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SK바이오팜, 1조1000억에 '오파칼림' 품은 진짜 이유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Opakalim)’을 총 7억9500만 달러(약 1조 996억원) 규모에 전격 도입하며 ‘글로벌 빅 바이오텍’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상반기 영업이익 1868억원을 달성하며 확실한 흑자 구조를 정착시킨 SK바이오팜이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만 4억 달러(약 5532억원)에 달하는 대형 딜을 단행한 배경을 두고 제약 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바이오팜, 왜 또 뇌전증인가
26일 SK바이오팜은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인 바이오헤이븐(Biohaven Ltd.) 및 바이오헤이븐 바이오사이언스 아일랜드와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의 전 세계 독점 개발 및 상업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의 총 규모는 최대 7억9500만 달러(약 1조 996억원)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현금 4억 달러(약 5532억원)로, 거래 종결 시 3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1년 뒤 나머지 5000만 달러를 납부하는 구조다. 이후 개발 및 허가 단계에 따라 최대 3억9500만 달러(오파칼림 3억3500만 달러, 기타 Kv7 화합물 6000만 달러)의 마일스톤이 지급되며, 상용화 이후 미국 순매출에 따른 별도 로열티가 추가된다.
오파칼림은 신경세포의 과흥분을 억제하는 선택적 칼륨 채널(Kv7.2/7.3) 활성제로, 새로운 기전의 차세대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성인 부분발작(POS)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다. 개발 연속성을 위해 임상은 당분간 바이오헤이븐이 계속 수행하며 관련 비용은 SK바이오팜이 부담한다. 올해 말 임상의 첫 탑라인 결과를 확보하고, 2028년 두 번째 임상 결과를 거쳐 이르면 2029년 중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날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15년을 내다보는 파이프라인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오파칼림 인수는 세노바메이트 이후의 성장 백본을 구축함과 동시에, 수년에 걸쳐 미국 현지에 구축한 직판 인프라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초로 FDA 승인 신약인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독자 개발부터 미국 현지 직판망 구축까지 성공시킨 독보적인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단 하나의 블록버스터 제품에 전체 매출이 의존하는 '원-프로덕트 컴퍼니'라는 약점이 공존했다.
특히 엑스코프리의 미국 물질특허가 2032년 10월 만료됨에 따라, 2030년대 이후 발생할 '특허 절벽'을 메울 차세대 프로덕트 확보가 과제로 꼽혔다. 오파칼림의 물질특허는 2039년까지이며, 특허기간 연장제도(PTE) 활용 시 2040년 이후까지 장기 독점권을 가져갈 수 있다.
미국 전담 영업망과 시너지 극대화
이번 계약이 단순한 대체재 확보를 넘어선 이유는 두 약물의 독특한 '상호 보완적 시너지'에 있다.
올해 미국 뇌전증 치료 시장에서 브랜드 신약 1위에 오른 엑스코프리는 난치성 환자에게 약 20%의 '완전 발작 소실'을 끌어낼 만큼 압도적인 약효를 자랑하지만, 부작용 이슈로 인해 중증 환자 위주의 뇌전증 전문의 처방 비중이 80%에 달했다. 부작용에 민감한 일반 신경과 의사들에게는 접근 장벽이 존재했던 것이다.
반면 오파칼림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졸음,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는 가바(GABA) 기전을 건드리지 않아 우수한 내약성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했다. 블라드 코릭 바이오헤이븐 회장 겸 CEO 역시 "오파칼림은 뇌전증 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낮추면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핵심 자산"이라며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밝혔다.
이동훈 사장은 "엑스코프리가 중증 환자를 타깃하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라면, 오파칼림은 일반 신경과 의사들도 부작용 부담 없이 초기 환자에게 편하게 처방할 수 있는 완벽한 보완재"라며 "두 약물을 결합해 미국 뇌전증 시장 전체를 그물망처럼 장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신약 승인 시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의 150명 이상 미국 전담 영업 조직과 주요 뇌전증 센터 및 신경과 네트워크를 즉시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속도감 있게 초기 시장을 점유한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오파칼림과 관련해 확보한 Kv7 디스커버리 플랫폼 권리를 통해 향후 소아 뇌전증·전신발작으로의 적응증 확대, 두 기전을 결합한 복합제 개발, 우울증·통증·이명 등 추가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이 뇌전증 관련 차세대 프로덕트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여진다"며 "향후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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