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직원 25명으로 50개국 공략…K뷰티 성장 공식 바꾼 'AI 경영'[이코노 인터뷰]
- 신규섭 아트앤디자인인터내셔널 공동대표이사 인터뷰
3년간 매출 3.2배 성장…해외 매출 비중 83%
개발자 없이 AI 경영 시스템 구축…‘인텔리전트 뷰티 플랫폼’ 지향
K-뷰티 브랜드 ‘OOTD’(오오티디)를 운영하는 아트앤디자인인터내셔날 얘기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2년 대비 지난해 3.2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83%에 달했다.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AI 기반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인물은 신규섭 아트앤디자인인터내셔날 공동대표다. 신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성장에는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는 해외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려면 시스템과 AI 같은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서울대에서 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뒤 현대차그룹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삼성전자, IMM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쳤다. 그는 “컨설팅과 사모펀드에서는 다른 회사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했다”며 “직접 사업에 투자하고 경영하면서 성과에 책임지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K-뷰티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아트앤디자인인터내셔날에 합류했다.
해외 공략 비결은 현지 맞춤형 제품
아트앤디자인인터내셔날은 미국 대형 유통업체 앨버트슨스 등 해외 유통업체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며 판로를 넓히고 있다. 단순히 국내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바이어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방식이다.
신 대표는 “해외 바이어가 영어를 쓰든 중국어를 쓰든 직접 만나 대화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준다”며 “거래를 유지하고 확대하려면 해당 유통채널에서 원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매 채널에 따라 제품 구성도 달리한다. 국내 다이소에는 전용 패키지와 가격에 맞춘 제품을 공급하고,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에서는 대용량 상품을 판매한다. 주력 제품은 별 모양의 ‘스타 패치’와 비타민C 세럼, 콜라겐 마스크 등이다.
제품 개발에서는 속도를 중시한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직접 해외시장을 방문하고 아마존 등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수요를 파악한다. 전체 직원 가운데 외국인 비중도 약 20%에 달한다.
신 대표는 “트렌드가 나타난 뒤 준비를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며 “항상 수십 종의 제품을 미리 준비해 두고 시장에서 수요가 나타나면 빠르게 개발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다양한 브랜드와 제조사가 갖춰져 있어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며 “이것이 K뷰티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수출 규제부터 재고 관리까지…AI가 바꾼 업무 현장
해외사업이 확대되면서 관리 업무도 복잡해졌다. 국가별 화장품 규제부터 거래처 관리, 재고와 물류, 자금 운용까지 챙겨야 할 일이 늘어났다. 신 대표는 인력을 계속 충원하는 대신 AI를 활용해 업무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별도의 개발자를 고용하지 않고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사내 통합 업무 시스템을 직접 설계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사용하는 ERP(재무·재고 등 경영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나 CRM(고객 정보와 거래 내역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우리 규모의 회사가 도입하기에는 불필요한 기능도 많았다”며 “필요한 기능만 회사 규모에 맞게 재구성해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각국의 화장품 규정을 분석하고 제품이 현지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토한다. 수요 예측과 재고·물류·자금 관리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신 대표는 “과거에는 이런 업무를 처리하려면 대기업처럼 비싼 프로그램을 갖춰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도 가능해졌다”며 “100여종의 제품을 50개국에 공급할 수 있는 것도 데이터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업무 방식도 달라졌다. 물류 담당자는 AI로 창고 비용을 분석하고, 디자이너는 여러 시안을 동시에 만들어 비교한다. 신 대표는 AI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수행 능력이 과거보다 3~5배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만든 결과물도 직원 개인의 능력과 성과로 인정한다”며 “AI가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기존 업무 방식에 익숙한 직원들은 변화에 거부감을 보였고, 재무·물류 데이터 설계 오류로 한두 달간 진행한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기도 했다. 새로운 업무 체계를 정착시키는 데 약 1년이 걸렸다.
신 대표는 “시스템뿐 아니라 회사의 업무 절차까지 다시 만들어야 했다”며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한 구상에도 오류가 있었고, AI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AI 도입 이후 채용 기준도 달라졌다. 과거 경력을 중요하게 봤다면 이제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더 눈여겨본다. 다만 AI 도입을 이유로 직원을 줄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인력 감축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 대표는 “실행은 AI가 하더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고 질문하며 결과물을 검토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며 “화장품은 결국 사람이 몸에 바르는 제품이기 때문에 AI가 사람의 감성과 촉감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가 지향하는 경영 모델은 ‘인텔리전트 뷰티 플랫폼’(Intelligent Beauty Platform)이다. 소비자의 취향을 읽는 감각과 AI 기반 경영 시스템을 결합해 제품 개발부터 해외 유통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 세포라와 얼타 등 주요 유통채널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감각과 시스템, 감성과 정보를 결합하는 것이 우리의 성장 전략”이라며 “앞으로 2~3년 안에 글로벌 주요 K-뷰티 기업에 준하는 규모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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