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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쇼크와 국내 부동산시장] 부동산 폭락·붕괴 가능성 작다

[금융쇼크와 국내 부동산시장] 부동산 폭락·붕괴 가능성 작다

글로벌 위기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8월 8일 발생한 세계적 금융쇼크로 주식시장이 패닉(공황)에 빠졌다. 일주일 사이 주가(코스피 기준)가 17%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200조원이 넘게 날아갔다. 외국인도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293억 달러를 순유출, 주가 폭락을 부채질했다. 이번 주가 하락폭은 세계 최고로 환율도 덩달아 변동성이 커지면서 요동쳤다. 당연히 국내 개미들, 은퇴자들의 투자손실액도 컸다.

다음 수순은 부동산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경우 부동산도 무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이번 사태 발생 후 매매계약이 일부 파기되고 매매거래 감소, 관망세 확산 등 일부 수요층의 변화도 목격된다. 결국 소득감소에다 신용경색,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유럽발 금융위기가 쓰나미처럼 국내 부동산시장을 강타할 것인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발 리먼쇼크와 비교해선 어떤 모습을 연출할 것인가? 그리고 전세대란 속에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실수요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그런 다음 금융위기의 원인, 지속기간, 부동산시장 상황, 정부의 대응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주택시장은 주식시장과 유사점도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을 내재하고 있다. 이를테면 주택과 주식시장 모두 금리와는 역의 관계,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주식은 고수익·고위험의 대표적 위험자산인 반면에 주택은 중수익·저위험의 안전자산인 점에 근본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부동산은 특히 하방경직성이 강하고 가치보존 기능이 뛰어나다.

주식과 주택은 대체성 관계임과 동시에 실물경기에 선후행하는 상호 보완재적 성격도 가진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주식은 위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비해 부동산은 ‘무겁고 느리게’ 움직이는 점이 대조된다. 요컨대 주식과 주택은 시장과 자산특성이 매우 달라서 동일한 잣대로 위험을 예측해선 안 된다.



금융위기→부동산위기?다음으로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이번 금융위기는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예를 들면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글로벌 경제가 더 위험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닥터둠이라 불리는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스탠더드앤푸어스사의 데번 샤르마 회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알 수 없다”면서 미국 신용등급의 추가하락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게다가 유럽발 재정위기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를 넘어 강대국 프랑스로 확대되는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빨간불이 켜지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노무라금융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자금조달 리스크가 가장 크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가 부동산으로 전이될 경우 자산의 76.8%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과 국내 가계는 주식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의 훨씬 가혹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8년 하반기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되돌아보자. 1997년 말 국내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IMF 때는 부동산시장도 1년 만에 15.1% 급락했고 서울은 18.2%가 떨어졌다. 이후 2~3년 동안 집값은 40% 가까운 폭락을 기록한 뒤 2001년 하반기에야 겨우 상승세로 돌아섰다. 2008년 9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에는 주가는 약 37% 폭락하는 가운데 부동산은 비교적 작은 폭인 약 3.7% 떨어졌다. 강남권은 약 7% 빠지면서 하락을 주도했는데 이때의 하락세는 1년 정도 지속됐다. 그런데 이때는 IMF 때와 달리 집값 하락폭이 적고 부동산 회복시기도 비교적 빨랐는데, 그 이유가 뭘까.



회복 초기 단계 진입 분석도 글로벌 부동산 급등기였던 2001년 이후 2006년 말까지 국내 집값 상승률은 미국, 영국·아일랜드 등 선진국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았고, MB정부 출범 후 규제완화 정책과 재정, 통화확장 정책, 저금리에 힘입어 실물경기 회복과 함께 연착륙이 가능했던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3년 만에 재발한 이번 글로벌 위기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행히 주식시장과 같은 폭락 내지 붕괴 사태의 발생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2007년 이후 주택경기의 본격하강으로 그간 쌓였던 거품이 상당부분 제거된 상태, 다시 말해 4년간의 충분한 조정을 거친 점과 주택공급 부족으로 전셋값이 급등해 매매 값의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비롯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수정 등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8월 18일 발표한 ‘전월세 안정대책’을 통해 전세난의 해소와 거래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수도권 임대주택 사업요건을 1주택으로 완화하고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등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가지 유인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즉 이번 금융위기를 맞아 정부가 그간 준비했던 각종 규제완화 카드를 과감히 꺼내 놓는 등 가속도를 내고 있고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한 비상 플랜도 기대된다.

문제는 금리의 추가인상 여부다. 미국이 2013년까지 제로금리를 선언하고 유럽도 더블딥 방지를 위해 유로화를 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 금리도 그간 다섯 차례의 인상을 마감할 가능성이 커진 게 사실이다. 금리의 국제동조화 현상을 감안하면 국내 금리도 향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8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급등세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의 회복 신호가 나타난다는 예측론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7월 부동산소비심리지수(주택, 토지 통합)가 125.5%로 그 전달보다 7.2포인트 상승,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실례로 골드먼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부동산 경기의 중장기 예측모델인 벌집순환모형에 따르면 주택거래량과 가격지표를 볼 때 국내 부동산은 현시점에서 회복 초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끝으로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는 부동산시장의 전개방향에 따라 내 집 마련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지금처럼 전셋값의 급등세가 내후년까지 유지되고 이번 위기사태로도 집값 붕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집값이 약세를 보일 때를 저가 급매물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반대로 경기침체의 장기화 내지 더블딥이 올 경우엔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말 그대로 현금을 보유한 채 차분히 기다리는 자세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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