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월급날마다 주식 사면 돈 벌까”…변동장서 '적립식 투자' 따져보니
- [송현주의 재.밌.돈]
급등락 반복에 매수 타이밍 고민…정액·장기투자 관심
ISA·연금 등 절세계좌 비중 70%…장기·분산투자 확산
투자의 방식은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정형화된 재테크 공식을 벗어나, 이제는 각자의 목적과 속도에 맞춘 자산 운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재.밌.돈’은 단기 수익률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굴릴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지금 ‘재밌게 돈 굴리는 법’을 함께 탐색해봅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오를 때 따라 샀다가 떨어지면 팔기를 반복하느니, 차라리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코스피가 7000선을 놓고 등락을 거듭한 끝에 장 막판 가까스로 7000선을 넘어섰다. 3분기 급락 이후 4분기 들어 증시가 다시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급락 뒤 반등에 올라타야 할지, 추가 조정에 대비해야 할지 투자 시점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서다.
올해 증시는 이 같은 고민을 더욱 키우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22일 9114.55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30일 6838.04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25% 하락했다. 하지만 4분기 첫날인 지난 1일에는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1.95% 반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6% 오른 7003.74에 마감했다. 장중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막판 7000선을 회복했다. 이처럼 단기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장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맞히기보다 일정 금액을 장기간 꾸준히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립식 투자의 원리를 간단한 사례로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300만원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한꺼번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일정 기간에 걸쳐 100만원씩 나눠 투자할 수도 있다. 투자금이 150만원이라면 50만원씩, 90만원이라면 30만원씩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식이다. 실제 적립식 투자는 이 같은 정액 매수를 수개월에서 수년간 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주가가 비쌀 때는 적은 수량을 사고 가격이 떨어지면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을 사면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춘다. 이른바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다. 투자자가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정확하게 맞히지 않아도 매수 시점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적립식 투자가 일시투자보다 항상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 교육을 담당하는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 적립식 투자의 핵심을 ‘수익률 극대화’보다 ‘매입단가 평준화’에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면 주가가 비쌀 때는 적게 사고, 주가가 쌀 때는 더 많이 사게 돼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금 300만원을 한꺼번에 넣은 직후 주가가 떨어지면 300만원 전체가 하락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100만원씩 나눠 투자하면 먼저 넣은 100만원만 하락에 노출되고, 남은 200만원은 떨어진 가격에 더 많은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처음부터 300만원을 모두 투자한 쪽이 유리할 수 있다. 적립식 투자는 뒤에 투입되는 자금이 앞선 상승분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교협 관계자는 “적립식 투자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기보다 매수 시점을 분산해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 투자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개인투자자의 투자 방식에서도 장기·정기투자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적립식 투자가 단순한 소액 투자에서 벗어나 ISA와 연금 등을 활용한 장기투자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이 최근 적립식 투자 서비스 ‘주식모으기’ 출시 2주년을 맞아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입기간이 6개월 이상인 고객 가운데 91%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경험 고객의 67%는 두 건 이상의 모으기를 동시에 운용했다.
절세계좌 활용도 두드러졌다. 전체 모으기 주문금액의 약 3분의 2가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개인연금, 퇴직연금에서 발생했다. 이용 계좌 수를 기준으로도 약 70%가 이들 절세계좌에 몰렸다. 투자 대상 역시 국내외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중심으로 배당형 상품과 금 등 장기·분산투자 상품에 집중됐다.
증권사들이 주식과 ETF 자동매수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투자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종목과 투자금액, 날짜를 한 번 설정하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정해진 주기에 매수가 이뤄져 매번 투자 시점을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변동성 커지자 정부도 ‘장기투자’ 유도
정부도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주식과 ETF 등에 장기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생산적 금융 ISA’를 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이자·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납입 한도도 기존 ISA보다 1억원 많은 2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7월 코스피의 하루 평균 변동성은 4.1%로 미국과 일본 등을 포함한 주요 30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주식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확대될 경우 가계가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비중이 2024년 8.5%에서 2034년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적립식 투자 역시 손실을 피하게 해주는 ‘안전장치’는 아니다. 증시가 장기간 하락하면 평가손실을 피하기 어렵고, 가격이 떨어졌을 때 투자를 중단하면 낮은 가격에서 더 많은 수량을 확보하는 적립식 투자의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투자자의 가장 큰 위험은 시장 하락이 아닌, 하락 국면에서 적립을 중단하거나 매도해 복리 구조를 스스로 끊는 것”이라며 “매월 적립식 투자를 설정한 뒤 6개월 혹은 1년에 한 번 S&P500과 나스닥100의 비중을 점검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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