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쉐이크쉑 10년, 허희수의 새 도전]①
창사 33년 만의 아시아 1호점…쉑쉑 강남대로점 옆에 문 열어
치폴레 첫 해외 합작법인…한국·싱가포르 독점 운영권 확보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쉐이크쉑’(Shake Shack)을 한국에 도입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의 성장을 이끈 허희수 상미당홀딩스(옛 SPC그룹) 최고비전책임자(CVO·사장)가 약 10년 만에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허 사장이 쉐이크쉑에 이어 선택한 브랜드는 미국의 대표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Chipotle)다. 치폴레가 쉐이크쉑처럼 국내에 새로운 외식 시장을 열고 멕시칸 푸드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 매출 1위 쉐이크쉑 강남점…연평균 25% 성장
지난해 9월 상미당홀딩스 계열사 빅바이트컴퍼니는 ‘치폴레 멕시칸 그릴’(Chipotle Mexican Grill, Inc.·이하 치폴레)과 합작법인(JV) ‘에스앤씨레스토랑홀딩스’(S&C Restaurants Holdings Pte. Ltd.·이하 S&C)를 설립하고 한국과 싱가포르의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다.
상미당홀딩스는 지난 9월 2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치폴레 강남점을 열었다. 치폴레의 한국 1호점이자 아시아 첫 매장이다.
1993년 미국에서 시작된 치폴레는 부리토(Burrito)와 부리토 볼(Bowl), 타코(Taco), 퀘사디아(Quesadilla) 등 멕시코 전통 음식을 현대적으로 선보이는 패스트 캐주얼(Fast Casual) 브랜드다. 미국 젊은 세대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해 2006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고, 2011년에는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편입됐다.
한국에서도 낯선 브랜드는 아니다. 미국 유학이나 여행 중 치폴레를 접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 여행의 ‘필수 방문지’ 중 하나로 꼽혀왔다. 지난 7월 22일 치폴레 국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한국 진출 예고 게시물은 공개 27일 만에 ‘좋아요’ 2만6000개와 댓글 830여개를 기록했다.
치폴레 강남점은 쉐이크쉑 강남대로점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 강남대로점은 신논현역 인근에서 운영하던 쉐이크쉑 국내 1호점 강남점을 2023년 강남역 인근으로 이전한 매장이다. 치폴레가 첫 매장을 이곳에 낸 데는 쉐이크쉑의 성공 경험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7월 문을 연 쉐이크쉑 강남점에는 개점 전날부터 1500명이 넘는 대기자가 300m 이상 줄을 섰다. 하루 평균 버거 약 3000개를 판매하며 개점 7개월 만에 전 세계 매출 1위에 올랐고, 2호점인 청담점도 매출 상위 3위권에 진입했다.
평균 대기 시간이 2~3시간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끈 쉐이크쉑은 매출이 연평균 25%씩 증가했다. 매년 3개가 넘는 매장을 추가하며 ‘2025년까지 매장 25개 이상 개점’이라는 목표도 2024년 조기 달성했다.
국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도 확대했다. 상미당홀딩스는 2019년 싱가포르에 쉐이크쉑 첫 매장을 연 뒤 말레이시아까지 진출했다. 현재 쉐이크쉑 매장은 한국 37개, 싱가포르 11개, 말레이시아 4개 등 총 52개다.
쉐이크쉑은 허영인 상미당홀딩스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사장의 대표적인 경영 성과로 꼽힌다. 2011년 SPC그룹 마케팅전략실장이었던 허 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쉐이크쉑 버거를 맛본 뒤 국내 도입을 추진했다.
허 사장은 5년간 한국과 미국 본사를 오가며 협상을 벌인 끝에 2015년 12월 한국 도입 계약을 맺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SPC그룹을 비롯한 30여개 기업이 브랜드 유치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대비 최대 37% 저렴…초반 흥행 성공
쉐이크쉑 이후 굿 스터프 이터리(GSE)와 슈퍼두퍼, 고든램지버거, 파이브가이즈 등 글로벌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잇따라 국내에 진출했지만 대부분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쉐이크쉑은 1000억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며 꾸준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현지의 맛과 품질을 그대로 선보이는 데 집중한 전략이 쉐이크쉑의 성공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쉐이크쉑은 본사의 철저한 검수를 거쳐 제조 설비와 조리법, 원료를 동일하게 구현했다. 쉑버거와 쉑-카고 도그, 커스터드, 쉐이크 등 현지 대표 메뉴도 그대로 도입했다.
상미당홀딩스는 쉐이크쉑 운영을 통해 축적한 글로벌 브랜드 도입·운영 경험을 치폴레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치폴레는 미국 매장의 메뉴 구성과 조리·주문 방식을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현지의 맛과 운영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한다.
쉐이크쉑이 국내에 생소했던 ‘파인 캐주얼’(Fine Casual) 개념을 소개하며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키웠듯 치폴레도 멕시칸 음식의 수요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치폴레가 초기 화제성을 넘어 일상적인 외식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핵심 요소로 가격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치폴레는 미국 거주나 여행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형성돼 있어 론칭 초기 쉐이크쉑만큼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브랜드로 인기를 끈 만큼 한국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해야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멕시칸 음식이 대중화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치폴레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브랜드라는 점에서 기존 브랜드와 다르다”며 “맛과 품질은 이미 검증된 만큼 가격 경쟁력이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치폴레 1호점의 주요 메뉴 가격은 ▲치킨·베지·두부 소프리타스 1만2800원 ▲돼지고기 카르니타스 1만3800원 ▲스테이크·소고기 바바코아 1만4800원 등으로 책정됐다. 미국 뉴욕 맨해튼 매장보다 약 33~37% 낮은 수준이다.
치폴레 강남점은 개점 전부터 방문객이 몰리며 100m 넘는 대기줄이 형성되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매장 방문 후기와 함께 대기 시간, 메뉴 조합 등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잇따랐다. 약 3시간을 기다려 매장에 입장했다는 후기에 “3시간 기다리느니 미국 가는 게 빠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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