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부동산 실험 - “반이상 소형 건립”에 개포 주민 “사업 접자”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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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부동산 실험 - “반이상 소형 건립”에 개포 주민 “사업 접자”

박원순 시장의 부동산 실험 - “반이상 소형 건립”에 개포 주민 “사업 접자”

서울 주택시장이 ‘박원순 쇼크’에 빠졌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중심으로 하는 박원순식 부동산정책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주택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2월 9일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310건으로 지난해 12월(5229건) 대비 74.9% 감소했고, 지난해 1월(5097건)과 비교해도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10억~10억300만원 선에 거래 됐으나 올해 1월에는 9억2000만~9억4000만원으로 6000만~8000만원이나 하락했다.

그나마 아파트 매매시장의 경우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 대부분인 뉴타운·재개발 후보 지역은 거의 폭탄을 맞은 수준이다. 용산구 한남뉴타운1구역의 대지지분 30㎡의 빌라 가격은 1월 말 4억5000만원 정도였으나 2월 중순에는 4억원으로 떨어졌다. 종로구 창신뉴타운의 20㎡ 전후 소형 빌라는 같은 기간 2억1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3000만원 내렸다. 하지만 이런 가격도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일 뿐이다. 워낙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실제 집을 팔려면 이보다 훨씬 가격을 낮춰야 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중개업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거래 줄고 가격 떨어져박원순 시장이 1월 말 발표한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 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결과다. 박시장은 뉴타운 관련 정책을 발표하며 “오늘은 서울을 투기 광풍과 공사장으로 뒤덮은 뉴타운 10년의 역사를 뒤로 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뉴타운·재개발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1300개 뉴타운·재개발 구역 중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317곳이 연내 구역 해제 절차를 밟게 된다. 또 추진위나 조합이 구성됐지만 아직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293곳에 대해서도 연내 실태 조사를 거쳐 내년에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종로구 창신숭인·신길16·망우·독산1 구역 등이 연내 해제가 유력한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뉴타운·재개발 구역을 해제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역이 지정되면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위해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의 돈을 쓰게 마련인데 사업 구역이 해제될 경우 현재까지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들인 돈은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된다. 서울시는 추진위가 구성된 구역(182곳)은 평균 5억~7억원, 조합이 구성된 구역(111곳)은 평균 50억~7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1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말까지 나오는 이런 매물비용을 누가 부담할 지가 불분명하다. 서울시는 매몰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부담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국토해양부는 “(매몰비용을) 보상해달라는 것은 잃어버린 개인 재산을 정부에서 지원해달라는 것과 같다”며 불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뉴타운·재개발 구역 해제를 위한 기본 여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서울시가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혼선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2월 9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개포주공2·3·4단지와 개포시영 등 4개 단지 정비계획안을 심의하면서 개포지구 일대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신축 가구의 절반가량을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으로 건립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일대 아파트에 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요구 내용이 알려지자 마자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 주민게시판 등에는 “사유재산권 침해다” “이럴 바엔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해 진상을 밝히겠다” 등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2월 9일 회의가 끝난 후 소위원회 위원장이 “(개포지구 재건축 때 최소 절반의 소형 가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정책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위원회에서 다른 문제점을 도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남구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장덕환 개포지구 재건축추진위연합회장(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추진위원장)은 “개포주공1·2·3·4, 개포시영, 일원대우, 일원현대 등 7개 단지(1만2985가구) 주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서울시 규탄 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집회신고서를 준비하는 대로 남대문경찰서에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 역시 2월 15일 7개 단지 주민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뜻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재건축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아파트 가격도 급락세다. 개포동 세진부동산 이기자 사장은 “소형 확대 방침이 알려진 직후 3000만~5000만원 가격이 떨어졌다”며 “개포 지역 전역이 패닉상태”라고 전했다.

반포 일대를 비롯한 한강변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2월 2일 서울시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6차 아파트의 용적률 상한 계획안을 보류시키면서 한강변 재건축 사업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신반포6차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상한 보류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한강변 아파트의 높이, 경관, 조망권 등을 비롯해 반포 전 지역의 ‘밀도관리’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용적률 상향 결정을 앞두고 있는 인근 반포주공1단지와 신반포1차 등 고층 개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서울시 관계자는 “소형 임대주택 확보 차원에서 용적률을 올려야 하지만 도시경관과 스카이라인이 왜곡돼 주변 12층 규모 아파트의 주거환경이 나빠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반포 6차는 전임 오세훈 시장이 ‘한강르네상스’를 추진하기 위해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이 일대 재건축아파트 용적률을 법정상한선(300%)까지 올려주고 고층 건물을 허용해 한강변에 초고층 건물로 스카이라인을 그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신반포6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단지 인근에 32층 높이의 래미안 퍼스티지가 이미 입주한 상태에서 우리만 35층으로 못 올리게 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여의도, 압구정동, 잠실 일대의 초고층 개발 추진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임 시장 정책 올 스톱30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개발될 예정인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놓고도 박 시장 취임 이후 해당 지역 주택 시장이 혼선을 빚고 있다. 통합개발이냐 분리개발이냐를 놓고 서울시 방침이 박 시장 취임 이후 바뀐 것처럼 주민들에게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용산철도정비창 부지부터 한강변 아파트까지 통합 개발해 거대한 복합 단지를 만드는 사업인데 한강변 아파트 주민들의 사업 동의율은 30%대로 낮다. 오 전임 시장 때만해도 서울시는 주민 동의율을 어떻게든 끌어 올려 통합 개발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 시장 취임 이후에는 주민 반대가 계속 심할 경우 반대하는 단지는 그냥 두고 나머지 부지만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은 “뉴타운 등 주택과 관련한 정책은 많은 사람의 재산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하는 데 박시장은 너무 서둘러 정책을 내놓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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