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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그들은 존경받기 위해 일한다

[World] 그들은 존경받기 위해 일한다

중국기업가 주최로 지난해 말 열린 ‘2011 중국기업가 연회’에는 중국 최대 식품회사인 중량그룹의 닝까오닝 회장을 비롯해 중국의 유수 CEO와 기업 임원 100여명이 모였다. 중국기업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2012년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뜻밖에도 그들은 사업 이외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사생활·독서·공기오염·공익 등 어떤 주제를 꺼내도 그들은 결국 자신의 주업으로 화제를 돌렸다.



성장 과실 나누지 못하는 중국 기업인“2012년의 개인 생활, 이런 거엔 별 흥미 없다. 일과는 거의 무관하지 않은가.” 정위린 용여우소프트웨어 부총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리곤 말을 이어갔다. “우리 세대는 일을 일종의 신앙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 빠링허우(80后·1980년대 출생), 져우링허우(90后·1990년대 출생)에게 이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말하면, 아예 귀를 막고 들으려고도 안하고 이해도 못한다. 사람이 왜 항상 일만 얘기하는지, 피곤하지도 않아라고 한다.” 정위린은 빠링허우와 져우링허우 세대 직원들이 일을 경시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이들에게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 『간파(干法)』를 추천했다. 자신과 똑같은 가치관을 젊은 직원에게 심어주고 싶어하는 것이다.

고속 성장을 실현한 중국 기업가들은 도대체 왜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지 못할까? 대부분의 CEO가 “지금처럼 특수한 경제상황 아래서는 남보다 빨리 뛰지 않으면 지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빨리 뛰다 보면, 스스로 사지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일벌레라서 그런지 이들은 평소 회사 실적이나 목표를 말할 때는 당당하고 차분하더니 개인 생활이나 관심사라는 주제를 다루자 거북해 하고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 상장 회사의 고위직 임원은 인터뷰 목적을 알게 되자 3분간 침묵한 후 이렇게 반문했다. “일과 상관 없는 이런 주제를 얘기하면 다른 사람이 내가 일 안하고 빈둥거린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2012년 사업 이외 가장 관심 있었던 화제”를 물어봤을 때, 설문에 응한 100여명 가운데 7명만이 답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2011년 가장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가 ‘일에만 전력하고 가족에게는 조금 무관심했다’고 후회했다. 중국 기업가 대부분은 개인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을 제외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존경받을 방법이 없어서다. 중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국 기업가들이 사업 외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자서전이다. 설문에 응한 기업인 중 90%가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읽었다고 밝혔다. 특히 IT업계 기업인들은 100% 이 책을 읽었다고 했다. 기업인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어떻게 신뢰를 다시 쌓을 것인가’였다. 이들은 중국사회에서 신뢰문화가 붕괴한 것을 걱정했다. 황누보 중쿤그룹 회장은 “신뢰는 건강한 경제 사회를 구현하는 초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설문에 응한 주요 기업인의 주요 발언내용이다.



◇ 황누보 중쿤그룹(부동산&리조트 기업) 회장=
베이징 공기오염은 심각한 문제지만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다. 로스앤젤레스도 공기오염이 심각하다. 이게 바로 ‘대도시 병’이다. 전세계 대도시가 모두 똑같은 상황으로 피하기 어렵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뤄잉이 쓴『7+2등산일기』다. 한권 짜리 시집인데, 20개월 동안 7대주 최고봉과 남북 극점을 정복한 도전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2011년 가장 아름다운 중국 책’에 선정됐고, 최근 독일 도서전시회에 전시됐다.



◇ 구용챵 요우쿠왕(동영상 전문 인터넷기업) CEO=
경제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환경마저 열악한 건 아니다. 적자생존해야 한다. 겨울이 없으면 봄도 오지 않는다. 2012년 세계가 종말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1999년에도 종말론이 있지 않았는가. 2012년 종말론은 소설일 뿐이다. 이런 상상으로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 인생계획을 바꿔선 안 된다.



IT기업인 100% 잡스 자서전 읽어

◇ 류용하오 신시왕그룹(사료&식품 종합 그룹) 회장=
2012년 가장 큰 관심사는 인터넷이다. 딩레이 왕이(IT포털기업) CEO는 돼지를 기르고, 류촨즈 레노보그룹 전 회장은 과일을 키우려고 한다. 나라고 인터넷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난해 중국 식품업계는 각종 안전사고가 많이 터졌다. 이는 식품업계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이가 식품안전에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양심적으로 식품의 품질관리를 했다면 우리에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품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문제가 없다면 어떤 사고가 터져도 극복할 수 있다.



◇ 주신리 후이위앤그룹(과일음료 제조업체) 회장=
올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농민의 삶과 농업에 주목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농업만 고수했다. 이는 장기투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유기농업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노력의 결과물이다.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다. 1, 2년만 사업을 한다면 어떤 소비자가 믿겠는가.



◇ 장바오취앤 찐댄그룹(부동산개발기업) 회장=
지난해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싶었던 것은 『진화: 40억년을 뛰어넘는 생명 기록』이다. 수십억 년 간 이뤄진 생물진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최근 백 년 간은 생물의 멸종속도가 무척 빠르다. 아마도 인간은 지구 최후의 멸종 생물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종말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번역=도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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