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美 4만개 매장 뚫은 불닭…그러나 “우리는 아직 도전자”
- [K라면 열풍, 진짜일까]④
신용식 삼양아메리카 법인장 인터뷰
美 현지 점유율 마루찬·닛신 70% 견고
“‘간식 영역’서 ‘한끼 식사’로 인식 바꿀 것”
신용식 삼양아메리카 법인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삼양식품은 2021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미국 법인을 세웠다. 신 법인장은 2023년부터 현지에서 모든 삼양식품 제품의 미국 내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미국 내 성장세는 가파르다. 미국 법인은 지난해에만 약 4억1900만달러(약 5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약 60% 성장한 수치다. 2022년(약 5000만달러·약 700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8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미국 주도권 쥔 일본 라면
성장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미주 지역 매출은 각각 1850억원, 20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합산한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45% 늘어난 3886억원에 달한다.
이런 흐름에도 신 법인장이 삼양식품과 불닭볶음면을 도전자라고 강조한 이유는 라면 종주국 일본의 영향력 때문이다. 현재 미국 시장은 마루찬과 닛신 등 일본계 브랜드가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국 라면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신 법인장은 “수치적으로 열세인 것은 맞다”면서도 “라면 부문에서 신규 성장의 상당 부분은 한국 브랜드가 견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수년 내로 미국 시장에서 마루찬·닛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매쿼리(Macquarie)는 삼양식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오는 2028년 23.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11.4%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최근 정부 통계도 한국 라면의 미국 내 영향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K-푸드 수출액은 10억4000만달러(약 1조4400억원)를 기록했다. 관련 수치가 반기 기준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견인한 것이 수출액 최대 품목인 라면(1억7530만달러)이다.
신 법인장은 한국 라면의 인지도가 기존과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확신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바이어들로부터 ‘한국 라면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제는 신제품을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테이블을 주도할 만큼 브랜드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인지도만 달라진 것도 아니다.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삼양식품의 모든 제품이 미국 주요 채널에 입점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 약 4만개 매장에 회사 제품이 입점해 있다. 이는 2023년 말 1만5000개에서 2년 반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 법인장은 “삼양식품 제품들은 월마트·코스트코·타겟·크로거·앨버슨·샘스 등 미국 내 주요 유통 채널에 모두 입점돼 있다”며 “대부분의 인스턴트 누들 메인 매대에도 우리 제품이 진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안 푸드 매대에서는 ‘불닭브랜드 존’ 같은 스페셜 매대 구성도 돼 있어 소비자 노출도가 현지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현재 대부분의 매대에서 마루찬·닛신 등 현지 상위 제품들과 같이 노출돼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법인장은 삼양식품이 미국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배경으로 ▲가격 전략 ▲제품력 ▲K-컬처의 확산 등을 꼽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며 “가격은 브랜드의 가치이며, 맛과 제품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디서든 인정을 받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컬처의 확산과 챌린지 영상의 확대는 미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불닭을 시도하게 만들어준 원인”이라며 “이후 불닭제품의 맛과 제품의 완성도가 지속적인 성장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삼양식품의 미국 내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신 법인장은 “우리의 방향성은 현지화를 하되 본질은 지킨다는 것”이라며 “이에 맞춰 미주 시장을 겨냥한 전용 제품, 패키지 등을 개발해 계속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재구매 확산이다. 신 법인장은 “입점은 상당 부분 끝났기 때문에 1인당 구매 빈도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사용 상황의 확장을 통해 재구매 빈도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불닭은 아직 ‘간식의 영역’에 있는데, 향후 ‘한끼 식사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제품이 한 끼 식사로 대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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