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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박근혜·문재인 새 부처 공약에 뒤숭숭

Issue - 박근혜·문재인 새 부처 공약에 뒤숭숭

정치권·학계 “정보통신기술 컨트롤 타워 필요”…홍석우 지경부 장관 “역할 다 했는데”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가 해체 위기에 놓였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정보통신부나 과학기술부 부활에 준하는 새로운 부처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공룡 부처’로 탄생한 지경부는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곧바로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한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는 ‘대부처주의’라는 원칙과 ‘통신과 산업의 융합’이라는 명분으로 지식경제부를 탄생시켰다. 산업자원부가 정통부·과기부 기능을 흡수하는 형태였다. 인수위 결정에 따라 정보기술(IT) 산업을 총괄하던 정통부는 폐지됐다. IT산업 정책 기능은 지경부로, 통신 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로, 게임·디지털 콘텐트 부문은 문화체육관광부로, 정보보호 기능은 행정안전부로 분산됐다.

하지만 그동안 IT업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올 들어 정치권이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지경부 해체 논의가 공론화됐다.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놨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가칭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과학기술부와 정통부 부활을 공약으로 걸었다.

박 후보가 말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가) 당선되면 인수위에서 다시 검토하겠지만 과거 과기부 업무 영역과 정보통신분야를 통합하는 ICT 컨트롤 타워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 박 후보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런 기능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가 해체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해체가 아니라 일부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ICT 컨트롤 타워 신설 얘기가 대선 후보들 입에서 나오는 것은 현 정부의 ICT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지경부가 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권만의 생각은 아니다. 9월에는 전직 정통부 장관들과 33개 IT 관련 협회·학회·포럼 등이 모여 ‘ICT 대연합 출범식’을 갖고 지경부를 쪼개고 ICT 정책을 전담하는 가칭 정‘보매체혁신부’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출범 5년 만에 조직 분산될 듯정부에서도 지경부 기능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공공기관기능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화와 관련해 정책을 집중할 수 있는 감독체계와 중앙통제 기능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사실상 정통부같은 부처의 부활을 주문한 것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애초 지경부가 출범한 명분은 정보통신기술과 일반 산업 간의 융합이 가속화됨에 따라 부처 간 중복 정책으로 인한 갈등과 자원의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었는데 지경부가 그런 부처 출범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 정부 조직 개편이 따르는 것은 관례지만, 불과 5년 만에 조직이 깨질 위기에 놓인 지경부는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지경부 한 과장은 “연초부터 정통부 부활 얘기가 있기는 했지만, 대선이 임박하면서 마치 지경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새로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로 흐르고 있어 답답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옛 정통부 출신인 한 서기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 조직개편에 따른 대응 전략을 내부에서 마련해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방통위도 해체 또는 축소 우려실제로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경부는) 나름대로 IT 융합 등에 대해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이후 인수위원회나 담당자에게 그런 부분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얘기하기는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도 “대선 이후 인수위 측에서 각 부처 의견을 다 듣기 때문에 지경부는 그 과정에서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경부 조직이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의 한 과장은 “정통부를 없앤 것은 IT산업 육성이라는 본연의 역할 다 했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 아니었느냐”며 “"지경부를 ICT를 관장하는 부처와 전통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로 쪼개면 융합이라는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경부는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IT융합산업 성장률은 12%로 전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었다”며 “(지경부는) 그동안 IT와 전통산업을 융합시켜 미래 먹거리를 키워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는 방통위도 비슷하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대로 ICT 전담부처가 새로 생기면 방통위는 해체 또는 조직 축소가 불가피하다. 방통위 통신정책국 한 사무관은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조직개편안을 보면 방통위 해체는 기정사실 아니냐”며 “기왕 자리 잡은 방통위는 그대로 두고 지경부와 문광부에 분산된 ICT 기능을 흡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반발에도 정치권은 공약을 실행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윤창번 방송통신추진단장은 “정책 추진이 칸막이 식으로 이뤄지면 ICT생태계 발전이 늦어지고 창조경제기반을 어렵게 한다”며 “ICT생태계를 개방적이고 풍요롭게 해 미래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독임제 정부부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방송통신 분야 정책을 맡고 있는 강중협 전 행정안전부 정보화 전략실장은 “ICT기능이 4개 부처로 분산돼 소극적 정책 추진, ICT를 부차적인 업무로 보는 경향, 부처간 불필요한 주도권 다툼으로 정책 누수와 혼선만 야기했다”며 “ICT 정책 사령탑을 설치해 ICT강국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도 지경부 해체를 전제로 한 ICT 전담부처설립에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손태호 순천향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 조직으로는 ICT 융합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며 “ICT 융합산업을 주관하는 정보통신부 재건과 ICT 국책연구소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2008년 정통부 해체로 기능이 분산되면서 중장기·대형 연구사업이 줄고 정책 입안 기능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담 부처 부재 탓에 ICT 산업 성장률이 하락하고 경쟁력도 추락했다”며 전담 부처 재건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봉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정보통신부의 부활은 단순히 방통위나 지경부의 확장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차기 정부에서 신설되는 부처는 방통위와 ICT 관련 모든 부처의 서비스를 포함할 수 있는 형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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