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449마력은 잊었다”…지붕 열자 시작된 AMG CLE 53의 진짜 매력 [타봤어요]
- 메르세데스-AMG CLE 53 카브리올레 시승기
빠르게 달려도, 천천히 달려도 즐거운 오픈카
실용성보다 AMG만의 ‘운전의 즐거움’ 초점
최근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를 타봤다. 서울에서 출발해 경북 예천을 찍고 안동 일대를 돌아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코스였다. 총주행거리는 약 600㎞. 도심과 고속도로, 굽이진 국도와 산길까지 두루 달렸다.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빠르게 달릴 때가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도로와 풍경을 즐길 때 만족감이 배가됐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6기통 엔진이 고요한 산속을 깨웠다. 낮게 울리는 엔진음을 들으며 출발을 준비했다. 산을 내려가면서 소프트톱도 열었다. 선선한 공기가 순식간에 실내를 채웠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CLE 53 카브리올레는 시속 60㎞로 달리는 중에도 20초 안에 소프트톱을 여닫을 수 있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 바람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변 공기가 자연스럽게 실내로 스며들었다. 앞유리 상단과 헤드레스트 뒤쪽에 마련된 ‘에어캡’이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을 줄여준 덕이다. 지붕을 열면 머리카락이 거칠게 휘날릴 줄 알았지만 실내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덕분에 꽤 오랫동안 소프트톱을 연 채 달릴 수 있었다.
시트 착좌감도 좋았다. 몸을 과하게 조이지 않으면서 허리를 적당히 잡아줬다. AMG 전용 가죽 시트는 측면 지지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 굽이진 산길을 돌아 나갈 때도 몸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장시간 앉아 있기 불편할 정도로 딱딱하지도 않았다. 약 600㎞를 달리는 동안 피로가 크게 쌓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
다만 거친 산길에서 느낀 승차감은 아쉬웠다. 노면의 요철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편이다. 낮은 속도에서 특히 잘 느껴졌다. 시골 도로의 이음매나 움푹 팬 곳을 지날 때면 충격이 시트까지 또렷하게 올라왔다. 매끈한 도로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포장이 고르지 않은 길에서는 단번에 체감됐다.
CLE 53 카브리올레에는 주행 상황에 따라 각 바퀴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서스펜션의 단단함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속에서는 노면 상태를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이다.
주행 보조 기능도 일부 구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중앙선과 갓길 사이 폭이 넉넉하지 않은 지방의 왕복 2차로에서 그랬다. 차로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차량이 중앙선 쪽으로 지나치게 붙거나 반대로 바깥쪽으로 치우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운전자가 생각하는 차로 중심과 시스템이 판단하는 중심이 미묘하게 어긋났다. 믿고 맡길 정도는 아니었다.
AMG는 운전자가 직접 몰 때 진가가 드러나는 차다. 그만큼 고성능이다. 저속에서 아쉬웠던 단단함은 속도를 높이자 오히려 안정감으로 바뀌었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빠르게 달릴 때는 ‘베테랑 복서’ 같았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필요한 만큼만 움직였다.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바꿀 때 이런 성격이 잘 드러났다. 시선이 향한 지점을 보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체가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방향을 바꾼 뒤 차체가 출렁이거나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다시 보정해야 하는 움직임도 크지 않았다. 가변식 사륜구동 시스템 ‘AMG 퍼포먼스 4MATIC+’와 최대 2.5도까지 뒷바퀴를 조향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등이 힘을 보탠다.
힘도 충분하다.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49마력, 최대토크 57.1kgf·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4초다. 빠르게 속도가 붙으면 불안함이 밀려오는 차도 있지만 CLE 53 카브리올레는 그렇지 않았다. 넘치는 힘을 능숙하게 다뤘다.
고속도로에서는 소프트톱을 닫고 달렸다. 바람 소리가 거슬릴 정도로 실내를 파고들지는 않았다. CLE 53 카브리올레의 소프트톱은 다층 구조로 설계돼 외부 바람과 소음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일반 쿠페처럼 아늑한 느낌까지 주지는 못했다. 바람을 잘 막는 것과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듯한 정숙함은 다른 얘기다.
2열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키 182㎝인 기자가 앉으면 머리가 소프트톱에 닿는다. 2도어 구조라 타고 내리기도 불편하다. 잠깐 분위기를 내며 타는 정도라면 몰라도 장거리 이동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자리는 아니다. 이 차는 혼자 또는 둘이 타기에 적합해 보인다.
가격은 1억1500만원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실용성만 놓고 보면 같은 가격대에서 선택지는 많다. 그럼에도 CLE 53 카브리올레의 가치는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가격을 잠시 잊게 할 만큼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운전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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