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잘될 땐 비싸”…보험사·핀테크가 지금 저축은행 사려는 이유
- [저축은행, 주인이 바뀐다]②
금융 라이선스에 수신·여신 기반까지 한 번에 확보
실적 회복에도 건전성 부담 여전…낮아진 몸값 매력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업계에 오히려 인수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연체율 상승 등으로 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보험사부터 핀테크까지 저축은행 인수에 잇따라 뛰어드는 모습이다. 금융업 라이선스와 수신·여신 기반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낮아진 몸값도 매력으로 꼽힌다.
보험사·핀테크까지…저축은행으로 몰리는 인수자들
최근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인수 주체뿐 아니라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보험사부터 핀테크 업체까지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지만 각자가 그리는 밑그림은 서로 다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약 9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4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인수를 금융지주사 전환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교보생명은 은행 등 여수신 금융회사와 손해보험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SBI저축은행 인수로 교보생명은 생명보험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수신과 여신 기능을 갖춘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확보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핀다가 대원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 핀다는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상품을 직접 설계·제공하고, 기존 대출 비교·중개를 넘어 직접 금융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저축은행 인수를 선택했다.
핀다와 저축은행의 고객층이 겹친다는 점도 인수 배경이다. 핀다의 주요 고객은 신용점수 600~700점대 중저신용자로,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층과 맞닿아 있다. 특히 핀다는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고객 상담부터 심사·운영·리스크 관리까지 전 과정을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설계한 ‘AI 네이티브 뱅크’(Native Bank)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핀다는 금융당국에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관련 서류를 제출한 상태로 대주주 변경 심사를 받고 있다. 핀다는 연내 인가와 대주주 변경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저축은행업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핀다 관계자는 “대원저축은행은 규모 면에서는 작은 것이 사실이지만 핀다의 새로운 AI 금융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측면에서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황은 아직인데 왜?…‘금융회사 하나’를 통째로 산다
인수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저축은행을 선택하는 데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금융업 라이선스와 이미 구축된 영업 기반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은 고객으로부터 예·적금을 받을 수 있는 수신 금융회사인 동시에 이를 재원으로 대출 등 여신 사업도 할 수 있다. 새로운 금융회사를 설립해 인허가를 받는 대신 기존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수신과 여신 기능은 물론 기존 고객과 영업 기반까지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핀다처럼 기존 금융업의 영역을 넓히려는 기업에는 저축은행의 수신·여신 기능 자체가 매력적이다. 다른 금융회사의 상품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수신 금융기관이라는 것 자체가 ‘면허 사업’이고 신규 진입도 쉽지 않다”며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수신 고객과 대출 고객 등 기존 고객 기반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M&A 진입 부담이 낮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은 소유지분 제한이 없는 데다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보다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업에 새로 진출하거나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인허가를 받고 영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적은 살아나는데 몸값은 아직…‘살 만한 때’
업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적은 반등하고 있지만 건전성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어 저축은행의 기업가치가 과거 호황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440억원보다 658.6% 증가했다. 비이자이익 확대와 충당금 부담 완화 등에 힘입어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반면 건전성 부담은 여전하다. 1분기 연체율은 6.7%로 전 분기보다 0.7%포인트 올랐고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8.4%에서 8.6%로 상승했다. 수익성은 회복되고 있지만 업권을 짓눌러온 건전성 문제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실적 회복의 신호는 나타나지만 업황과 기업가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잠재적 인수자에게는 지금이 오히려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잘될 때는 가격이 비싸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매수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살 만한 타이밍’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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