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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상속·증여는 ‘인생 최대의 불로소득’

Retirement - 상속·증여는 ‘인생 최대의 불로소득’

부자 노인 많아 후손 간 분쟁 늘어 … 상속 관련 비즈니스도 호행



자수성가가 꽤 힘들어졌다. 부자 부모가 없다면 금전적인 여유를 누리기 어렵다. 인생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금전 압박은 한층 가중됐다. 그래서 더욱 주목 되는 게 상속·증여다. 부자 부모에게 행복노후를 기대는 것이다. 고령사회 일본에선 상속 이슈가 일상이 됐다. 부자 부모가 많아 잘만하면 ‘한몫’ 챙길 수 있어서다.

‘웰다잉(Well-Dying)’은 장수 사회의 숙제다. 잘 사는 것만큼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고독사(孤獨死)를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웰다잉의 최대 관문은 사실상 유산 상속 문제다. 무난한 상속 완성이야말로 가족 행복은 물론 사회·경제의 활력 부활에 필요한 요소다.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1500조엔) 중 60~70%는 고령자 몫이다.

노인 세대의 사망 당시 금융자산만 1인당 3500만엔이란 통계도 있다. 빈곤노인도 많지만 부자 노인이 훨씬 많다. 특히 부자 노인은 갈수록 증가세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먹혀 들면서 주식·부동산 가격이 뛰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긴 손실 대부분을 벌충하고 남을 정도다. 간만에 목격되는 호화 쇼핑을 비롯한 자산 효과의 진원지가 고령 인구의 자산이다.



단카이 세대가 최대 수혜자이와 달리 자녀 세대는 아베노믹스조차 ‘그림의 떡’이다. 월급을 올리라고 총리까지 나섰지만 보너스만 조금 올려줄 뿐 생색에 불과하다. 청년 세대는 정규직 취업이 어렵고 연공서열 약화로 평균 임금은 더 줄었다. 가진 게 별로 없으니 불안해 덜 쓰게 된다. 이런 와중에 빈곤 자녀는 부모 눈치를 살피며 홀로서기를 꺼린다. 부모가 사망해도 고령 연금이 끊길까 사망신고조차 않는다.

그나마 4060세대 자녀는 사정이 좀 낫다. 평균 수명을 보건대 8090세대 부모로부터 상속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인생 최대의 불로소득’이란 수식어처럼 상속 여부에 따라 은퇴 이후의 삶이 좌우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씁쓸하다. 대표적인 집단이 은퇴기에 진입한 단카이(團塊)세대다. 대개 50대가 유산을 많이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상속동향은 거의 ‘노노(老老) 이전’이다. 청년 수혜는 거의 없다. 정부가 사후 상속보다 생전 증여를 유도하는 이유다. 상속세는 늘리고 증여세는 줄인다.

부자 노인이 많아 일본의 상속시장은 규모가 크다. 50조엔대에 달한다.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재산까지 넣으면 규모가 더 커진다. 2020년 약 140조엔에 육박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 2010년). 일본의 가계자산은 고령 세대에 편재됐다.

유가증권의 70%가 60세 이상에 몰려있다. 이 만한 거액 자산이 자녀 세대로 이전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거액자산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상속 의지는 64%에 달한다. 평균 상속 금액은 5653만엔이다(유세이종합연구소, 2006년). 다른 분석치를 봐도 세대 평균 최저 4000만엔 이상은 상속된다.

거액 자산의 소유권 이전은 통계로 확인된다. 상속세는 해당 연도에 사망한 자산 보유액이 많은 4%의 사람만이 대상이다. 대개 부자 대상의 세금이다. 다만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긴 어렵다. 연 1회 공표하는 상속세 통계가 거의 유일한 지표다. 가장 최근인 2010년 6월 발표된 2008년 상속세 통계를 보면 샐러리맨의 생애 임금인 3억엔 이상의 상속 사례가 3500명이나 된다. 1억엔 이상은 2만9000명이다. 상속 금액을 4000만엔 이상으로 낮추면 15만명이 넘는다.

신고가 불필요한 경우까지 합하면 상당한 인구가 상속 혜택을 입는다는 결론이다. 상속이 일부만의 전유물은 아닌 셈이다. 개개인의 자산 형성에 상속재산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용 악화로 자녀가 축적한 자산보다 부모의 상속 자산이 노후 생활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상속 동향은 어떨까. 우선 상속 재산의 50%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 버블 당시의 76%와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졌다. 상속제도상 부동산이 다른 자산보다 상속에 유리한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는 좀 바뀔 전망이다. 소규모 택지 등은 특례 적용이 엄격해질 걸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과세 대상·금액 증가로 피상속인(부모)의 자산 선택이 일정 부분 달라질 개연성도 제기된다. 유가증권이 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다(2008년). 증시 환경이 좋았던 2006~2007년의 17%보다 줄었다. 다만 유가증권을 가진 부모 비율은 증가세다. 내역을 보면 1980년대는 자사주 등 유가증권이 40%였지만 최근엔 펀드 비율이 늘었다.

상속재산 중 현금 비율은 최근 21%에 달하는 등 최대치로 상승했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10%대를 밑돌던 현금 비율은 1992년 이후 증가세다. 부동산은 매각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현금(예금)은 유동성이 좋기 때문이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노후 자산의 상당 부분을 현금(예금)으로 보유했다. 노후의 다양한 위험을 대비하는 데 현금이 효과적이다. 최근 연금·의료 등 공적제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충격완화 장치였던 가족 부양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상속 규모가 큰 만큼 관련 분쟁도 증가세다. 돈의 세대 물림과 관련된 고령 사회의 그늘이다. 가정재판소에 제기되는 상속 분쟁은 연 16만 건에 달한다.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분할이 힘든 부동산의 현금화와 관련된 형제자매의 의견 대립이 많다. 분쟁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장남을 비롯한 특정 상속인이 상속 재산의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의심을 사는 것부터 일부 상속인이 상속 재산을 운영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부채가 있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최근엔 부모 간병의 부담 정도와 상속비율도 뜨거운 감자다.

전통적 기준으론 봉양 의무감이 큰 장남이 부모 재산을 받는 대신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게 보편적이었다. 그런데 법률 개정으로 부모 유산을 똑같이 나눠 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부모 간병은 대개 자녀 1명이 부담하게 마련이다. 상속 비율을 둘러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속 분쟁의 핵심은 돈이다. 샐러리맨의 소득 수준은 최악의 상태로 전락했다. 그만큼 부모 유산을 기대하는 사람이 늘었다. 인생 최대의 불로소득이니 더 그렇다. 상속 액수가 퇴직금보다 많은 경우도 흔하다. 상속 기회가 평생 한두 번뿐이란 점도 분쟁의 씨앗이다. 주택 대출과 자녀 교육에 거금이 필요한 40~50세대가 상속 분쟁에 자주 휘말린다.

상속 분쟁은 부자만의 이슈도 아니다. 평범한 중산층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가격이 얼마든 집 한 채라도 있으면 예외가 없다. 부모가 살던 집에만 들어가도 비싼 월세를 아낄 수 있다. 형제 배우자까지 총출동하는 큰 분란으로 연결되곤 한다. 여기엔 희박해진 가족의식도 영향을 미쳤다. 결혼 이후 혈연관계를 거의 끊고 살던 형제가 부모 장례를 계기로 만나 재산 다툼을 벌일 때가 그렇다. 좋지 않은 일로 결별했다면 감정이 더 나쁠 수밖에 없다. 무연사회와 상속 분쟁은 비례 관계다.



은행도 상속 비즈니스 적극 나서상속 규모와 유산 분쟁은 새로운 시장을 낳는다. 그것도 거대 시장이다. 금융권의 상속재산 운영 대행이 대표적이다. 상속세 경감 대책과 신고대행 등도 포함된다. 가업이 있다면 사업승계·양도대책을 조언하는 회사도 많다. 유산 분쟁을 막고 효과적인 대물림을 위해 유언장 작성·보관 대행서비스도 성업 중이다. 상속재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이라 이를 활용하는 정보제공업도 인기다. 상속업무에 납세·분할 문제가 빠지지 않아 변호사·회계사도 호황이다.

상속 비즈니스의 실제 범주는 더 광범위하다. 고인 의사를 따르면서 유족의 불만을 중재하는 사업거리도 많다. 경쟁도 심하다. 일본의 주요 은행은 유언장 집행 등을 대신하는 유언신탁과 함께 상속 관련 상품·서비스 강화에 부쩍 열을 올린다. 단순한 수수료 수입은 물론 유산 상담을 계기로 자녀의 자산관리까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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