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환율 ‘뚝뚝’…K조선 ‘적정 환헤지’ 전략 바뀌나
- 환율 10원에 영업익 수백억 출렁…100% 완전 헤지가 정답일까
선박 건조 대금의 대부분을 달러로 수령하는 조선업 특성상 환율 하락은 원화 환산 매출과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깎아먹는 요인이다. '100% 완전 헤지'로 위험을 완전히 차단할 것인가, 아니면 '일부 환노출'을 통해 상방 이익을 열어둘 것인가를 두고 조선 3사의 위험관리(RM) 셈법이 치열해지고 있다.
"환율 10원 떨어지면…" 한화 177억 감소-삼성 '영향 無'
환헤지 전략의 차이는 이미 실적 민감도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분기 말 수주잔고와 선도환 매도 금액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분기 영업이익 민감도는 업체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한화오션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가파르다. 한화오션은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분기 영업이익이 177억원가량 줄어들어 국내 조선사 중 환율 하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HD현대중공업이 141억원, HD현대삼호가 66억원 순으로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클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일찍이 완전 헤지 전략을 취해온 삼성중공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영업이익 영향이 사실상 ‘zero(0원)’에 수렴했다.
환율 하락 폭을 100원으로 넓히면 충격파는 더 커진다. 3분기 평균 환율이 2분기(평균 1502원) 대비 100원 떨어질 경우, 오직 환율 효과만으로 한화오션의 영업이익률은 3.9%p, HD현대삼호는 2.1%p, HD현대중공업은 1.9%p 각각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환율이 급락해도 영업이익률에 변동이 거의 없다.
다만 환노출 전략이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다. 미래에 받을 달러를 현재 환율로 고정하는 환헤지는 환율 하락 위험을 막아주지만, 반대로 환율이 상승할 때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Upside)을 포기해야 한다.
실제 2분기 고환율 국면에서 한화오션은 경쟁사 대비 낮았던 환헤지 비율 덕을 톡톡히 봤다. 고선가 선박 매출 확대에 고환율 효과가 더해지며 상선 부문에서 무려 22.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화오션이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9% 안팎에 불과했던 환헤지 비율을 최근 70%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린 배경이다. 당초 한화오션은 낮은 헤지 비율에 대해 "환율 전망 때문이 아니라 미국 방산 및 해양 투자에 필요한 자체 달러 수요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해명했으나, 환율 변동성이 극대화되자 결국 헤지 비중을 대폭 상향하는 수정 전략을 택했다.
조선업은 수주부터 인도까지 2~3년 이상이 소요되고, 달러 매출뿐만 아니라 해외 기자재 구매 등 달러 지출(자연 헤지)도 함께 발생한다. 따라서 무조건 100% 헤지가 정답은 아니며, 각 사의 현금 흐름과 위험 성향에 따라 적정 수준이 달라진다.
이처럼 조선사별로 실적 민감도가 엇갈리는 이유는 각 사가 택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보수적 방어형’을 취한 삼성중공업은 사실상 100%에 가까운 완전 헤지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아예 차단하고, 수주 당시 확정한 마진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안정성 우선’ 기조다.
반면 HD한국조선해양 계열은 약 75% 안팎의 헤지 비율을 유지하는 ‘중립형’ 전략으로 순노출(Net Exposure) 위험을 관리 중이다. 일정 수준의 환율 상승 이익을 누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급격한 하방 위험은 차단하는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최근 헤지 비율을 70% 이상으로 급격히 끌어올렸듯이 ‘유연형’에서 ‘강화형’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해외 투자용 달러 집행 일정과 환율 급락에 따른 수익성 방어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셈법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헤지 전략에 하나의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라며 "수주 당시 목표로 한 이익률을 온전히 지켜내는 보수적 관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비중의 환노출을 통해 추가 수익 기회를 남겨둘 것인지는 각 조선사의 재무 전략과 글로벌 사업 계획에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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