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수생 코인과세]②
코인 맡기거나 무상으로 받을 때 과세 여부·시점 쟁점
고시로 정할 수 있는 범위도 논란…명확한 신고 기준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전격적으로 발표했지만 코인으로 얻은 수익에 어떤 기준으로 세금을 매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은 코인을 사고팔아 차익을 얻는 거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거래 검증에 참여해 보상을 받거나 ▲코인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거나 ▲무료로 새로운 코인을 받기도 한다. 거래마다 돈을 버는 방식이 다른 만큼 어떤 소득으로 보고 언제 과세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면 개인이 코인을 양도하거나 빌려주고 얻은 소득을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금을 매긴다. 양도·대여로 받은 대가에서 취득가액과 수수료 등 필요경비를 차감해 연간 손익을 합산하고, 여기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를 부과한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7호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한다. 코인을 팔거나 다른 코인과 교환해 얻은 차익, 코인을 빌려주고 받은 대가 등이 과세 대상이다. 다만 은행의 정기예금 같은 스테이킹 보상이나 무상으로 받은 코인에도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거래의 성격에 따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맡기고 받고 바꾸고…복잡한 거래에 세금은 어떻게
쟁점은 새로운 거래 방식에도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에 있다. 코인을 받은 이유에 따라 소득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고, 코인을 받는 순간과 나중에 파는 시점 중 언제 세금을 매길지도 따져야 한다. 정부가 스테이킹·에어드롭·하드포크 등 다양한 가상자산 거래 유형에 어떤 기준을 적용해 과세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테이킹이다. 지분증명 방식의 블록체인에서 코인을 맡기거나 위임해 거래 검증과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이 보상을 코인을 빌려준 대가로 볼지, 검증 작업을 수행한 대가로 볼지가 쟁점이다. 거래소에 코인을 맡기는 이용자와 직접 검증 작업을 하는 개인을 구분할 필요도 있다.
렌딩은 코인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거래다. 대여자는 그 대가로 이자나 보상을 받는다. 다만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에서는 거래 구조가 복잡해진다. 코인을 맡기고 이를 증명하는 별도의 토큰을 받거나, 여러 코인을 공동 자금인 ‘유동성 풀’에 넣고 수수료 등을 받기도 한다. 계약 내용에 따라 단순히 빌려준 것인지, 다른 자산과 교환한 것인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코인을 무상 배분하는 에어드롭과 하드포크에 따른 블록체인 분리로 새 코인을 받는 경우 지급 목적과 대가성, 거래가격 유무 등에 따라 취득·매각 시점의 과세 여부를 따져야 한다.
국세청은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를 고시로 어디까지 정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고시는 행정기관이 법령에서 위임받은 사항 등을 구체화해 알리는 방식이다. 법률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 새로운 납세 의무를 만들 수는 없는 만큼, 거래별 과세 여부를 정하는 내용이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지를 두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국세청은 과세 관련 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공개 시점은 당정의 과세 논의 등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거래의 과세 여부를 고시로 정하는 것이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으로 수행된 지난 8월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특수한 가상자산 거래의 과세표준 산정 방법이 불명확한 상황이다.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의 양도소득과 대여소득을 하나의 가상자산소득으로 통합해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에서 발생하는 소득에는 처분 단계의 일회적 자본이득과 보유 단계에서 반복될 수 있는 대여소득 등 서로 다른 성격이 있어, 일반적인 가상자산 거래와 일괄적으로 분류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세청 “거래 실질로 판단”…시행 초기 혼란엔 대비
이런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13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하드포크, 탈중앙화금융(DeFi) 등 가상자산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았다며 과세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임광현 당시 국세청장은 거래 명칭보다 경제적 실질에 따라 양도나 대여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어드롭과 하드포크도 양도·대여의 성격이 있다면 과세 대상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스테이킹 등 일부 거래는 재정경제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영일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같은 날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지금 하드포크,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 굉장히 많은 용어들이 얘기되고 있는데, 유형이 다양하더라도 실제 가상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양도·대여에 해당하는지만 판단되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며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혼란이 충분히 생길 수 있어 어떻게 세심하게 안내할 것인지 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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