출이 더해지면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을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될 전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2028년까지 200MW를 달성한 뒤 최종적으로 1GW까지 확충하겠다는 계획에는 향후 해외 거점 구축 가능성까지 포함돼 있다”며 “국내 거점 증설을 발판 삼아 향후 해외 지역으로까지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이번 성과는 글로벌 AI 협력 무대에서 입증되며 국가 차원의 AI 대도약 전략과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K-AI 서밋’에서 “대한민국은 글로벌 AI 생산기지이자 혁신의 토양이 되고 세계 기술과 자본, 인재와 아이디어가 연결되는 대체 불가의 글로벌 AI 협력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AI의 두뇌가 될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를 연결해 세계적인 AI 허브를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의장 역시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그간 축적해 온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글로벌 무대로 스케일업할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며 “국가와 집단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소버린 AI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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