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거물 3인의 새해 전략 - 모바일 혁명 3년차에 진검승부 한판
- 글로벌 IT거물 3인의 새해 전략 - 모바일 혁명 3년차에 진검승부 한판

미국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 2012년은 매우 중요하다. 애플의 아이폰 신드롬에서 출발한 모바일 혁명이 3년차에 접어든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신흥 시장은 일반 휴대전화(피처폰)가 스마트폰으로 교체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인터넷 기업들은 중국·인도·브라질 등 떠오르는 미래시장을 잡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IT산업처럼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린 분야는 없었다. 강자가 하루아침에 몰락하는가 하면 스타기업으로 부상한 곳도 있었다. 노키아·림(블랙베리)은 2년 전만 해도 모바일 시장 절대강자였지만 지금은 기술 선도는커녕 인수합병(M&A) 물망에 오를 정도로 초라한 처지가 됐다.
승자와 패자 극명하게 갈려 미국의 휴대전화 강자 모토롤라가 구글에 인수된 것도 ‘대형 사건’이었다. 인터넷 기업이 휴대폰을 만든 기업을 인수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소니에릭슨이라는 합작사를 만들었던 소니와 에릭슨은 결별했다. 이제 모바일 시장에는 ‘소니’만 남았다. 소니는 가전기업에서 모바일 기업으로 변신할 기회를 잡았지만 위험성은 더 커졌다.
삼성은 놀랍게도 ‘승자’의 반열에 올랐다. IT기기의 품질을 꼼꼼하게 따지는 한국 소비자의 성향 덕분인지 스마트폰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애플이 세계 19개국에 제기한 ‘특허소송’은 역설적으로 ‘애플과 삼성’ 2강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은 애플과 삼성의 양강 구도가 확립되면서 후발주자와 격차를 더욱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승자는 ‘소셜(Social)’이다. 소셜은 2011년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활동이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보다 많은 해였다. 2011년은 인터넷 이용자가 섹스(SEX)라는 단어보다 ‘페이스북’을 더 많이 검색한 해였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단순한 SNS 회사를 넘어 굴지의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했다. 페이스북의 매출은 2009년 7억7500만 달러(8900억원)에서 2011년은 42억7000만 달러(4조890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SNS시장을 평정하면서 2010년보다 매출이 2배 넘게 늘었다.
구글은 회사의 방향을 ‘소셜’에 맞추고 서비스를 단일화하고 있다. 그럼 2012년 IT거물들의 과제는 무엇일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팀 쿡 애플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의 과제를 살펴봤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는 연말연시 휴가를 페이스북이 차단된 베트남에서 보냈다. 베트남은 인터넷 검열로 페이스북 접속을 금지하는 국가다. 저커버그는 크리스마스 당일 북부 산악 마을 사파에 위치한 친환경 오두막집인 토파스 에콜로지에 묵었다. 이곳에서 버펄로(들소)를 타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안 되는 베트남에서 2012년 구상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은 페이스북이나 저커버그에게 중요한 해다. 페이스북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페이스북은 2012년 2분기쯤 IT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투자설명서를 발행할 준비를 마쳤다.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114조60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커버그는 회사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어 240억 달러(약 27조5000억원) 이상의 돈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상장한 미국 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최초 공모가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세계 최대 온라인 공동구매(데일리딜) 업체 그루폰은 2011년 12월 3일 상장한 이후 주가가 42% 하락했다.
기업 전문 인맥관리 서비스 링크드인은 2011년 5월 상장 이후 36% 떨어졌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무엇보다 매출이다. 인터넷 기업들의 매출은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다. 이들 기업들의 가치는 매출보다 ‘가입자수’나 ‘활용도’에서 높게 평가 받았다. 그러나 상장 이후에는 매출 등 실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주가 하락의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의 움직임이다. 인터넷 기업의 투자자는 상장 이후 황급하게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페이스북과 저커버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페이스북도 ‘버블’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블롬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페이스북에 실린 광고를 클릭하는 비율이 구글의 2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구글 사용자가 1만번 검색할 때 약 800번 광고를 열어보는 반면 페이스북 사용자는 1만번에 단 4번만 광고 페이지를 클릭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자랑하는 사용자 취향에 따른 ‘맞춤형 광고’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커버그는 2012년에 페이스북이 거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저커버그의 관심이 상장에 맞춰진 반면 레리 페이지 구글 CEO는 ‘소셜’에 집중하고 있다. 검색과 모바일에 이은 제3의 핵심 서비스로 SNS를 꼽고 구글플러스를 육성하고 있다. 최근 구글 내부에서는 “구글플러스가 곧 구글”이라는 말이 나온다. 구글플러스는 2012년 말이면 이용자 4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가입자 8억명을 자랑하는 페이스북의 대항마로 2011년 6월 출시한 구글플러스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리사 메이어 구글 수석부사장은 최근 이렇게 강조했다. “구글은 꽃과 같다. 많은 꽃씨를 뿌리지만 모두 다 활짝 피는 건 아니다. 구글플러스는 활짝 피는 꽃이 될 것이고 그중에서 좋은 것만 모아 꽃다발을 만들게 될 것이다.” 구글플러스에 대한 구글 경영진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구글이 여기서 만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레리 페이지 구글 CEO는 ‘소셜’ 집중구글은 구글플러스의 친구 분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벤처기업 ‘카탕고(Katango)’를 인수했다. 기업들이 SNS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페이지를 오픈했다. 자사 콘텐트 수집 서비스(RSS) 리더와 블로그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디자인을 구글플러스와 통일하기도 했다.
구글이 전사적으로 구글플러스로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은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용자의 관심사와 인맥을 알 수 있는 구글플러스의 도입으로 적절하고 가치 있는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브래들리 호로비츠 구글 부사장은 “구글 버즈 등은 어디까지나 사업부 단위의 서비스였지만 구글플러스는 전사적인 프로젝트다”며 “구글플러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고객이 이용하길 원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레리 페이지는 2012년에 ‘모바일’과 ‘구글TV’를 안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글은 현재 안드로이드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의 차기작인 ‘젤리빈(Jellybean)’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왠만한 전자업체가 구글폰을 제조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팩(성능)을 올리고 있는 구글은 모바일 분야에서 젤리빈폰으로 애플과 승부를 겨룰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실패한 모델로 평가 받는 구글TV로는 재기를 노린다. 구글TV의 개념은 혁신적이었지만 보급이 원활하지 않고 콘텐트가 부족해 판매가 부진했다. 구글TV를 생산한 소니는 ‘쪽박을 찼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구글은 그러나 구글TV를 포기하지 않았다. 구글은 “2012년에는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구글TV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팀 쿡 애플 CEO는 2012년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보다 어깨가 무겁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아직까지 잡스의 명성으로 버티고 있는 애플은 2012년에 예전 같은 돌풍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동안 쌓은 공든탑이 단번에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추격이 매서운 것도 팀 쿡에겐 부담이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씨넷(CNET)은 2012년 모바일 시장을 전망하며 “애플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경쟁자들의 역습이 시작된다”고 예측했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제품은 아이패드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2011년 4분기 아이패드의 시장점유율은 전분기에 비해 20%포인트 하락해 53.2%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2011년 11월 출시한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다. 벌써 400만대 가량 팔렸다. 킨들파이어의 2011년 4분기 태블릿PC 시장 점유율은 15.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킨들파이어의 장점은 대당 가격이 199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이패드의 40% 수준이다. 아마존 특별회원권(1년 79달러)을 구매한 고객은 동영상 콘텐트와 전자책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를 킨들파이어의 대항마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즈는 최근 “2012년 4분기에 7.85인치의 아이패드 미니가 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패드3를 출시해도 킨들파이어의 공세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애플이 저가 태블릿PC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 7인치 태블릿 제조를 반대했었다. 이 도전은 잡스 없는 애플의 미래를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가 타격 많이 받을 듯슬림 노트북 시장의 89%를 점유하고 있는 맥북에어는 울트라북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울트라북은 인텔이 제안한 차세대 노트북을 말한다. 맥북에어와 무게·두께·부팅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 두께는 18~21㎜이고 배터리는 5시간 이상 유지된다. 울트라북은 태블릿PC와 일반 노트북의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업무용으로 쓰기 편하다.
그동안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PC 제조업체들은 울트라북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아수스·삼성 등은 이미 출시했다. 이에 따라 맥북에어 점유율이 내년 4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새로운 맥북에어와 맥북프로로 맞설 계획이다.
스마트폰의 맹주 아이폰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삼성전자는 2011년 3분기 사상 처음으로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2012년 아이폰5에 관심을 쏟겠지만 잡스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출시한 것처럼 혁신적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팀 쿡의 전문분야는 제품개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은 경영전문가가 회사를 이끌었을 때 성공한 전례가 거의 없다. 이 또한 팀 쿡이 넘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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