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4분기 IPO 20여 곳 출격…증권사 ‘공모 흥행’ 시험대
- 10월 15곳 출격…4분기 IPO 시장 달아오른다
대신은 ‘멜콘’·미래에셋은 ‘엘리스’…엇갈린 주관 전략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부터 연말까지 코스닥 공모 일정을 진행할 예정인 기업은 17곳에 달한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증권신고서 제출 등을 준비하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연내 IPO에 나설 기업은 20곳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물량이 특정 시기에 몰린 배경에는 상반기 IPO 심사 적체가 있다. 올해 5월까지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15곳에 그쳤지만 6월 이후에는 매달 8~11곳이 심사 문턱을 넘었다. 앞서 상장 일정을 미뤘던 기업들이 연말 전에 공모를 마치기 위해 잇달아 시장에 나오면서 4분기가 올해 IPO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것이다.
증권사 가운데 대신증권은 중소형 IPO를 연이어 확보하며 주관 실적을 쌓고 있다. 대표 주자는 반도체 장비 기업 멜콘이다. 반도체 업황과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디티에스 등 다른 IPO 일정도 이어지면서 대신증권의 4분기 주관 실적 역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소형 IPO는 개별 공모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꾸준히 상장을 성사시키면 주관사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처럼 공모기업이 몰리는 시기에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적정 가격을 끌어내고 일반청약까지 투자자를 확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상장 이후 주가도 무시하기 어렵다. 높은 공모가를 받아내는 것만큼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지켜내느냐가 발행사들의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으로서는 연말 예정된 IPO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소화하느냐가 향후 추가 수임을 위한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4분기 성적표에서는 엘리스그룹이 핵심이다. AI 교육·클라우드 기업인 엘리스그룹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 공모가는 7만400원에서 9만500원, 이를 기준으로 한 공모 규모는 1564억~2011억원이다.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1조원이다.
시장의 관심은 기관들이 엘리스그룹의 ‘1조원 몸값’을 받아들일지에 쏠린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단순한 성장 스토리보다 매출과 수익성, 적정 기업가치를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진 만큼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AI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눈높이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서도 엘리스그룹의 공모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면 성장기업과 대형 기술기업 IPO 분야에서 추가적인 주관 실적을 확보하게 된다.
선유진 LS증권 연구원은 “엘리스그룹은 상장 이후 AI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성과 신규 PMDC의 가동률이 주요 투자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정부 사업을 통해 확보한 대규모 GPU 운영 레퍼런스를 민간 시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느냐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분기 IPO 경쟁을 달구는 또 다른 축은 AI와 반도체다. AI 인프라 운영 소프트웨어 기업 래블업을 비롯해 영상분석 기술을 보유한 인텔리빅스, 생성형 AI 기업 제논과 페르소나AI 등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공모기업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증권사에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다. 비슷한 시기에 수요예측과 청약이 몰리면 투자자 자금도 나눠질 수밖에 없다. 같은 AI 기업이라도 실적과 성장성, 밸류에이션에 따라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IB업계의 경쟁 기준도 ‘얼마나 많은 기업을 맡았느냐’에서 ‘어떤 기업을 흥행시켰느냐’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공모가를 공격적으로 높였다가 상장 직후 주가가 밀리면 이후 IPO 영업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적정 몸값을 찾아내는 주관사의 가격 결정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4분기 성적표가 내년 대어 수임전 ‘명함’
연말 주관 경쟁의 시선은 벌써 내년으로 향한다. 무신사와 메가존클라우드, 리벨리온 등 시장에서 대형 IPO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을 확보하려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올해 IPO 실적이 향후 수임 경쟁에서 내세울 수 있는 핵심 트랙레코드가 된다.
시장 규모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9월 상장 기업 수는 8곳으로 전월 6곳보다 늘었다. 유진투자증권은 9월 IPO 공모금액이 4000억~5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간 공모 일정을 기다렸던 기업까지 4분기에 합류하면 시장에 풀리는 공모 물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물량 증가가 IPO 시장 전체의 흥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투자자 자금을 놓고 기업들이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만큼 실적과 성장성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시장 눈높이를 넘어선 몸값을 제시한 기업은 외면받을 가능성도 있다.
강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과 12월은 전통적으로 상장 종목이 증가하는 IPO 성수기”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상장을 추진하는 유니콘 기업들도 점차 구체화되면서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상장 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재무상태와 성장성, 밸류에이션을 따져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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