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동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생태법인
대한민국 생태법인 1호 지정두고 의견 분분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인식하는 멕시코 원주민 사상에서 해결점 찾아야
◆이코노미스트가 글로벌 차세대 경제 리더, 청소년 기자단 영 저널리스트와 함께합니다. 영 저널리스트 기자단은 프리미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논술 전문 기관 Ni 에듀케이션과 함께 주요 시사 이슈를 팔로우업하고 직접 기획, 취재, 기사 작성 활동을 하며 사회적 문제를 고심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번 기사는 영 저널리스트 기자단이 현 사회현상에 대해 학생들 시선에서 ‘왜’라는 질문을 갖고 직접 취재해 작성한 기획기사입니다. 영 저널리스트 기자단의 기획기사는 영문과 국문, 두 형태로 게재합니다.
[이호준 영 저널리스트]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기존의 환경법만으로 자연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등장한 개념이 ‘자연의 권리’이다. ‘자연의 권리’는 자연을 단순히 인간이 이용하는 자원으로 바라보는 대신, 자연 자체가 보호받을 권리를 지닌 존재로 인정하려는 법적, 철학적 접근이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 한국의 제주에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곶자왈 숲이나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인정하자는 움직임이다. ‘생태법인’은 특정 생태계나 자연 존재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인간의 소유물이나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독립적인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려는 제도다. 숲, 동물을 생태법인으로 인정하자는 논의는 인간 중심의 법체계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제주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도 자연의 권리를 기존 법체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생물다양성 국가인 멕시코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다. 원주민의 세계관이 인간과 자연을 서로 분리되지 않은, 연결된 관계로 바라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적 관점은 오늘날 자연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논의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자연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자연의 권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를 현실의 법체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또한 한국의 생태법인 논의는 세계적인 자연의 권리 운동과 어떤 연결점을 가질 수 있을까?
마르코 벨트란 주한 멕시코 참사관은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환경 혁신 분야의 전문가로, 환경공학과 디지털 혁신 연구를 아우르는 융합 연구를 이어 오고 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디지털 혁신 분야 박사 학위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또한 멕시코 국립공과대학교(IPN)에서 환경공학 학사를 마쳤다. 벨트란 참사관은 멕시코에서의 환경 관리 및 기술 예측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환경 조정관으로서 환경 인증 절차에 기여하였고 디지털 환경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였으며, 환경 사고 대응을 위한 위기 관리 활동을 주도하였다. 이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멕시코의 환경 법체계와 원주민 세계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멕시코 환경공학 전문가 마르코 벨트란 참사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연의 권리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보고, ‘대한민국 생태법인 제 1호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의 지역적 사례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려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보았다.
Q.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자연의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것이 법에 대한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를 주로 질문했다면, 자연의 권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생태계 자체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현대 법체계에 깊이 자리 잡은 여러 가지 전제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멕시코 출신인 저는 이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이해해 왔습니다. 자연의 권리를 연구하면서 저는 현대의 법적 혁신과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고대의 철학적 전통을 연결해 볼 수 있었습니다.
Q. 멕시코는 세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멕시코의 자연의 권리 운동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A.멕시코의 놀라운 생물다양성은 자연의 권리 운동이 등장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여러 지역 공동체와 개인들의 활동 덕분입니다. 또한 멕시코를 특히 흥미로운 곳으로 만드는 것은 생물학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서로 만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멕시코에는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가 존재하며, 이들의 세계관에서는 강, 숲, 산, 동물 등을 존중받아야 할 살아 있는 존재로 이해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유산은 학계의 논의, 시민사회 활동, 그리고 환경 보호와 관련된 일부 사법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Q. 현대 사회가 원주민의 관점으로부터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인간이 자연의 소유자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멕시코의 많은 원주민 전통에서는 자연과의 관계를 착취가 아닌 상호 호혜적인 관계로 이해합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인간의 행복과 삶은 생명을 유지하는 생태계와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이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을 거부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발전을 단순히 경제 성장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생태적 균형을 보존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Q. 원주민의 철학을 현대 법체계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A.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세계관을 법률의 언어로 옮기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현대의 법체계는 일반적으로 개인의 권리, 재산,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원주민의 철학은 공동의 책임, 상호의존성, 그리고 생태계 자체가 지니는 본질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표는 한쪽의 법적 전통을 다른 쪽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법적·문화적 전통 사이에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률에 원주민의 용어나 개념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가 진심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르코 참사관은 멕시코 원주민들의 ‘자연’에 대한 세계관을 소개했다. “우리는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또한 우리의 일부”라는 것이 세계관의 핵심이다. 그는 “원주민들의 철학적 뿌리가 오늘날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 생태법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기준으로 만든 환경법…자연이 가진 권리 인정해야”
Q. 자연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기존의 환경보호법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기존의 환경법은 흔히 어느 정도의 환경피해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면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법적 관점 자체가 달라집니다. 생태계를 단순히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보호받을 권리의 주체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사법적 검토를 강화하고, 책임성을 높이며, 정부와 사회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생태계의 장기적인 건강과 회복력을 고려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권리를 기존 환경법을 대체하는 제도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자연의 권리는 기존의 법적 체계를 보완하면서 환경을 관리하는 데 새로운 윤리적·법적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Q. 자연을 살아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멕시코의 법적·제도적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멕시코 연방헌법은 환경 보호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현재 멕시코 헌법은 자연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가 법원으로 점점 확대되었고, 더 많은 관련 사건이 제기되면서, 자연의 권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판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분명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Q.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바로 변화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A.그렇습니다. 법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즉시 행동을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이러한 문화적 변화는 교육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하는 활동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연은 우리가 필요한 자원을 얻는 곳이며,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돌려주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든 교육 단계, 특히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이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합니다.
Q. 대한민국 제주도의 생태법인 추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A.저는 제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력에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 공동체가 세계적인 법적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과학자, 법학자, 정책 입안자, 교육자, 필요한 경우 지역의 전통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시민들을 포함하는 폭넓은 연대와 협력체를 계속 구축해 나가는 것입니다. 자연의 권리를 성공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적인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대중의 이해와 사회적 정당성 또한 중요합니다.
마르코 벨트란 참사관은 인터뷰 내내 “자연의 권리라는 개념은 단순히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자연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며 법과 제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까지 요구한다. ‘자연의 권리’가 실제 의미 있는 보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법적 인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법이 바뀌는 것과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교육을 통한 인식의 변화,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공동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합의이다.
멕시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원주민의 세계관과 현대 법체계가 만나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의 생태법인 논의 역시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곶자왈숲이나 남방큰돌고래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한 종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의존하는 인간 공동체까지 함께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과학적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민·과학자·법률가·정책 결정자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논의한다면 제주에서의 움직임은 더욱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제주도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자연물을 대한민국 생태법인 1호로 추진하는 계획을 진행중이다. 제주도청 해양수산과 강승오 과장은 “민선9기 제주도정은 곶자왈 등 도민의 생활권과 분리된 대상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제1호 생태법인 지정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그 논의 자체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질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자연을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권리의 주체로 바라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제주도를 넘어, 전세계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갈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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