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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기대 못 미친 실적 주가에 부담

[Stock] 기대 못 미친 실적 주가에 부담

▎1분기에는 IT 기업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TV·LCD 부문이 기대에 못 미쳤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3D TV.

▎1분기에는 IT 기업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TV·LCD 부문이 기대에 못 미쳤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3D TV.

지난 몇 개월간 시장을 끌고 온 힘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국시장이 저평가됐다는 믿음이다. 시장 전반에 워낙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이어서 반론의 여지가 별로 없을 정도였다. 저평가의 논리는 두 가지다. 우선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점이다. 한국시장의 PER(주가수익비율) 10배 수준은 미국의 13배 등 선진 각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 하나는 이익 증가. 지금도 PER이 낮은데 올해에 20% 가까이 이익이 늘어날 경우 밸류에이션이 더 떨어진다.

막상 기업의 실적을 보니 예상과 달랐다. 5월 둘째 주까지 실적을 발표한 514개 거래소 상장 기업의 1분기 실적은 영업이익이 1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줄었다. 이번 회기부터 회계방법이 달라 비교에 한계가 있지만 적용 가능한 수치를 최대한 모은 결과다. 올해 전체로 이익이 20% 넘게 늘어나리라 기대했던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IT·증권·항공업계 1분기 부진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가장 큰 이유는 IT(정보기술) 분야의 부진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3조원에 미달하는 이익을 올린 데서 보듯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수수료 수입 감소의 영향을 받은 증권업과 유가 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한 항공업 등의 이익도 줄었다.

1분기 실적 둔화는 전망치에도 영향을 줘서 연간 이익 증가 기대치가 1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이런 변화로 주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여기에 맞춰 움직였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 부분만큼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장이 조정을 뚫고 상승하려면 2분기 이후 실적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태 시장을 끌고 온 또 다른 힘은 유동성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위기 과정에서 각국이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유동성 지수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각각 114.2와 119.2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대부분 국가가 과잉 유동성 상태에 있는 것이다. 실질 통화량이 장기 균형 추세를 벗어난 정도를 나타내는 머니갭 비율도 올 1분기에 한국과 미국이 각각 2.4%와 0.6%로 역시 유동성 과잉 상태를 보였다.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 특히 외국인 투자의 밑거름이 됐다. 외국인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우리 시장에서 30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여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5월 들어 외국인 매매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5월 12일 이후 닷새 동안 외국인이 2조원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단기 매도량으로는 유례 없이 많은 금액이었다.

이번 외국인 매도는 두 가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많이 오른 종목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매도의 대부분이 자동차, 화학 등에 집중된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5월 중순 이후 이들 분야에 매도세가 강해졌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자동차와 화학 업종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실적 기대에 따른 매도가 큰 폭으로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유동성 회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머징 마켓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의 최선호 지역에서 밀려났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상태다. 주가가 좀 더 떨어져야만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유동성 회수와 관련해 선진국의 금융정책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EU(유럽연합)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6월에 양적 완화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이머징 마켓은 몇 번 금리를 올려 내성을 길렀지만 세계 유동성 공급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선진국은 이제 유동성 회수를 시작하고 있어 적응력이 떨어진다. 2년 넘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금융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은 이 같은 변화에 먼저 반응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이미 주도종목에 대한 매도가 어느 정도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의 주도주에 대한 매수 강도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추가적인 매도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의 극심한 변동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주가가 2100 선 밑으로 떨어졌다. 5월 들어 하락이 계속되고 중간 반등도 연속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등 전형적인 약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과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외국인 매도, 주도주 상승에 대한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고 있어 시장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주가가 100포인트가량 하락하는 조정이 부정적인 영향만 남긴 건 아니다. 탄탄한 매수세를 확인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도를 합쳐 열흘 사이에 6조원의 매물을 소화할 정도였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와 기관의 힘이 맞물리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유동성 장세가 상당 기간 진행된 후에는 시장이 약간의 상황 변화에도 크게 움직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 시장에서도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대단히 커졌다. 4월까지 시장에 긍정적인 견해가 주를 이뤄 악재를 쉽게 흡수하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당분간 큰 폭의 변동성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 매도와 이를 흡수하려는 국내 매수가 맞붙은 만큼 등락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과 기관의 기싸움 펼쳐질 듯시장의 불확실성만큼이나 투자 종목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기존 주도주가 계속 시장을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지만 이 또한 높은 주가에 따라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 모른다. 4월 말 이후 20일 만에 LG화학 주가가 20% 넘게 하락한 데서 보듯 높은 가격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어도 하락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자동차와 화학주가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1분기 실적도 다른 업종 종목보다 좋은 건 사실이다. 이번 상승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이들을 중심으로 매매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그렇다고 4월까지처럼 무조건적인 추격매수는 자제해야 한다. 물론 기타 다른 종목에서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 상승이 단발에 그쳐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면 모를까 단기적으로는 좋은 투자대상이 아니다. 지금은 종합주가지수나 종목 모두 인내를 요구하는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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