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AI 거품이라는데…SK하이닉스가 54조 쏟아붓는 이유
- [AI 반도체 패권전쟁]②
최태원, 용인·청주 54조 투자 이어 호남 생산기지 검토
곽노정 HBM4 양산 지휘…SK스퀘어는 AI 생태계 확장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하며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투자 시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AI 생태계의 핵심인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휘 아래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강화하며 시장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HBM 왕좌가 계속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세지는 데다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AI 인프라의 수익성과 자산가치를 둘러싼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펀드운용사 AMP의 마이 부이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AI 수익이 막대한 선행 투자를 회수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품어왔다”며 AI 인프라의 노후화와 감가상각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에도 SK하이닉스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보다 중장기 수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이 투자 방향을 제시하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생산·기술 전략을 집행하는 구조다.
AI 거품론과 반대로 가는 투자 시계
최태원 회장은 최근 현장 경영을 통해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10월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특화단지 예정 부지를 찾아 곽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광주 군공항 부지와 탄약고 일대를 살폈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생산시설 확충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체 건설 일정을 12년 앞당겼지만 이마저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용인과 전남광주에서 공장을 병행 건설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향후 5년 안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하기 위해 용인 클러스터 건설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서남권 생산기지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호남 생산시설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착공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이사회에서 용인 D램 팹 Y2에 35조2000억원, 청주 낸드 팹 M17에 19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54조3000억원이다.
용인 Y2는 HBM을 비롯한 차세대 D램 생산 거점으로 조성된다. 청주 M17은 낸드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D램과 낸드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생산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되 클린룸 증설과 장비 반입은 고객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투자에 대한 단기적인 우려와 중장기 생산 기반 확보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고객 수요와 장기공급계약을 바탕으로 생산 확대 속도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발 속도보다 중요한 ‘제때 공급’
곽노정 사장은 기술과 양산 경쟁력을 앞세워 HBM 시장 수성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추격과 고객사의 제품 다변화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차세대 제품의 수율과 품질, 적기 공급 능력이 승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HBM은 제품 개발 속도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충족하고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와 쌓아온 양산 경험과 협력 관계가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것만큼 고객이 원하는 품질과 물량을 제때 공급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SK하이닉스가 축적한 양산 경험은 차세대 제품 경쟁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출하를 본격화하고 동작 속도와 전력 효율, 원가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핵심 고객사를 중심으로 다년간 장기공급계약도 체결하고 있다. 장기계약은 수요의 가시성을 높여 생산시설과 장비 투자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한다. SK하이닉스가 AI 거품론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서버와 데이터센터 업체를 중심으로 기업 간 거래(B2B)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차세대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실적 상향과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맞물리면 주가 회복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그룹의 투자 지주사인 SK스퀘어는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지원한다. SK그룹은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SK스퀘어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투자를 연결하는 삼각편대를 구축하고 있다.
SK스퀘어는 내년 초까지 비주력 자산 정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법인 TGC스퀘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피지컬 AI 및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8곳에 초기 투자도 진행했다. 이후 AI 반도체 분야의 신규 대형 투자를 추진할 방침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AI 반도체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내년 6월까지 큰 상승 기대 마라?”…코스피 9000선은 언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단독] ‘은퇴→기업인’ 장동주, 불법 추심 고소 “연 이자 3911% 상환 요구 받아”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G7 어디도 없다"...'집단소송 3종세트'에 기업 고사 위기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주가 꺾이자 '정쟁 도구' 된 국민연금…독립성 시험대[위클리IB]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단독인터뷰]바이오헤이븐 “BHV-1530, ‘계열 내 최초’ 기대, 릴리 물질 넘어섰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