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환상이냐 실제냐”…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AI 투심에 증시는 롤러코스터
- ‘AI라면 무조건 사던’ 시대서 ‘의심하는’ 시대 본격화
빅테크 ‘FOMO’ 투자에도 냉온탕 장세 지속 전망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철회, 지주사 리스크 해소는 긍정 요소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섹터의 주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등락으로 코스피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15일 10.56% 하락했던 삼성전자는 이튿날과 다음 거래일에 각각 3% 넘게 올랐지만 10월 20일 다시 4.13% 하락했다. 21일에는 5.67% 상승, 22일에는 4.03%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은 SK하이닉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고 코스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실제 두 종목이 급락했던 15일 코스피는 7.57% 떨어졌다. 16일과 19일에는 상승세를 그렸지만 다음 거래일인 20일에는 3.73% 하락했고, 21일과 22일 역시 ‘삼전닉스’의 주가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코스피도 움직였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매일 AI 산업과 반도체에 대한 투심이 바뀌는 것을 두고 투자자들이 이제는 기대감을 넘어 냉정하게 실적 검증을 하는 단계로 들어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AI 기술이 가져올 거대한 혁신에 대한 환상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AI 인프라 전문기업 엘리스의 코스닥 시장 상장 직후 주가 흐름은 글로벌 AI 투자에 대한 투자자 우려를 그대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상장 첫날 엘리스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 이상 하락했지만, 다음날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그간 한국 시장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엘리스가 AI 기업들의 가치평가와 기업들이 그 평가에 부응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헤베 첸 밴티지글로벌 선임 시장분석가는 “엘리스의 참담한 증시 데뷔는 ‘AI라면 무엇이든 사들이던 시대’가 ‘AI라면 무엇이든 의심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소외발생우려(FOMO)’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생성형 AI 주도권 다툼에서 한번 뒤처지면 시장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이나 수익성 지적에도 인프라 투자 규모를 늘리는 이유다.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설비투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서버용 D램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중 한 곳인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된 것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3일 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나스닥(NASDAQ) 상장 검토를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은 그동안 SK하이닉스 주가를 내리누르는 압력으로 작동해왔다. 자회사의 중복상장에 따른 모회사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졌는데, 이런 리스크가 해소된 것이다. 지주사 할인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AI 실적 수혜라는 본질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게 됐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빅테크의 과감한 투자로 인한 확실한 실적 버팀목과 수익화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검증 요구가 맞닿아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기대와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작은 재료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냉온탕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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