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용 줄여도 콘서트는 못 접어”…은행들이 가을 공연에 돈 쓰는 이유 [김윤주의 금은동]
- 티켓 응모는 앱에서…공연 한 번으로 고객 접점 넓혀
청년 멤버십·체험형 기부…은행별 전략도 눈길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올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매년 하던 콘서트 행사 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어요.” 은행권 한 관계자의 말이다. 비용 효율화 기조가 짙어지면서 마케팅과 행사 예산도 손질 대상에 올랐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해마다 이어온 대형 콘서트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비용을 줄이더라도 고객과 직접 만나는 대표 행사는 남겨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가을에도 은행권 공연 경쟁은 이어진다. KB국민은행은 9월 19~20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KB 조이올팍 페스티벌 2026’을 연다. 우리금융그룹도 KB 행사 첫날과 같은 19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사회공헌 콘서트 ‘2026 우리 모모콘’을 개최한다. IBK기업은행은 10월 3~4일 일산 킨텍스에서 ‘2026 입크페스티벌’을 연다.
공연의 외형만 보면 음악을 매개로 고객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행사다. 하지만 은행들이 공들여 설계한 것은 무대 밖이다. 티켓 응모부터 행사 참여까지 모바일뱅킹 앱과 자체 플랫폼으로 연결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이를 멤버십 가입과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가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청년 고객 모으자…멤버십 가입하면 당첨 확률 두 배
KB국민은행의 조이올팍 페스티벌은 KB스타뱅킹 이용 고객이 앱 이벤트 페이지에서 티켓 구매권에 응모하는 방식이다. 추첨을 통해 7000명에게 1인당 2매의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 티켓 2매 가격은 총 2만원이며, 판매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
특히 KB국민은행은 ‘KB Youth Club’ 가입 고객에게 당첨 확률을 두 배로 제공한다. 공연 티켓을 계기로 앱에 들어온 고객이 유스 멤버십까지 가입하도록 설계한 셈이다.
공연 구성도 젊은 고객층을 겨냥했다. 지코와 사이먼 도미닉·청하·에픽하이·10CM 등 인지도 높은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고 신진 아티스트를 위한 별도 공연도 운영한다. 티켓이 없는 시민도 즐길 수 있도록 수변무대를 개방한 점도 특징이다. 플리마켓과 푸드존·체험 부스·포토존 등을 갖춰 공연 관람 전후 체류 시간도 늘린다.
KB국민은행은 사회소외계층 초청과 다회용기 확대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도 행사에 담았다. 공연 흥행뿐 아니라 ‘청년 고객에게 친숙하고 나눔에도 적극적인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남기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기부로 ‘나눔 이미지’ 얻고…개인고객과 거리 좁혀
우리금융은 콘서트의 성격을 아예 사회공헌으로 규정했다. ‘우리 모모콘’은 우리은행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과 문화·공연 티켓 플랫폼 ‘투더문’을 통해 무료 응모를 받는다. 공연 관람객 전원에게 서울랜드 자유이용권도 제공해 콘서트와 놀이공원을 함께 즐기는 하루짜리 경험으로 구성했다.
행사 현장에는 8개 주요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하는 ‘NGO 타운’과 굿윌스토어 부스, 팀코리아 스포츠 미니게임 체험존 등이 마련된다. 관람객의 참여가 기부로 이어지는 ‘함께터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우리금융은 행사 당일 그룹 차원의 대규모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연 관람을 위해 앱이나 플랫폼을 찾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직접 권하기보다, ‘나눔에 참여하는 금융그룹’이라는 브랜드 경험을 먼저 심는 방식이다. 무료 공연과 놀이공원 이용권, 체험형 기부를 결합해 고객의 진입 장벽을 낮춘 점도 눈에 띈다.
기업은행은 올해 입크페스티벌을 기존 하루에서 이틀로 확대했다. 2023년 시작한 행사지만, 올해는 개인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행사 기간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티켓 응모는 i-ONE Bank 개인 앱에서만 가능하다.
중소기업 지원을 본업으로 하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기업금융 이미지가 강한 만큼 개인고객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이에 공연과 푸드존·이벤트존·홍보부스를 결합한 축제를 통해 ‘개인도 찾는 은행’으로 브랜드 접점을 넓히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콘서트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행사다. 인기 가수 섭외비와 무대·안전·운영 비용, 홍보비까지 감안하면 단발성 비용만으로 효율을 따지기 쉽지 않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비용 절감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행사 예산이 먼저 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젊은 고객과 만날 수 있는 드문 대면 접점이라는 강점이 있다. 금융상품은 필요가 생겼을 때만 찾기 쉽고, 모바일 앱은 송금이나 조회를 마치면 곧바로 닫히기 마련이다. 반면 공연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앱에 접속하고 친구·가족과 현장을 찾으며 브랜드를 오래 경험하도록 만든다.
은행권 관계자는 “콘서트는 다양한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은행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좋다”며 “공연과 체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하면 일회성 행사를 넘어 고객과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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