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오르막은 가볍게, 내리막은 단단하게” 나이키가 ‘피클주스’ 신은 이유
- 100마일 산악 레이스에서 출발한 트레일 러닝화
3년간 선수 인사이트 반영
20개 프로토타입·100명 이상 테스트 거쳐 완성
듀얼 덴시티 줌X·독자 접지 플랫폼 ‘고어텍’ 적용
젖은 노면 접지력 45% 향상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오르막에서는 가볍게 치고 올라가고, 내리막에서는 발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나이키가 100마일(약 161㎞) 이상 이어지는 험준한 산악 레이스에서 트레일 러너들이 겪는 한계를 신발 한 켤레에 담았다. 이름부터 독특한 ‘피클주스(Picklejus)’를 통해 장거리 트레일 러닝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퍼포먼스 시스템을 선보인다.
나이키 ACG(All Conditions Gear)는 장거리·고산 트레일 러닝화 ‘ACG 피클주스’를 공개했다. 몽블랑과 같은 고산 지형을 장시간 달리는 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인 오르막 효율성과 내리막 보호력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피클주스는 단순한 트레일화가 아니라 나이키 스포츠 리서치 랩(NSRL)의 생체역학 연구를 기반으로 개발한 통합 퍼포먼스 시스템이다. ACG 풋웨어 가운데 NSRL을 통해 개발된 첫 번째 이노베이션으로, 약 3년 동안 선수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10차례 연구와 20개 프로토타입 개발을 거쳤다. 100명 이상의 선수가 실험실과 실제 산악 환경에서 제품 테스트에도 참여했다.
핵심은 코몰드(co-molded) 듀얼 덴시티 초임계 폼 플랫폼이다. 서로 다른 밀도의 줌X(ZoomX) 폼을 접착하거나 단순히 층층이 쌓는 대신 하나의 구조로 결합했다. 중앙의 부드러운 줌X 코어는 장거리 러닝에서 쿠셔닝과 충격 흡수를 담당하고, 이를 둘러싼 단단한 안정성 링은 지지력과 안정성을 높인다.
덕분에 오르막에서는 추진 효율을 높이고, 충격이 반복되는 내리막에서는 발과 신체에 전달되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산악 지형에서 한쪽 성능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했던 기존 트레일 러닝화의 한계를 겨냥한 셈이다.
접지력도 강화했다. 아웃솔에는 ACG가 자체 개발한 접지 플랫폼 ‘고어텍(GOATEK)’을 적용했다. 다섯 차례의 장기 착화 테스트와 1만8000마일(약 2만9000㎞) 이상의 실착 테스트를 거쳤으며, 나이키 측에 따르면 젖은 노면에서의 접지력은 45%, 마모 저항성은 25% 향상됐다.
어퍼에는 트레일 환경에 맞춰 조정한 플라이니트(Flyknit)를 적용했다. 젖은 바위부터 불규칙한 흙길, 급경사와 내리막까지 시시각각 바뀌는 지형에서 발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도록 설계했다.
제품명에도 선수들의 경험을 담았다. ‘피클주스’는 장거리 스포츠 선수들이 근육 경련에 대응하기 위해 마시는 피클 주스에서 착안했다. 신발 밑창의 곡선 역시 오이 피클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트레일 러닝이 단순한 아웃도어 패션을 넘어 고기능성 스포츠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신발 역시 디자인보다 실제 지형에서의 성능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레일 러닝은 러너가 경험하는 지형과 주행 시간이 일반 러닝보다 훨씬 다양하다”며 “장거리·고산 환경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실제 제품 성능으로 연결하는 기술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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