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마트 잘나갈때 떠났던 정용진, 13년만에 돌아온 까닭은?[서소문인사이트]
- 13년 전 전문경영인에 맡겼던 이마트…이번엔 오너가 직접 경영
쿠팡 등 온라인 유통 강세 속 본업 경쟁력 회복·수익성 개선 과제
G마켓·SSG닷컴부터 신세계프라퍼티까지…정용진 투자 성적표 시험대
기업의 중요한 순간에는 결국 사람의 선택이 있습니다. ‘서소문인사이트’는 국내 주요 기업과 재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의 결정과 리더십,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편집자주]
13년이 흐른 지금 정 회장이 다시 이마트로 돌아옵니다. 이유는 공교롭게도 다시 ‘책임경영’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2027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 회장을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했습니다. 내년 주주총회를 거치면 13년 만에 이마트 등기임원이 됩니다. 지난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에 오른 데 이어 그룹 핵심 계열사 두 곳을 직접 경영하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책임경영’이지만 13년 전과 지금은 주체가 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전문경영인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기기 위해 오너가 이사회에서 물러났다면 이번에는 오너 자신이 직접 책임을 지겠다며 돌아왔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일단 ‘정용진의 신세계’가 달라졌습니다. 13년 전 정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당시 이마트는 국내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쥔 회사였습니다. 전국 점포망과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운 대형마트가 유통의 중심이던 시절입니다.
그가 이마트로 돌아오는 2026년의 풍경은 완전히 다릅니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사업자들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습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본업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동시에 온라인 사업의 수익성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정 회장의 경영 성적표도 13년 전과 달라졌습니다. 그는 이마트를 기반으로 스타벅스와 식품, 온라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21년 3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한 이베이코리아(G마켓)는 기대만큼 빠르게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SSG닷컴도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 회장 앞에는 이제 과거 투자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일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일이 동시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까지 맡은 그는 스타필드와 화성 국제테마파크 등 대형 사업도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동시에 맡았다는 것은 결국 이미 벌여놓은 사업의 성과와 앞으로 벌일 사업의 성공 가능성 모두에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 회장은 이미 그룹 회장입니다.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없어도 이마트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그럼에도 이사회로 돌아온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회장과 대표이사의 무게는 다릅니다. ‘회장’은 그룹을 대표하는 직함이지만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회사를 대표해 업무를 집행하는 자리입니다.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는 등기임원이 되면 주요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 회장의 복귀를 단순한 보직 이동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번 복귀에서 눈여겨볼 것은 정 회장이 얻는 권한보다 새로 짊어지는 책임인지 모릅니다. 이미 충분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굳이 자신의 이름을 이마트의 성적표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입니다.
13년 전에는 달랐습니다. 이마트가 잘나갈 때 정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운전대를 넘겼습니다. 이제 시장의 판이 바뀌고 이마트가 다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순간, 그 운전대를 직접 잡았습니다.
2013년의 책임경영은 ‘맡기는 것’이었지만 2026년의 책임경영은 ‘맡는 것’이 됐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선택을 숫자로 증명하는 일입니다. 13년 만에 다시 시작되는 ‘CEO 정용진’의 시간이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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