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LETTER]
삼성·SK, 천문학적 투자…AI 반도체 호황 장기화에 베팅
AI 투자 거품 우려에 중국의 추격까지…커지는 불확실성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기업 이익·주가 상승은 별개
보유하고 있는 두 회사 주식을 팔아야 할지, 아니면 더 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고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두 회사가 최소 5~6년, 길게는 10년 이상 반도체 수요가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그런 투자를 할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과 호남에 조성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에만 1760조원을 쏟아붓는다. 평택과 청주 등 기존 생산거점 확충까지 포함하면 두 회사의 반도체 투자계획은 3200조원에 달한다.
물론 기업의 투자 결정이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호황기에 앞다퉈 생산시설을 늘렸다가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넘쳐난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증기기관이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산업혁명을 촉발했듯이 AI 역시 산업 전반을 재편하며 반도체 수요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지난 5월 페이스북에 올린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라는 글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그가 주목한 것은 AI 반도체 수요의 구조적 변화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으로 투자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 추론과 에이전트, 로봇 등으로 활용 영역이 확장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가 경기 변화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는 범용 제품에서 AI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자산으로 위상이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이런 변화가 현실이 된다면 한국 경제가 반도체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김 전 실장의 주장이다.
걸림돌은 크게 둘이다. 먼저 AI 투자 거품에 대한 우려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AI 반도체를 사들이고 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느냐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는 올해 2분기에만 6억2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 규모가 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차입 부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최근 주가가 급락했다.
호주 데이터센터 기업 넥스트DC는 전력 공급 인프라 지연을 이유로 매출 전망을 낮추자 지난 21일 주가가 하루 만에 41.7% 폭락했다.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과 AI에 투자한 기업이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는 다른 문제다.
특히 AI 산업이 지속 성장한다고 해서 반도체 가격과 기업 이익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는 보장은 없다. 수요가 늘어도 공급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가격은 떨어진다. AI 혁명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영속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의 추격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메모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YMTC가, D램 시장에서는 CXMT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아직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적 우위가 뚜렷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과거 한국 기업들이 일본 반도체의 아성을 무너뜨렸듯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판도를 뒤집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이번 호 이코노미스트는 AI 반도체 패권전쟁을 집중 조명했다. HBM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삼성전자의 반격과 왕좌를 지키려는 SK하이닉스의 수성, 중국의 거센 추격부터 엔비디아의 영향력,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 반도체주 향방까지 짚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얼마나 오래갈까?
AI 혁명이 가져올 반도체 수요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반드시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10년 뒤 반도체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커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오늘 산 반도체 주식이 10년 내내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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