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은 기사 없이 돈 버는데…韓 로보택시 '무늬만 무인'
- [한국 도로 선점 나선 美·中 로보택시]②
유상 운송 허가·차량 제한에 실도로 데이터 부족
무인 안전기준 올해서야 마련…대규모 실증도 뒤늦게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한국에도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자율주행택시가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로보택시 사업’으로 부르기에는 갈 길이 멀다. 서울 강남에서 유료 운행 중인 자율주행택시 19대에도 시험운전자가 탑승한다. 운행 지역과 시간도 제한적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가 실제 영업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로보택시 사업은 차가 스스로 달리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운전자를 없애고 차량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동시에 높은 가동률을 유지해야 한다. 충전과 정비, 청소, 원격관제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할 체계도 필요하다. 국내는 자율주행 기술을 하나의 운송사업으로 연결하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쪽자리 韓 로보택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유료 운행하는 국내 자율주행택시는 사실상 서울 강남이 유일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운영한 심야 자율주행택시를 올해 4월 유료로 전환했다. 지난달에는 운행 차량을 7대에서 19대로 늘렸다. 에스더블유엠(SWM)이 13대, 카카오모빌리티가 6대를 운영한다. 지난 7월 말까지 누적 탑승 건수는 1만5140건이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상암 일대에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레벨4 자율주행택시를 처음 투입한다. 국내 로보택시가 시험운전자 탑승 단계에서 완전 무인 단계로 넘어가는 첫 시험대다.
차량 몇 대를 무인으로 달리게 하는 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로보택시가 실제 사업이 되려면 차량을 수십 대에서 수백 대로 늘려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차량 충전과 정비, 센서 점검과 실내 청소는 물론 돌발 상황에 대응할 원격관제 시스템도 필요하다.
뒤늦게 키우는 ‘운영 경험’
로보택시 사업의 핵심은 실제 도로 데이터다. 차량을 오랜 시간 도로에서 운행해야 다양한 돌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하면 무인 운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차량을 많이 운행할수록 기술이 개선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운행 규모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만들기 쉽지 않다.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차로 유상 여객운송을 하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운행 차량 수도 지구별 운영계획 범위 안에서만 늘릴 수 있다. 자율주행 영상 원본을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된 것도 올해 6월부터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좁은 국토 안에 도심과 고속도로, 산악도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이 있어 데이터를 쌓기에 좋은 조건”이라며 “실제 도로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많아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실증 확대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광주에 국내 첫 자율주행 실증도시를 조성하고 자율주행차 200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특정 노선에 차량 몇 대를 투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 단위의 대규모 실증을 진행한다. 2030년에는 실증 차량을 1000대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정부가 제시한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는 2027년이다. 무인 자율주행차의 안전 기준도 올해 7월에야 처음 마련됐다.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인 차량이 임시운행 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1만5000㎞의 실증 주행 실적을 확보하고 원격관제와 자율주행시스템 이중화 등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무인 로보택시 영업에 들어간 상황에서 국내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대규모 실증과 운영 경험, 관련 인프라를 확보할 시간은 빠듯하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먼저 사업화 가능성을 찾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을 주요 로보택시 실증 무대로 삼았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와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운행하며 연말 완전 무인 상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에서 얻은 경험을 자율주행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
그룹 내부의 데이터도 모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과 모셔널 등 그룹사와 외부 파트너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연결·활용하는 ‘데이터 유니언’을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해 모델을 개선한 뒤 양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적용하는 구조다.
또 다른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금지된 사항을 제외하면 사업자가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에 가깝지만 한국은 허용된 범위 안에서 사업해야 하는 ‘포지티브 규제’ 성격이 강하다”며 “기술을 빠르게 실증하고 사업화하는 측면에서 미국 시장의 자율성이 더 크며, 이러한 차이가 산업의 성장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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