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주주환원도 가성비 따진다…우선주 소각, EPS 상승으로 연결
- [韓 우선주는 왜 ‘후선주’가 됐나] ②
“비싼 본주 대신 싼 우선주 없앤다”…한화·현대차 등 자사주 소각 전환
삼성전자 ‘금산법 10%’ 걸림돌…우선주 주목하나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 우선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향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보통주를 중심으로 매입·소각해 왔으나, 이러한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에 띄는 기업 중 하나가 ㈜한화다. ㈜한화는 지난 1월 인적분할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형 우선주인 제1우선주 전량을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공시했다. ㈜한화는 임직원 주식기준성과보상제(RSU) 지급분을 제외한 보통주 445만주를 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소각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와 함께 구형 우선주 19만9033주 전량을 장외 매수해 소각하기로 했다. ㈜한화는 “이를 통해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2024년에도 제3형우선주를 시장에서 매입해 전량 소각하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무의결권 주식을 없애는 강력한 주주환원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달 31일 우선주를 포함해 시가 789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보통주 129만1274주와 우선주 121만4332주 등 자사주 총 250만5606주를 소각 완료했다.
소각한 우선주는 ▲현대차우 50만1923주 ▲현대차2우B 70만6883주 ▲현대차3우B 5526주다. 기업이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면 향후 임직원 보상이나 인수합병(M&A) 등에 다시 활용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는 2024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소각해왔다.
지배주주 중심 계산법→‘자본 운용 극대화’로 전환
대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자본시장에서 우선주 소각이 갖는 ‘자본 운용의 극대화 효과’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들이 주로 보통주를 매입하고 소각해온 것은 의결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시장에서 보통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그만큼 의결권 있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사주(보통주) 매입은 큰 틀에서 주주환원의 한 방식이지만, 사실상 지배주주 중심의 계산법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선주 매입이나 소각이 거의 없었던 이유도 지배주주 지배력을 확대하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맞물려 총주주수익률(TSR) 및 자본 효율성에 대한 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다. 주가가 보통주 대비 30~70% 싸게 형성된 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기업은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수량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체 발행주식 수를 효과적으로 줄여 주당 가치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소의 비용으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배당금(DPS)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는 매년 정관에 정해진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통상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는다. 그런데 기업이 우선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매년 지출해야 했던 배당금 재원과 우선주에 귀속되던 당기순이익이 온전히 보통주 주주의 몫으로 재배분된다.
삼성전자, ‘금산법 10%’ 규제 걸림돌… “우선주 소각이 실질 해법”
최근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삼성전자도 향후 우선주 중심으로 환원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31일 한국거버넌스포럼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주최한 ‘은폐된 한국 우선주 디스카운트 문제와 해법’ 세미나에서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때문에 삼성전자는 앞으로 보통주 자사주 소각에 제약이 있다”며 “우선주 배분을 더 늘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산법은 동일한 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합산해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약 9.99%다. 만약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보통주)를 사서 소각하면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이 10%를 넘어서게 되어 강제로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이를 매입해 소각하더라도 금산법에 걸리지 않는다. ‘우선주 소각’이 현실적 주주환원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주환원 계획을 공시하며 보통주와 우선주 배당 비율을 따로 안내하지 않아 우선주 중심의 주주환원 실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같은 예산으로 효과 극대화”
우선주 소각은 보통주를 보유한 주주에게도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현대차가 구형 우선주와 현대차3우B를 소각할 경우 보통주 EPS는 10.6%, DPS는 10.7%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당기순이익의 총량에는 변함이 없더라도, 이익을 나눠 받아가는 주식의 절대 숫자가 대폭 줄어들고 배당 분배 대상이 축소되면서 보통주 1주가 가지는 내재 가치가 올라가는 셈이다.
우선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의 핵심은 이른바 ‘가성비’에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의 보통주 주가가 10만원이고 우선주 주가가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회사가 주주환원을 위해 1조원의 자사주 소각 예산을 투입할 때 보통주는 1000만주를 소각할 수 있지만, 우선주는 2배인 2000만주를 사들일 수 있다. 같은 예산으로 2배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 수량을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우선주 매입·소각 카드가 모든 기업에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에는 사실상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 기업도 많은데 이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런 곳은 우선주가 얼마나 풀려 있든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많아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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