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산금리 규제했더니 우대금리 축소…은행 대출금리 ‘풍선효과’ 논란
- 법정비용 제외에도 일부 은행 가산금리 인상·우대금리 축소
금감원, 금리 산정 과정 공시 강화 검토…실효성 확보 과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은행의 대출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행된 지 석 달여 만에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은행들이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하도록 했지만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결정 과정의 공시 강화를 검토하고 나섰지만, 은행의 자율적인 금리 결정과 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는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앞서 5대 시중은행에서 제기된 논란이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확산된 것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의 가산금리는 지난 6월 3.06%에서 8월 3.67%로 0.61%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대금리는 2.16%에서 1.71%로 0.45%p 축소됐다. 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뺀 값은 0.90%에서 1.96%로 1.06%p 확대됐다.
제주은행 역시 가산금리를 2.56%에서 2.82%로 0.26%p 높이면서 우대금리는 1.18%에서 1.03%로 0.15%p 줄였다. 두 항목의 차이는 0.41%p 커졌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가산금리가 1.68%에서 1.90%로 0.22%p 상승했다.
5대 시중은행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NH농협은행은 가산금리를 3.60%에서 3.34%로 0.26%p 내렸지만 우대금리는 2.19%에서 1.58%로 0.61%p 축소했다. 가산금리를 낮췄음에도 우대금리 축소 폭이 더 커 두 항목의 차이는 오히려 0.35%p 확대됐다.
은행별 금리 조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법 개정 이후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의 조정이 반드시 차주의 금리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법정비용 빼도 목표이익률 조정 여지
이번 논란은 지난 7월 1일 시행된 개정 은행법의 취지와 맞닿아 있다. 개정 법령은 은행이 부담해야 할 일부 법정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급준비금과 예금자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은 전액 반영을 금지하고, 보증기금 출연금은 대출 유형에 따라 반영 범위를 제한했다. 교육세율 인상분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도록 했다.
은행이 부담해야 할 비용 일부를 대출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해 금리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은행이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이 여전히 존재한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차감해 결정된다. 가산금리에는 ▲신용위험 ▲자본비용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등이 반영된다. 법정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항목이 상승하거나 우대금리가 축소되면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목표이익률은 은행이 대출을 통해 확보하려는 수익 수준을 반영하는 항목이다. 은행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이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비용 제외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가 다른 항목의 인상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 의원은 국감에서 은행들이 목표수익률을 조정해 가산금리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를 금리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가산금리 인상이나 우대금리 축소만으로 은행이 의도적으로 법 개정 취지를 회피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은행별 자금조달비용이나 차주의 신용위험, 대출 구성 등의 변화가 금리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 인상 원인을 확인하려면 세부 산정 항목별 변동 내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리 결정 과정 공개 추진…실효성은 과제
금융당국은 은행의 금리를 직접 통제하기보다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은 22일 국감에서 은행의 가산금리 수준을 직접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으며, 금리 결정 과정을 공시해 금융소비자가 은행별 금리 산정 방식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공시를 포함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영향평가와 포용금융 평가 등을 활용해 은행에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관건은 기존 공시제도와 얼마나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현재도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별 대출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 관련 정보가 공개되고 있지만 개별 산정 항목이 변경된 구체적인 배경까지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개정 은행법은 은행이 법정비용 반영 제한을 준수하는지 연 2회 이상 자체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비용을 제외한 이후 목표이익률 등 다른 금리 산정 항목이 어떻게 조정됐는지,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의 대출금리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금리 산정 항목별 변동 사유까지 공개하면 투명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은행의 영업상 정보와 가격 결정 자율성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은 국감에서 “민간은행의 가산금리를 얼마를 받아라, 마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것 아니냐”며 “공시 내용을 보고 금융 이용자들이 판단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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