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대매매 부담 줄고 기관 저가매수 유입
실적보다 수급 개선…추세 전환은 '아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말부터 4거래일 동안 24% 넘게 상승하며 단기간에 낙폭 상당 부분을 만회했다. 같은 기간 사상 처음으로 3거래일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수급이 급격히 개선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30일만 해도 코스닥은 4월 장중 고점(1226.18) 대비 47.4% 하락한 상태였다. 반등이 시작된 이후에는 사상 처음으로 3거래일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단기적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번 반등은 기업 실적 개선보다 수급 환경 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까지 코스닥 시장은 급격한 주가 하락과 함께 신용융자 반대매매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강제 청산 물량이 상당 부분 소화되면서 추가적인 매도 압력이 완화됐고, 이를 계기로 기관투자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빠르게 감소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4월 말 11조500억원에서 이달 3일 5조8300억원으로 47.2% 줄었다. 신용거래 잔고가 절반 가까이 감소하면서 추가 반대매매 가능성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의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 청산 자체가 새로운 매수 수요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강제 매도 압력이 감소하면서 하방 위험이 완화됐다"며 "현재 반등은 기업 펀더멘털 개선보다 가격 형성 조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장기 자금 유입 여부가 추세 결정
기관투자가의 수급 변화도 눈에 띈다. 기관은 최근 4거래일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 1조9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투자신탁과 사모펀드 등 기관성 자금이 낙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유입되면서 반등 폭을 키웠다.
이는 올해 상반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상반기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개인투자자 자금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통해 반도체 업종으로 집중됐다. 반면 제약·바이오와 로봇, AI 소부장 등 코스닥 성장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며 낙폭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최근 나타나는 코스닥 강세를 이 같은 수급 쏠림이 완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 규제가 시행되면서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가 위축됐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중소형 성장주로 일부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관 수급이 반도체에서 코스닥으로 이동했고 제약·바이오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다"며 "신용융자 감소로 추가 반대매매와 기계적인 매도 압력이 줄어든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모두 코스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는 현금 비중을 확대하거나 코스피 다른 업종 또는 해외시장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중심의 극단적인 자금 쏠림이 완화되면서 코스닥 시장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는 증권가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로 대형 반도체 쏠림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중소형 성장주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규제로 감소한 자금이 모두 코스닥으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면서 낙폭 과대 종목 중심의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 기대감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연기금 벤치마크의 코스닥 반영 확대, 국민성장펀드 조성,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코스닥 프리미엄 지수 출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코스닥 승강제와 상장폐지 제도 개편 역시 중장기적으로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정책 기대만으로 추세적인 상승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 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실적 변동성이 큰 기업이 많아 수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이 실제 유입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번 반등 역시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회복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4일 기준) 개인 순매수 상위 ETF 3위는 'KODEX 코스닥150'으로 순매수 규모는 93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익률은 12.54%였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도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단기 반등 기대가 레버리지 상품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순환매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낙폭이 컸던 성장주로 분산되는 과정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코스닥의 추세적 강세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투자신탁과 연기금의 순매수 지속 여부, 중소형주의 실적 개선,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실제 수급으로 연결되는지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연구원은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투자신탁과 연기금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중소형주의 이익 개선이 확인돼야 한다"며 "현재는 수급 정상화에 따른 반등 성격이 강한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는지 여부가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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