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ETF 리밸런싱이 바꾼 반도체 수급…소부장 ‘패시브 효과’ 이어질까
- 10월 국내 주식형 ETF 23.2조원 리밸런싱…반도체만 18.1조원
삼성전자 ‘Cap 초과’에 2000억원 매도 추정…패시브 수급 재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정기 변경을 진행하는 국내 주식형 ETF는 9월 말 기준 24개로 순자산 규모는 총 23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관련 ETF가 18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78%를 차지한다. 2차전지 관련 ETF가 1조6000억원, 로봇과 원자력이 각각 6000억원, 금융과 화장품이 각각 3000억원 규모다.
이번 리밸런싱의 핵심은 반도체 ETF다. 특히 삼성전자가 일부 ETF에서 종목별 편입 한도를 넘어선 만큼 이를 맞추기 위한 기계적인 비중 축소가 이뤄진다. ETF 리밸런싱은 기초지수 구성 종목이나 비중 변화에 맞춰 보유 주식을 조정하는 작업으로, 특정 종목이 정해진 편입 한도를 넘으면 해당 주식을 팔고 다른 종목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약 10조원 규모의 TIGER 반도체TOP10 ETF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27.1%로 종목당 Cap인 25%를 약 2%포인트 웃돈다. 5조원 중반 규모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에서도 삼성전자 비중은 24.5%로 25% 한도에 근접해 있다. 반도체 TOP10 레버리지 ETF에서도 삼성전자 비중이 종목당 Cap을 소폭 웃도는 상태다.
ETF 24종·23.2조원 재조정…반도체가 78% 차지
삼성증권은 이에 따라 관련 ETF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약 2000억원 규모의 매도 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삼성전자에서 빠져나오는 자금은 다른 반도체 종목의 추가 매수 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대부분 ETF에서 종목당 Cap을 밑돌고 있어 약 900억원의 추가 매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 역시 약 800억원의 자금 유입이 추정된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도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한미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 이수페타시스, 원익IPS 등에는 삼성전자 비중 축소에 상응해 각각 200억원 안팎의 추가 편입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삼성전자에서 빠져나오는 패시브 자금 상당 부분이 대형 반도체주뿐 아니라 밸류체인 곳곳으로 분산되는 셈이다.
최근 반도체 소부장주의 몸집이 빠르게 커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메모리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를 타고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도 반도체주의 존재감이 커졌다.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과 지수 내 비중이 높아지면 이를 추종하는 ETF 역시 해당 종목의 보유 비중을 늘려야 하는 만큼 추가적인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9월 한국거래소(KRX) 섹터지수 정기 변경에서도 비슷한 수급 변화가 나타났다. 당시 종목당 Cap을 크게 웃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줄이고 중대형주의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관련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됐다.
이번에는 단순 비중 조정과 함께 ‘종목 교체’도 변수다. 일부 반도체 ETF의 기초지수에는 최근 몸집이 커진 반도체주가 아직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FnGuide 반도체 TOP10 지수에는 삼성전기가, FnGuide AI반도체 TOP2 플러스 지수에는 DB하이텍이 미편입된 상태다. 정기 변경 과정에서 이들 종목이 새롭게 포함될 경우 예상하지 못했던 패시브 매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리밸런싱 대상 ETF의 기초지수 상당수는 FnGuide와 iSelect, KEDI, NICE 등이 개별 ETF에 맞춰 제공하는 지수다. 정기 변경 내용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테마형 지수는 키워드 추출 방식 등을 통해 종목을 선정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편출입 종목을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변경 결과에 따라 개별 종목의 수급 변동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는 이유다.
반면 2차전지와 로봇, 화장품 관련 ETF는 상대적으로 리밸런싱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편입 비중 1위 종목이 종목당 Cap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어서 반도체 ETF처럼 대규모 비중 조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패시브 자금 유입을 곧바로 중장기 주가 상승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ETF 리밸런싱은 기업의 실적이나 밸류에이션과 무관하게 지수 규칙에 따라 발생하는 기계적 수급이기 때문이다. 편입이나 비중 확대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종목이라면 리밸런싱 이후 오히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관련 ETF에서 삼성전자의 종목당 Cap 조정을 위해 약 2000억원 내외의 매물이 출회될 수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약 900억원, SK스퀘어는 약 800억원의 추가 매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미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 이수페타시스, 원익IPS 등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도 각각 200억원 내외의 추가 편입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종목당 Cap 초과에 따른 비중 조정 외에도 각 ETF의 종목 교체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포트폴리오에 아직 편입되지 않은 대형주의 신규 편입 여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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