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산분리, 누구를 위한 벽인가]①
산업자본엔 인터넷은행 지분 특례, 은행엔 배달앱 부수업무
핀테크 투자 완화안에도 비금융 플랫폼 지배는 ‘벽’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금융권이 ‘이자장사’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달·통신·데이터 등 비금융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금산분리 규제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산업자본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의 특례가 마련된 반면, 은행과 금융지주가 비금융 플랫폼을 별도 법인으로 키우고 투자·지배하는 길은 제한적이다.
금융당국은 2022년 금융·비금융 융합을 촉진하겠다며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은행의 배달앱과 알뜰폰 서비스는 부수업무로 일부 제도화됐지만, 금융그룹의 비금융 자회사 출자와 지배를 둘러싼 규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은행의 신사업이 일회성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플랫폼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한 규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엔 지분 특례…땡겨요엔 부수업무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원칙을 말하며,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하지만 금산분리 원칙에도 예외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금융산업에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금융주력자가 참여할 수 있는 별도 통로를 열어뒀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인 비금융주력자는 원칙적으로 은행 의결권 주식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비금융주력자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허용한다. 카카오뱅크는 이 특례를 활용해 성장한 대표 사례다.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고객 접점과 금융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었다. 산업자본의 금융 진입에 인터넷은행이라는 별도 통로를 만든 셈이다.
반대 방향의 길은 다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회사도 전략적 투자와 융합형 사업모델 발굴이 절실해졌지만, 비금융업 진출에는 여전히 제약이 크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 ‘땡겨요’는 2020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2025년 5월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서비스가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됐다. 은행이 배달 서비스를 직접 운영할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이는 땡겨요를 신한은행의 사업 안에서만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은행이나 금융지주가 배달 플랫폼 법인을 자회사로 지배하거나, 해당 법인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해 독립 플랫폼으로 키우는 문제는 별개다. 은행법은 은행의 비금융회사 의결권 지분 보유를 제한하고, 금융지주회사법도 금융지주의 비금융회사 지배를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은행 앱 안에 생활 서비스를 얹는 것과 생활 플랫폼 회사를 소유·지배하는 것은 다른 규제를 받는다는 뜻이다.
금산분리 ‘전면 완화’ 대신 개별 허용만
금융당국은 2022년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와 업무 범위를 넓히는 금산분리 제도 개선 방향을 내놨다. 당시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은 은행권이 제도화를 요구한 대표 사례로 꼽혔다. 이후 개별 서비스의 길은 일부 열렸다. 리브엠과 땡겨요는 각각 은행 부수업무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2025년 금융지주회사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가 아닌 핀테크기업에 보유할 수 있는 지분 한도를 5%에서 15%로 높이고, 금융지주 자회사인 핀테크기업이 업무 연관성이 있는 투자자문·일임업자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금융지주가 배달·유통·통신 등 일반 비금융 플랫폼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는 거리가 있다. 금융지주와 핀테크기업의 전략적 협업에는 숨통을 틔우되, 비금융 사업을 직접 지배하는 방식의 확장에는 여전히 높은 벽을 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벽으로 인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빅테크는 기존 플랫폼 안에 결제·대출·보험을 결합하며 고객 접점을 넓히는 반면, 금융그룹은 금융 앱에 생활 서비스를 붙이는 수준을 넘어 독립 플랫폼을 키우는 데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원칙 지키되…데이터·플랫폼부터 빗장 풀어야
임정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법학회 학술지 경제법연구 제24권 제2호에 실린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금융회사의 소유구조와 업무범위를 중심으로’에서 현행 금산분리 규제가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을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소유구조와 업무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하 교수는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 제약, 포지티브 방식의 업무 범위 규제 한계, 복잡한 출자 및 업무위탁 규제로 혁신과 유연한 시장 대응에 어려움이 드러난다”며 “반면 빅테크 등 비금융회사의 금융업 진출은 점차 확대되고 있어 산업 간 규제 차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모든 빗장을 한꺼번에 풀자는 취지는 아니다. 임 교수는 금융업의 본질적 안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낮은 데이터·플랫폼·유통·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신산업 분야부터 융합의 허용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봤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와 생활 플랫폼, 건강관리 연계 서비스 등을 우선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임 교수는 “금산분리의 공공성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금융회사의 전략적 출자와 융합적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며 “업무범위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최소한 사전신고에서 사후보고제로 전환함으로써 자율성과 신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업무영역 확장과 함께 내부통제 및 소비자 보호장치를 강화함해 시장 신뢰와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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