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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출인데' 신한 596개 vs 우리 471개…생산적 금융 제각각 잣대
- [착한 경쟁, 생산적금융]②
신한 596개·하나 566개·KB 509개·우리 471개 업종 인정
공통 잣대 vs 금융사 자율성…‘생산적’ 성적표 논쟁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생산적금융의 성적표는 누가 만들까. 금융권이 부동산과 가계대출 중심의 자금을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으로 돌리겠다고 나섰지만, 어떤 대출을 생산적금융으로 인정할지를 두고는 금융그룹마다 답이 다르다. 같은 업종의 기업에 나간 대출이라도 어느 금융그룹이 취급했느냐에 따라 생산적금융 실적에 포함될 수도, 제외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생산적금융 경쟁이 본격화한 만큼 공급액의 외형뿐 아니라 성적표를 만드는 기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신한 596개·우리 471개…제각각인 ‘생산적’의 범위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에 생산적금융 인정 업종을 확인한 결과, 단순 업종 수로는 신한금융이 596개로 가장 많았다. 하나금융은 566개, KB금융은 509개, 우리금융은 471개 업종을 생산적금융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업종 외에도 별도 208개 품목을 함께 운영 중이다.
인정 업종 수만으로 어느 금융그룹의 기준이 더 넓거나 좁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산업분류의 세부 단위와 적용 범위가 다르고, 업종 외 별도 품목 기준을 병행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자체 적용한 한국표준산업분류 1024개 업종 가운데 509개를 대상에 넣었다. 우리금융이 471개 업종과 별도로 208개 품목을 관리하는 것도 각사의 분류 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한금융은 기존 생산적금융 추진 방향과 기본 틀은 유지하되, 국민성장펀드 투자 대상 업종 등 정부 정책에 발맞춰 우선 확대 영역의 대상 업종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생산적금융의 대상이 한 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는 목록이 아니라, 정부의 산업정책과 투자 방향에 따라 조정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인정 범위 확대는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수단이지만, 기준 변경 전후의 실적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은 대상 업종을 핵심 첨단산업인 S등급과 일반 성장산업인 A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S등급에는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로봇·모빌리티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초혁신경제, 주력산업 고도화 관련 업종 242개가 포함된다. A등급은 일반 성장산업 324개로 구성했다. 두 등급을 합친 생산적금융 실적 인정 업종은 566개다. 우리금융도 AI·반도체·바이오·방산 등 첨단전략산업기술과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고려해 대상 업종을 선정했다.
문제는 금융그룹별 자체 기준으로 산출한 실적이 생산적금융 정책의 성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실적 증가가 실제 신규 자금 공급에 따른 것인지, 인정 범위 확장에 따른 것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률의 의미가 흐려질 수 있다. 대출과 투자, 신규 공급과 기존 여신을 어디까지 실적으로 인정할지, 계열사 간 중복 집계를 어떻게 막을지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공통 잣대냐 금융사 자율이냐…평가 경쟁 부작용 우려도
공통 분류·집계 기준의 필요성을 놓고도 금융그룹들의 입장은 갈렸다. 일부 금융그룹은 객관적인 실적 비교와 정책 효과 측정을 위해 최소한의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업종별 분류뿐 아니라 대출·투자 인정 범위와 중복 집계 방지 원칙을 마련하고, 단순 공급액보다 지원받은 기업의 성장·고용·투자 확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생산적금융은 각 금융회사의 경영전략과 고객 기반, 리스크 관리 원칙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일률적인 인정 기준이 특정 업종으로 자금을 쏠리게 하고, 분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실제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생산적금융 추진 방향과 집계 기준의 차이는 각 금융기관의 역량과 의사결정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공통 기준을 지나치게 세밀하게 정하면 금융회사별 차별화된 접근과 다양한 자금 공급 방식이 제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충안도 제시된다. 핵심 지원 분야와 대출·투자 인정 범위, 중복 집계 방지 등 큰 틀의 가이드라인은 통일하되 세부 대상 업종과 지원 방식은 금융회사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다.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우선 지원 산업이 계속 조정되는 만큼, 단일 목록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 각 금융그룹의 기준 변경 이력과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생산적금융이 평가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가 점수 확보에 치중하면 기존 대출을 재분류하거나 평가 항목에 맞춘 사업만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 공급 규모보다 실제 지원 효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되,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지속 가능한 영업 활동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적금융의 목표는 공급액 자체를 키우는 데 있지 않다. 부동산에서 첨단산업·벤처·혁신기업으로, 예금·대출 중심에서 자본시장 투자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자금의 흐름을 돌리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일정 수준의 공통 분류·집계 기준은 필요해 보인다. 모든 금융회사에 동일한 업종 목록과 영업 방식을 강제하기보다 핵심 지원 분야와 대출·투자 인정 범위, 중복 집계 방지 원칙 등 최소한의 공통 잣대를 두자는 것이다. 그 위에서 각 금융회사가 지역 여건과 고객 기반, 자체 리스크 관리 원칙에 맞춰 대상과 방식을 확장하는 구조라면 자율성과 비교 가능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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