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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 될성부른 떡잎 미리 잡아라

[Riches] 될성부른 떡잎 미리 잡아라

자동차 회사에서 임원을 지냈던 서울 방배동의 A씨는 퇴직금을 모두 털어 지난해 4월 현대위아 주식을 주당 3만7000원에 1만 주를 매입했다. 자동차부품사 중 유일하게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 주식의 가치를 A씨는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현대위아 주식은 비상장 주식이었기 때문에 그걸 전문으로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들였다.

그 무렵 장외 거래가가 계속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가격 부담을 무릅쓰고 투자를 단행했다. 결과는 좋았다. 올해 초 현대위아 주식은 6만5000원에 일반공모를 진행했고, 2월 21일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A씨는 4월에 투자한 지 1년 만에 매입가격의 4배가 넘는 15만원에 보유주식 1만 주를 전량 매각했다. A씨는 3억7000만원을 투자해 1년 만에 15억원의 자금을 손에 넣게 됐다.

서울 수서동에 거주하는 B씨는 삼성SDS 주식에 관심이 많았다. 2011년 6월 장외 거래가가 10만원대까지 하락하자 1만 주를 매입했고, 한 달 만에 15만원을 돌파하자 비상장 주식 거래 사이트를 통해 전량 매각했다. 불과 1개월 만에 50%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대형 증권사도 비상장 주식 거래강남 부자들 중 우량 주식이 상장되기 전 한발 앞서 장외시장에서 비상장 주식을 미리 매입해 수익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에 아직 상장하지 않은 주식을 비상장 주식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대기업 주식 중에서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의외로 많다.

비상장 기업 주식에 투자할 경우에는 A씨의 경우처럼 상장을 목전에 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 공모에 참여할 경우 공모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 원하는 수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는 비상장 주식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가격도 급등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상장되기 전까지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받기 어렵고,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제 가격을 받지 못하며 거래되기 일쑤다. 그래서 상장 이후에 주가의 상승과 함께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강남 부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A씨나 B씨처럼 수많은 비상장 주식 중 진주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꽤 큰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장외 주식은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매입할 때나 매도할 때 직접 거래 상대방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은 비

상장 주식 거래 사이트를 통해 거래를 한다. 정규 시장의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칫 사기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불안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본인의 증권계좌로 비상장 주식이 입고된 후 이를 확인하고 매수 자금을 상대방 은행계좌에 입금하는 프로세스로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중개업자들이 대부분 매도자에게 싸게 매입해 매수자에게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수수료 대신 이윤을 남기기 때문에 이와 같은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서도 비상장 중개시스템을 만들어 좀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소액 주주가 거래소에서 상장주식을 매매해 차익을 남겼을 때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지만, 장외 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 대기업 주식의 경우 양도소득세(매매차익의 20%)와 주민세(2%)를 합쳐 매매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또 상장주식 매매 때 증권거래세가 0.3%지만, 장외 주식은 0.5%가 적용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A씨의 경우 현대위아 주식을 비상장 상태에서 매입했지만 매도할 때는 상장한 이후였기 때문에 11억3000만원에 이르는 매매차익을 남겼지만 소액 주주가 거래소에서 상장 주식을 매매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B씨의 경우는 비상장 주식을 매입해 비상장 상태에서 매각했기 때문에 매매차익 5억원에 대해 약 1억1000만원이 넘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둘째, 상장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장 직전 비상장 거래에서 15만원(액면가 500원 기준)까지 급등했던 삼성생명 주가는 11만원에 상장돼 8월 현재 8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만약 상장 직전에 원하는 물량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15만원에 삼성생명 주식을 비상장 거래를 통해 매입한 투자자라면 수익률이 거의 마이너스 50%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해 맥을 못 추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또 2009년 포스코건설의 예처럼 공모일 직전에 공모가 무산되며 상장이 연기돼 투자자를 당혹스럽게 만든 사례처럼 워낙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그 변동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 정보 파악 어려워 대기업 계열사 인기셋째, 정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상장사들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공시를 통해 투자자 등에게 알려야 하지만, 비상장사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또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는 자료도 없을뿐더러 거래 사이트에 난무하는 정보의 진위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검증이 상대적으로 쉬운 대기업 계열사가 인기가 높은 것도 그래서다.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따라 해 볼 수 있는 ‘비상장 주식 투자’는 강남 부자들이 즐기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의 또 다른 방법이다. 이런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해 투자 자금을 모아 상장을 앞둔 비상장 장외 주식에 미리 투자해 상장 후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가 강남의 증권사 PB센터에서 자주 설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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