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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올가을 주택시장 화두는 ‘전세 비율’

[Real Estate] 올가을 주택시장 화두는 ‘전세 비율’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의 절반을 넘어섰다. 매매가가 주춤하는 사이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매매가 상승세로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올가을 이후 주택시장이 어떻게 될까. 지방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까. 수도권은 침체를 벗어날까. 우선 여름이 끝나가면서 분양시장은 조금 살아나는 분위기다. 정부가 애초 계획한 전체 공급량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가격이 싸서 인기인 보금자리주택 본청약 경쟁률이 아주 높게 나왔다.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 민영주택으로 서초보금자리지구에 처음 분양한 서초참누리에코리치 아파트도 선방했다. 최근 전용면적 101~165㎡형 550가구 중 일반 분양분 522가구에 대한 청약접수에서 12개 주택형 가운데 8개 주택형이 1순위 마감했고 나머지도 2순위서 접수를 끝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은 5.7대 1이었다.

여름 휴가철 이후 첫 테이프를 끊은 분양에서 ‘선수’가 좋긴 했지만 괜찮은 성적이어서 다가오는 본격적인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분양시장의 이런 기대가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이어질까. 그런데 수도권 아파트 값은 분양시장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약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분양시장이 기존 주택시장을 뒷받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주택시장의 방향키로 전셋값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와 격차가 줄어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 올릴 수 있어서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 비율’이 올가을 주택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5년2개월 만에 50% 넘어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5년여 만에 아파트 값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전세 비율이 50.1%를 나타냈다. 아파트 값이 3억원이면 전셋값은 1억5030만원인 것이다.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봐도 비슷하게 조사됐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3억7402만원이고 평균 전셋값은 1억8046만원이다. 전세 비율은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단지와 주택형이 다른 평균 가격은 전셋값이 전세 비율에 비해 조금 낮게 나온다.

전세 비율은 2009년 1월 39.8%까지 떨어진 뒤 계속 올랐다. 50%를 돌파하기는 2006년 5월(50.1%) 이후 5년2개월 만이다. 수도권 전세 비율에서 경기도가 52.1%로 가장 높다. 서울은 50%에 육박한 48%. 한강 이북 지역은 50.4%로 50%를 넘었고 한강 이남은 46%다. 한강 이북의 평균 아파트 값이 4억1225만원이고 평균 전세값은 2억417만원. 한강 이남에선 각각 6억5301만원과 2억9076만원이다.

전셋값이 2009년 2월께부터 꾸준히 오르긴 했지만 전셋값이 오른다고 전세 비율이 오르는 건 아니다. 전세 비율은 상대적이어서 매매가가 전셋값보다 더 많이 오르면 전세 비율은 떨어질 수 있다. 매매가가 전셋값보다 덜 오르거나 떨어져야 전세 비율이 오른다. 2009년 1월에 비해 전셋값은 25.5% 올랐는데 매매가는 0.5%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세 비율 상승폭이 컸던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세 비율이 50%를 넘으면서 전셋값이 집값의 절반이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집값 동향 전망에서 전세 비율 상승을 주목하는 것은 2000년대 초반 집값 급등 배경에 전세 비율 상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전세 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월 49.1%에서 2000년 2월 60.2%로 1년여 새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 기간 매매가도 올랐기 때문에 전셋값 상승세는 전세 비율보다 훨씬 더 컸던 것이다. 2000년 2월 이후 60%대를 줄곧 이어가면서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해 수도권 아파트 값은 2001년 19.2%, 2002년엔 29.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세 비율은 2001년 10월 67.7%까지 치솟더니 전셋값 상승세가 아파트 값 상승세에 뒤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전세 비율 상승→매매가 상승’ 고리는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전세 비율이 높아지면서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줄어들자 ‘돈을 좀 더 보태서 이참에 집을 사버리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전세 비율이 67.7%이면 전셋값 1억3540만원에 6000여만원만 보태면 2억원인 집을 살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전셋값 질주 후 매매가 급등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전세 비율 상승이 머지않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전셋값 상승세가 갈수록 커지면서 전세 비율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세 비율이 39.8%(2009년 1월)에서 45%(2010년 9월)까지 5%포인트 오르는 데 20개월 걸렸는데 45%에서 50%를 돌파하기까지는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기다 전셋값 상승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 입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파장이 본격적으로 전세시장에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올 1~7월의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을 집계한 결과 11만10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34.2% 감소했다. 여기다 올가을(9~11월) 전국 입주 물량이 3만5000여 가구로 2000년 이후 연평균 입주 물량인 5만5000여 가구에 비해 36%가량 적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세 비율이 높아지면서 매매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2000년대 초반처럼 매매가가 오를 시기를 전세 비율 60%로 보기도 한다. 현재 집값이 오르지 않고 전셋값만 올라 수도권 전세 비율이 60%가 될 경우 평균 아파트 가격(3억7402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1억4960만원 정도다. 대출규제를 감안해 연소득 4000만원 이상이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전세 비율이 올라가더라도 매매가를 자극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초반엔 전셋값 상승과 더불어 매매가도 오르면서 전세 비율 상승이 매매가 상승과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매매가 급등을 낳았다는 것이다. 매매가 상승 기대가 있어야 전세 수요에서 매매 수요로 돌아서는데 지금 주택시장에선 매매가 전망이 불투명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쉽게 돌아서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올라 전세 비율은 같더라도 매매가와 전셋값 차액이 그때에 비해 훨씬 많아 대출 부담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대출 받아야 하는 금액은 늘었는데 경기 불확실 등으로 대출이 부담스럽다는 것. 7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 값은 2001년 7월보다 110% 올랐다.

전세 비율 60%를 기준으로 할 경우 2000년대 초반엔 전셋값에 1억원을 보탰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2억원 넘게 필요하다. 지금으로선 어떤 주장에 더 무게를 두기가 쉽지 않다. 올가을 전세 비율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매매가를 자극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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