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집테크-부동산 다운사이징] 작은 집으로 옮겨 노후자금 확보하라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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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의 집테크-부동산 다운사이징] 작은 집으로 옮겨 노후자금 확보하라

[베이비부머의 집테크-부동산 다운사이징] 작은 집으로 옮겨 노후자금 확보하라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다 퇴직한 이기삼(59)씨는 요즘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이 썩는 심정이다. 남들은 서울 노른자위 땅인 잠실에 158㎡(약 48평) 짜리 집을 가졌다며 부러워하지만 사실 집 한 채 빼면 그에게 남는 재산은 거의 없다. 자녀 교육을 위해 모은 적금과 예금 등 금융자산을 탈탈 털고 여기에 몇 억원 대출까지 더해 잠실로 왔기 때문이다.

그의 자녀는 대학 졸업 후 지방에 있는 직장에 취직해 독립했고 부부만 덜렁 큰 집에 남았다. “앞으로 살 날이 30년인데….” 이씨는 자식 결혼과 노후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더 작은 집, 더 싼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제2롯데월드와 재건축 호재 등 잠실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망설이고 있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제는 이들의 자산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집중돼 막상 생활에 필요한 노후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하우스푸어’ 현상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를 바탕으로 베이비부머 가구의 자산 현황을 집계한 결과, 2010년 말 이들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3억4000만원이다. 부동산 자산과 금융 자산 비중은 8대 2로 나타났다. 눈 여겨 볼 것은 자산 규모가 큰 가구일수록 부동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고, 연령이 높을수록 부동산 자산이 많다는 점이다. 평균 부동산 자산 비중을 보면 40대 가구주가 70.7%, 50대는 78.6%, 60대는 85.6%로 나타났다. 일하지 못해 소득이 없는 퇴직자들이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만 틀어쥐고 있는 것이다.



자산 규모 크고 나이 많을수록 부동산에 몰빵최근 은퇴설계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부동산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다. 평수를 줄이거나 시세가 낮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등 부동산 자산 규모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에서 지점장까지 오른 후 퇴직한 김 모(55)씨는 나름대로 부동산 다운사이징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16억원짜리 강남의 40평형대 아파트를 처분한 김씨는 용인의 6억원짜리 아파트로 옮겼다. 아파트 매매금과 퇴직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등 자산을 정리하고 약간의 대출을 더해 용인의 상가 두 채를 구입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300만원씩 총 600만원이 매달 나오니 마음이 든든하다. 상가 구입 때 은행에서 받은 대출 이자를 제외하더라도 월 450만원을 손에 쥔다.

은퇴 전문가인 SC제일은행의 고득성 이사는 “부동산 다운사이징은 소득이 없는 퇴직 이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꽁꽁 얼어붙은 국내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전 같은 건설경기 활황기의 시세차익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요즘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다.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당장 내일 쓸 돈도 없으면서 시세가 오르길 기다리며 50억원대 부동산을 쥐고만 있는 은퇴 노부부도 있다”며 “앞으로 저성장 시대가 닥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노후 대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과정에서 집 규모를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막상 집을 팔려고 하면 가라 앉은 시장 분위기 탓에 꺼리게 마련이다. 서울에서는 거래 자체가 뜸한데다 일부 지역은 시세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특히 중대형은 제값 받고 팔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서브의 함영진 실장은 “가격을 조정해서 내놓지 않으면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서라도 부동산을 처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미래에셋 김동엽 은퇴교육센터장은 “점점 길어지는 노후를 감안하면 집을 팔아 노후자금으로 쓰는 게 예전에는 선택지 중 하나였지만 요즘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 번의 작은 손해와 결단으로 노후를 넉넉하게 지내는 게 낫다는 것이다.

부동산 다운사이징이나 매각으로 생긴 여윳돈으론 노후를 위한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이 역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KB국민은행 스타PB센터 김일수 팀장은 “대출을 정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나머지 여유자금 중 최소 20%는 예금 등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생활비가 얼마나 들지, 부부 중 누군가 병에 걸리지는 않을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노후생활이다. 전문가들은 “퇴직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으로 자산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한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사이에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게 있다. 아파트처럼 환금성이 떨어지는 자산 대신 매월 임대료를 받아 생활비에 보탤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현상이 뚜렷하다. 2010년 말 신한은행이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 후 전망이 밝은 투자 상품으로 응답자 중 26.3%가 상가를 꼽았다. 이외에 오피스텔, 원룸, 도시형생활주택이 최근 각광 받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수익률 전망도 괜찮은 편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부동산 월세 상승률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년의 월세지수를 100이라고 했을 때 지난해 월세지수는 102.6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전·월세가 급등한 게 주변 지역까지 영향을 미친데다 1인 가구가 꾸준히 늘고 전세금 부담을 못이긴 가계가 월세로 이탈하는 현상 때문이다.

시세보다 적게 받아도 팔아라

하지만 최근에는 수익형 부동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어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예금 금리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서울 강남이나 잠실 지역의 신규분양 오피스텔은 3.3㎡당 150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비싼 만큼 투자자의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일수 팀장은 “강남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5% 남짓 기대할 수 있는데 세금이나 부대비용까지 제하면 이보다 더 낮다”고 말했다. 역세권 인구밀집지역의 수익형 부동산은 비싼 반면 비교적 싼 지역의 매물은 공실 우려 탓에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그럼에도 여유로운 노후를 꿈꾸는 베이비부머 퇴직자에게 수익형 부동산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박상언 대표는 “투자수요가 아직 많지 않아 가격은 싸면서도 실거주자 수요는 많은 지역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주수요가 많은 지역은 전세비율이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해 투자 유망 지역을 물색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의 부동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2010~2011년 낮은 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지방은 최근 1억원 이상 아파트가 사상 최초로 200만 가구를 돌파할 정도로 곳곳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과 정부부처의 지방 이전 움직임까지 더해져 지방 부동산 시장 전망은 올해도 상대적으로 밝다. 박 대표는 “인구증가율과 소득수준은 높고 주택보급률이 낮은 곳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50실 이상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수익률은 연 5.67%인 반면 3.3㎡당 600만원에 거래되는 인천 송도의 오피스텔은 연 8% 수익률을 내다보고 있다. 지방의 저렴한 수익형 부동산이 서울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 은퇴 후 살 집 고를 때는



90세의 나이에 필요한 집 찾아라




1. 한 번 정한 곳, 여생을 보낼 집-노후생활의 터전은 한번 정하면 바꾸기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일조량이 풍부해야 하기 때문에 남향을 고르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새 주택을 선택해야 한다.



2. 의료시설 가까운 곳-신도시 외곽으로만 나가도 병원을 비롯한 의료시설이 부족하다. 잔병치레가 많아지는 나이에 접어들기 시작했으니 병원이 가까운지 살펴봐야 한다. 그 외의 편의시설도 가까워야 한다.



3. 사람 곁에 머물러야-어울릴 수 있는 집단이 사라진다는 것은 퇴직자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안겨준다. 풍광 좋고 친구들과 먼 곳보다는 크기가 더 작더라도 지인들 곁에서 왕래하며 지내는 것이 더 즐겁다.



4. 배우자 혼자 남는다면-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도 남은 한 명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과 가까운 곳이 도움을 청하기에 편하다. 노후는 현실이다. 장기간 간병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 도움말 =

장경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원 ]



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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