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많이 떨어졌으니 산다?”…급락장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
- [롤러코스피 생존법]①
AI 성장 기대 흔들리자 반도체 대형주도 휘청
빚투·쏠림 투자 위험 커져…현금 여력 확보해야
주가 하락으로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의 반대매매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투자 위험을 점검하고 추가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정은 국내 증시의 상승을 견인했던 투자 논리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산업의 급성장이 반도체 수요 확대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제 성장 기대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된 종목일수록 실적 전망이나 투자심리가 흔들릴 때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될 수 있어서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기술주 흐름과 외국인 수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커지고, 지수 하락이 투자심리 위축과 추가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개별 기업의 실적이 당장 악화하지 않더라도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주가가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 반대매매도 급증실제 조정은 일부 대형주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들어 2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종목 2760개 가운데2399개(86.92%)가 하락했다. 5% 이상 떨어진 종목은 1327개였고, 10% 이상 하락한 종목도 776개에 달했다. 급락장의 충격은 빚을 내 투자한 개인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1~15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총 3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전체 규모인 2191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거금 부족으로 미수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 매도해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 여력이 줄어들고,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이나 가격과 관계없이 주식이 처분돼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급락장에서 레버리지 관리와 기업 실적 점검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융자와 미수거래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담보비율과 상환 기한, 반대매매 조건을 확인하고 추가 하락에 따른 강제 청산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가 매수 여부를 판단할 때도 주가 하락률보다 기업의 실적 전망과 밸류에이션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종은 ▲메모리 가격 ▲수요 전망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익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가가 조정받았다면 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매수 시점을 분산하는 분할매수 전략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하락할 때마다 기계적으로 추가 매수하기보다 투자금과 매수 시점을 사전에 정하고, 기업의 실적 전망이나 투자 판단의 근거가 달라질 경우 대응 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트폴리오의 업종별 편중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 종목을 보유하더라도 반도체와 AI 등 동일한 산업에 집중돼 있다면 시장 충격을 분산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업종별 투자 비중과 종목 간 상관관계를 확인하고, 추가 하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장 추세의 전환 여부는 단기적인 주가 반등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외국인 매도 강도의 완화 ▲순매수 전환 여부 ▲주요 기업의 이익 추정치 변화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방향성을 서둘러 단정하기보다 주요 지표의 변화를 확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지원도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객예탁금이 6월 말 대비 약 20% 감소하고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저가 매수 유입도 이전보다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의 완충 여력이 줄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외국인 매도 강도가 완화되고 순매수로 전환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급락장에서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저점을 정확히 맞히는 능력보다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 원칙을 지키는 데 있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매수에 나서거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위험을 키우기보다 투자 기간과 현금 여력, 감내할 수 있는 손실 범위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7월과 같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외국인 매도 강도의 완화와 순매수 복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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