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계 3위’ 올라선 정의선의 6년…다음 6년은 ‘피지컬 AI’에 달렸다
- 글로벌 판매 3위·영업익 20조원 돌파
자동차 넘어 피지컬 AI 기업 전환 추진
기술 사업화·노사관계 안정은 숙제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제시한 미래 방향은 ‘피지컬 AI 설루션 기업’이다. 지난 6년간 쌓아온 제조 경쟁력과 사업 기반을 토대로 AI와 로보틱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의 지난 6년이 완성차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미래 기술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정 회장 취임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위상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 727만대를 판매하며 완성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2022년 처음 세계 3위에 오른 이후 4년 연속 같은 자리를 유지했다.
판매 규모뿐 아니라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액은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폭스바겐그룹을 처음 앞질렀다. 올해 2분기에는 양사 합산 매출액이 82조2523억원에 달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전동화 전략과 판매 구조 변화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도입하고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생산 능력을 늘렸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수소전기차 등 여러 동력원을 확보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세도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는 31만6000대를 판매해 47%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약 176만대였다.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 비중을 높인 점도 수익 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제네시스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바꿔왔다.
제네시스는 올해 1월 글로벌 누적 판매 15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올해 상반기 3만9088대를 판매하며 역대 상반기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다음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분야는 피지컬 AI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AI 기반 제조 시스템 등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한 준비는 수년 전부터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고, 2021년에는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2022년 이후에는 포티투닷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 관련 사업의 방향도 한층 구체화됐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는 인간 중심의 AI 로보틱스 생태계 전략을 공개했다. 이어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는 개별 기기의 지능화를 넘어 AI 팩토리와 도시 단위까지 연결하는 중장기 구상을 내놨다.
로봇 기술을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
RMAC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실제 제조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작업을 학습하고 검증하는 시설이다. 연구개발 단계의 로봇을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하기에 앞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글로벌 기술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인프라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웨이모와는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미래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자동차 제조 기술과 생산 현장 데이터를 AI 및 로보틱스 역량과 연결해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피지컬 AI 사업화·노사 협력은 과제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미래 구상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상용화와 시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완성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위험과 통상 환경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사관계 역시 풀어야 할 문제다. 현대차는 올해 10년 만에 전면 파업을 겪었다. AI와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 생산 현장과 업무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산업 전환 과정에서 안정적인 노사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조직문화 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임직원들과 소통해 왔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양재사옥 로비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을 전사 차원으로 확대하고 생성형 AI 활용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판매와 수익성 모두 성장했다. 이제는 그동안 확보한 제조 경쟁력과 기술 역량을 로보틱스와 AI 등 미래 사업의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피지컬 AI 전략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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